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 “루카, 그 돈은 우리 다 같이 쓰기로 한 돈이잖아!” “시끄러워, 바-보! 내가 챙겨온 돈을 왜 너희와 나누어 써야 하는데?” “루카 씨이……. 갈레온이 없으니 잘 곳이 없어졌다고요…….” “그러니까. 잘 곳 정도는 알아서 챙기라고. 이 3억을 얻기 위해 얼마나 고생했는데, 내가.” 루카가 그렇게 나온다면! 박사님이 앓는 소리를 내며 돈가방에
01 “정말 여기서 내리시게?” 묵묵히 노를 젓던 우주 뱃사공이 한마디를 던졌다. 무언가를 찾는 듯 하나밖에 존재하지 않는 커다란 눈을 도르륵 굴려 사방을 살폈다. 고개를 갸우뚱하곤 지도를 펼쳐 이곳의 위치를 짐작하듯 이때까지 왔던 경로를 소리 내 되짚었다. 여기는 이미……. 쓰읍. 그리곤 다시 고개를 들어 미동 없이 밖을 바라보는 남자를 향해 입을
그에 관해서는, 묻지 말아 줬으면 하는데. 내 표정을 슬쩍 본 루카가 별다른 말을 하지 않고 뒤돌아섰다. 알았어. 그렇게 비싸다면야. 손을 슬슬 흔들며 주방으로 사라진 루카는 배고프다며 박사를 재촉하기 시작했다. 왼손을 들어 얼굴을 벅벅 문질렀다. 갑자기 저런 질문은 왜 하는지. 눈을 질끈 감고서는 근처 소파에 거칠게 앉았다. 여기는 고카이 갤리온, 나는
화려한 은박 장식이 있는 찻잔을 꺼내 티포트 옆에 내려놨다. 평소에는 잘 쓰지 않는 잔이었지만 오늘따라, 유난히 이 잔을 꺼내들고 싶었다. 부드러운 천으로 잔을 하나 닦고서는 찬장을 닫았다. 미리 물을 올려둔 주전자의 뚜껑이 들썩였다. 불을 끄고 조심스럽게 티포트에 물을 부었다. 찻잎이 빙빙 돌며 물을 옅은 갈색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좋은 향이 올라왔다.
저기, 아임 씨. 종이봉투를 품에 안고서는 치즈 고양이와 인사하던 아임이 뒤를 돌아보았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지구의 장점에 대해 줄줄 늘어놓으며 활기차던 가이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어있었다. 그는 입을 씰룩거리며 우스꽝스러운 표정을 짓더니 겨우 말을 뱉었다. 이런 소리... 바보 같은 거 알지만요. 바스락거리는 소리와 함께 고양이는 담을 뛰어 넘어 아스팔
*해당 글에는 극장판에 대한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적의 일격에 고카이오가 해체된 후, 가장 먼저 잿더미로 변한 것은 고카이 갤리온이었다. 공중으로 떨어지는 머신들 앞으로 재빠르게 날아가 쏟아지는 폭탄을 막고서는 그렇게 사라졌다. 다음으로는 고카이 트레일러가 화마에 먹혔고, 고카이 제트가 격추를 시도했지만 그 마저도 실패로 돌아갔다. 고카이
5명의 선원 앞에 떨어진 기묘한 티켓은 단 한 장이었다. 몸을 추스르고 갤리온에 돌아온 해적들은 아무 말 없이 티켓을 바라보기만 했다. 긴 침묵을 깨고서는 네비가 이리저리 날아다니며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소원을 이루어주는 티켓! 완전 누워서 떡 먹기네! 그렇지 마벨러스? 그러나 선장은 침묵을 유지했다. 답변이 돌아오지 않자 네비는 방향을 틀어 공주에게
