잠에서 깨어난 우수가 눈을 비비며 방 밖으로 어기적어기적 걸어 나왔다. 대리석 바닥 때문에 발이 시릴까 봐 우수의 방바닥은 온통 보드라운 카펫이 깔린 상태였다. 눈을 제대로 뜨지도 못한 상태로 걸어가던 우수가 방문 앞에서 멈추어 섰다. 그리고는 방문 바로 옆에 있는 서랍에서 슬리퍼를 꺼내 발에 신었다. 앙증맞은 햄스터가 그려진 슬리퍼가 우수의
탁! 삑! 스마트키를 이용하여 차 문을 잠근 하지가 강화도의 허리에 팔을 둘렀다. 이젠 익숙해져 버린 탓에 강화도 또한 자연스레 그의 품 안으로 몸을 기대었다. 문자로 한참 열심히 저녁 메뉴를 정한 덕분에 퇴근하자마자 백화점으로 차를 끌고 온 둘이었다. 강화도가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자동문 안으로 들어갔다. "치즈랑 토마토소스랑... 페퍼로니도
"응..." 잠에서 깨어난 강화도가 눈을 꼭 감고 베개에 얼굴을 비볐다. 눈이 너무 부셨다. 물론 그의 사랑스러운 애인 하지가 아침잠이 많은 강화도를 깨우기 위해 불을 켰을 리는 없었다. 암막 커튼 사이로 새어 들어오는 빛 탓에 강화도가 미간을 찌푸렸다. 머리 위에서 아주 달콤하게 웃는 소리가 들려왔다. 강화도가 손을 뻗어 그 상대의 몸을 만졌
새까만 흑발이 눈에 띄는 남자가 열쇠를 검지에 걸고 빙빙 돌리며 복도를 걸어갔다. 콧노래가 복도를 타고 즐겁게 울려 퍼졌다. 주변이 텅 비어 소리가 울리고, 사방이 막혀 답답할 텐데도 남자는 그것이 신경 쓰이지 않는 것처럼 앞으로 걸어갔다. 어느새 구둣발 소리가 멈추고 남자가 방에 걸려있는 문패를 바라보았다. [0613] 남자의 눈매가 아주
탁. 하지의 차에 올라탄 강화도가 문을 닫았다. 혹여 그가 추울까 봐 하지가 미리 시동을 걸어둔 덕분에 온기가 맴돌았다. 차 시트에 머리를 기대자 비로소 실감이 나는지 강화도가 몸을 부르르 떨었다. 하지의 집이라면 물론 작년에도 갔었다. 설에도, 추석에도 방문하여 인사를 드렸었고 선물을 전달해 드렸었다. 하지는 그럴 때마다 뭐가 그렇게 좋은지
가위바위보에서 이겨 설거지를 맡게 된 하지가 콧노래를 흥얼거렸다. 그 노래의 음정은 차분하고도 단조로웠지만 그릇을 닦는 하지의 손은 정반대였다. 자신의 사랑스럽고 귀여우며 상냥하고 다정한 애인 대신 집안일을 하게 된 것은 기뻤지만, 강화도를 끌어안고 뒹굴고 싶은 마음이 더 컸기 때문이었다. 노래에 맞춰 하지의 몸이 좌우로 작게 흔들렸다. 그런
어깨를 간지럽히는 붉은색 단발의 머리카락을 반묶음으로 어여쁘게 묶은 아이가 저택 안으로 들어왔다. 시종들이 그가 지나갈 때마다 고개를 푹 숙이며 예를 갖추었다. 아이가 어색하게 그런 시종들을 바라보며 붉은색 카펫이 깔린 길을 쭉 걸어왔다. 이 저택은 아주 화려하고 예쁜 꽃밭을 가지고 있는 것과는 다르게, 온통 검은색인지라. 아이는 이 곳이 추
잠에서 깨 인상을 찌푸린 강화도가 몸을 뒤척이며 자신의 옆자리로 손을 뻗었다. 그리고는 쓱쓱. 늘 그랬던 것처럼 손을 위아래로 휘적거리며 손이 침대 시트 위를 쓸었다. 온기가 이미 식어버린 차가운 시트가 강화도의 손바닥에 문대졌다. 차가운 시트? 베개 위에 얼굴을 박고 있던 그가 몸을 천천히 일으켜 자신의 옆자리에 시선을 두었다. 옆자리는 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