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적전대 고카이쟈

동정

죠 깁켄 + 아임 드 파미유 (청도)

소리꾼 by 박메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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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는 얼룩진 창 너머의 지구를 바라보고 있었다. 표정 하나 없이 그저 빛나는 도시를 바라보고 있었다. 난방이 돌지 않는 거실이었지만, 겉 옷 하나 걸치지 않고 있었다. 옷걸이에 걸려진 두터운 분홍색 숄을 들고서는 그의 곁으로 다가갔다. 같이 바라보자는 듯, 그가 옆으로 한 걸음 물러났다. 까치발을 들고서는 그의 어깨에 숄을 둘러주었다. 그는 묵묵히 창문 밖만을 바라보았다. 두터운 가디건을 여미며 나도 창 밖을 바라보았다. 새벽이었지만 높이 솟아오른 빌딩의 불빛이 도시를 빛냈다. 그는 어째서인지 평소와 같이 나의 이름을 불러준다거나, 손을 뻗어 다정하게 잡아주지 않았다. 답답해진 나는 먼저 입을 열었다.

 "무엇을 보고 계시나요?"

 그러나 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잠시 눈빛이 흔들렸지만 언제 그랬냐는 듯 평정심을 되찾았다. 가디건의 끝자락을 쥐고서는 다시 여미였다. 후, 하고 입김을 불어 창문을 흐리게 만들었다. 그는 움직이지 않았다. 어떤 말을 꺼내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시린 두 손을 조물거리며 그의 옆 얼굴을 바라보았다. 오늘 무슨 일이 있었더라, 어제는 어떤 일을 했더라. 이런 저런 생각을 하다 다시 입을 열었다.

 "저를 동정하시나요?"

 그의 얼굴이 곧 바로 나를 향해 돌려졌다. 그는 크게 동요했다. 부릅떠진 두 눈에서는 파도가 출렁였다. 믿기지 않는다는 듯 그는 나의 표정을 재빠르게 훑었다. 

 "너, 그거 진심으로 하는 말이야?"

  드물게 그는 '너' 라고 불렀다. 화가 단단히 난 모양새였다. 한쪽 눈썹을 들썩이며 시선을 피했다. 그가 나를 동정할리 없다. 그가 나를 동정했다면 내 손에 검을 쥐어주지도 않았겠지. 어깨를 으쓱거리며 그의 두 눈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치켜세워진 그의 눈썹이 천천히 내려와 제자리를 찾았다. 깊은 한숨을 내쉬더니 몸을 틀어 내 앞으로 한발자국 다가왔다. 

 "장난인거 아는데, 그런 말은 지나치지 않나?"

 "저를 바로 봐주셨으면 이런 장난 치지도 않았어요."

 물러서지 않는 대답에 그가 앞머리를 털며 다시 한숨을 내쉬었다. 항복의 의사였다. 미안. 짧게 건내고서는 곧바로 나의 이름을 불러주었다. 아임, 여기는 추워.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 나는 더 가까이 다가가 그의 뺨 위에 손을 얹었다. 죠 씨 때문이니까요. 그가 눈을 감고서는 천천히 고개를 숙였다. 나도 눈을 감고서는 그의 입술 위에 건조해진 입술을 얹었다.

 죄악감이 그와 맞닿은 입술부터 퍼져나갔다. 그는 나를 동정하지 않겠지만, 나는 그를 동정했다. 어쩔 수 없이 잔갸크의 밑에서 싸워야 했던 과거의 그를 동정했다. 선배의 죽음이라는 과거에 붙잡혀 매 순간마다 발버둥을 치는 현재의 그 역시 동정했다. 그리고 이런 불필요한 감정을 가지고 그를 사랑스러운 시선으로 바라볼 나를, 나의 내면을 영원히 알지 못 할 미래의 그도 동정했다. 그가 팔을 뻗어 내 허리를 감싸 안는 그 순간까지도 나는 부끄러움에 눈을 뜨지 못했다.


 그의 두 손으로 빌어먹을 잔갸크 놈을 죽인 일이 바로 어제였다. 흐려진 창문 너머로 불빛이 일렁이고 있었다. 난방이 돌지 않는 거실이었지만 춥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떨리는 손으로 마지막 일격을 발사하는 그의 모습이 빌딩 사이로 보이는 것만 같았다. 옆으로 그가 다가왔다. 지금은 가까이 하고 싶지 않아 옆으로 한걸음 물러났다. 그가 숄을 둘러주었다. 나는 고개를 돌릴 수 없었다. 그의 이름을 부르며 껴안고 싶었지만 차마 그러지 못했다. 그가 가디건을 단단히 여미었다. 나는 망부석처럼 그 자리에서 가만히, 부질없는 창 밖을 내다보았다. 침묵의 끝에 그가 먼저 입을 열었다.

 "무엇을 보고 계시나요?"

 그의 말에 입을 열어 대답하고 싶었다. 창문 너머의 아임을 보고 있었어. 그러나 추위로 굳어버린 입은 움직이지 않았다. 차가운 공기에 그가 연신 가디건을 여미었다. 후- 하고 불어진 입김에 창문이 흐려졌다. 나에게는 상관 없는 일이었다. 오히려 내 곁의 그를 선명하게 볼 수 있어 좋았다. 뚫어져라 바라보던 그가 한참 생각을 하더니 다시 입을 열었다.

 "저를 동정하시나요?"

 나는 곧장 그를 바라보았다. 이상한 말을 꺼낸 그 치고는 침착한 태도였다. 동요하는 기색 없이 나를 올려다보았다. 그가 나의 표정을 재빠르게 훑었다.

 "너, 그거 진심으로 하는 말이야?"

 '너' 라고 부르지 말았어야 했는데. 화가 나지도 않았지만 무심코 말이 튀어나왔다. 시선을 피하는 그의 손을 바라보았다. 어쩔 바를 모르고 쉴새없이 꼼지락거렸다. 그가 진심이 아니라는 것은 알고 있었다. 진심이었다면 시선도 피하지 않았겠지. 깊은 한숨을 쉬며 그에게로 몸을 틀어 다가갔다. 쳐져있던 어깨에 힘이 바짝 들어간 그에게, 뒷 말을 이어 말했다.

 "장난인거 아는데, 그런 말은 지나치지 않나?"

 "저를 바로 봐주셨으면 이런 장난 치지도 않았어요."

 그는 당당하다는 대답과 함께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 이런 태도면 나는 항복할 수 밖에 없었다. 미안. 그의 입꼬리가 슬쩍 올라갔다. 목 멘 목소리로 말했다, 아임. 여기는 추워. 그가 더 가까이 다가와 내 뺨에 손을 댔다. 얼음을 댄 것 만큼 차가워 나도 모르게 몸을 움찔거렸다. 죠 씨 때문이니까요. 그의 입이 오물거리며 불평을 내뱉는 게 너무 사랑스러웠다. 나는 눈을 감고 고개를 천천히 숙이기 시작했다.

   죄악감이 그와 맞닿은 입술부터 퍼져나갔다. 그가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나는 그를 동정했다. 잔갸크에 의해 자신의 반쪽을 잃은 과거의 그를 동정했다. 피로 물든 양 손을 강박적으로 씻으며 살아가는 현재의 그 역시 동정했다. 그리고 멸망한 왕국을 재건할 즈음에는 곁에 없을지도 모르는 내가, 불투명한 나의 미래를 안고 사랑해야 할 미래의 그를 동정했다. 그가 손을 움직여 내 뒷덜미를 감싸는 그 순간까지도 나는 죄책감에 눈을 뜨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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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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