그는 얼룩진 창 너머의 지구를 바라보고 있었다. 표정 하나 없이 그저 빛나는 도시를 바라보고 있었다. 난방이 돌지 않는 거실이었지만, 겉 옷 하나 걸치지 않고 있었다. 옷걸이에 걸려진 두터운 분홍색 숄을 들고서는 그의 곁으로 다가갔다. 같이 바라보자는 듯, 그가 옆으로 한 걸음 물러났다. 까치발을 들고서는 그의 어깨에 숄을 둘러주었다. 그는 묵묵히 창문
늪과도 같은 깊은 잠에 빠져버린 이유는 그래, 이틀간 벌어졌던 잔갸크 행동대장과의 전투 때문이었다. 욕실에서 나오기가 무섭게 침대에 쓰러져버린 몸이 푹신한 이불 사이로 사라졌다. 보송보송한 섬유 유연제 향기가 피로에 절여진 나의 등을 토닥였다. 조금만 눈을 감자. 그렇게 옷을 입는 것조차 망각하고선 침대 아래로 스며들기 시작했다. 경쾌하게 울리는 아
아임의 흑화 요소가 있습니다. 다소 폭력적인 묘사가 있습니다. 그녀의 발길질을 피하고 싶진 않았다. 검은색 가죽 부츠 위로 축축한 혈액이 번져나가기 시작했다. 신음조차 흘리지 않는 내가 원망스러웠는지 다시 그녀가 한 쪽 발을 들어 올렸다. 둔탁한 소리와 함께 머리가 한 쪽으로 빙글, 돌아갔다. 흐릿했던 왼쪽 시야가 완전한 암흑 속으로 사라졌다. 눈
죽음에 관한 직접, 간접적인 묘사가 있습니다. 화려한 금색 무늬가 새겨진 분홍빛 찻잔이 바닥을 향해 떨어졌다. 요란한 소리와 함께 찻잔은 조각조각 부숴 졌다. 찻잔을 들고 있던 자신의 손이 사시나무처럼 떨리는 것이 느껴지자, 황급히 두 손을 모아 풍성한 치마 속으로 숨겼다. 심장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찻잔 안에 들어있던 레이디 그레이가 마룻바닥을 스멀
“머리색을 바꿔 볼까요?” 짙은 갈색 머리를 쓸어내리던 아임은 작게 중얼거렸다. 눈을 슬며시 떠서는 아임을 바라보았다. 지구에 있을 때 보다는 길어져버린 머리카락을 쓸어내리던 아임은, 문득 어떤 시선을 느끼고선 고개를 들었다. 죄송해요. 운동을 멈춘 나의 모습을 본 아임이 사과를 했다. 왼손을 들어 좌우로 저었다. 운동은 이 정도면 충분 하였다. 자리
아임. 그 한마디에 너는 뒤를 돌아보고선 쪼르르 다가왔다. 이른 아침마다 반복되는 일상이었다. 의자에 앉은 뒤 몸을 내 쪽으로 기우는 널 바라 보았다. 죠 씨. 고개를 뒤로 젖히고서는 내 얼굴을 바라보는 그 모습에, 흘러나오는 웃음을 참지 못하였다. 그럼 너는 마주 웃으며 다시 앞을 바라보았다. 물기가 아직 다 마르지 않은 머리를 손으로 흔들었다. 간지러
이따금 저는, 포근한 잠자리에 누워 누군가를 생각하곤 합니다. 예컨대 지난주 안드로메다 은하 변방의 한 행성에서 만난 파미유 별의 사람들 같이 말입니다. 생명체가 살지 않는다고 판단한 저희는 잠시 쉬기 위해 얼어붙은 호수 위에서 놀기 시작했습니다. 그 때, 이 행성에서 은둔하며 지내고 있던 파미유 별의 사람들이 저를 부르며 뛰어왔지요. 많은 사람들이 저의
무려 2014년도에 쓴 글이어서 업로드하지 않으려고 했습니다... 그래도 자료는 백업해 놓는게 좋다고 생각해서 올립니다. 2014년도 작인걸 감안하고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래서 정말 그 사람이랑 같이 안 가는 거야? 그런 거야?” “안 간다고 몇 번을 말했잖아. 지금이 딱 좋다구.” 그 날도 어김없이 쇼핑을 하고 돌아오는 길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