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적전대 고카이쟈

타입

이카리 가이 + 아임 드 파미유 (은도)

소리꾼 by 박메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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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기, 아임 씨. 종이봉투를 품에 안고서는 치즈 고양이와 인사하던 아임이 뒤를 돌아보았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지구의 장점에 대해 줄줄 늘어놓으며 활기차던 가이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어있었다. 그는 입을 씰룩거리며 우스꽝스러운 표정을 짓더니 겨우 말을 뱉었다. 이런 소리... 바보 같은 거 알지만요. 바스락거리는 소리와 함께 고양이는 담을 뛰어 넘어 아스팔트 도로를 달려갔다. 하지만 아임은 고양이에게 인사를 해 줄 여유가 없었다. 무슨 일이시지? 큰 눈동자를 이리저리 굴려 가이의 돌발행동에 대한 이유를 찾아보았지만, 표정이 굳을 만큼 심각한 일이라곤 없어 보였다. 바보 같다니요, 그런. 제게 무엇이든 말씀 해보세요. 아임의 말에 가이가 고개를 숙이고서는 허탈한 웃음을 흘렸다. 이런 사람에게 어떻게 말할 수 있을까. 저 그런 거 못 한다고요...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중얼거리던 가이는 고개를 들고서는 평소와 같은 톤으로 말했다. 너무 배고파서 쓰러지겠어요! 그러더니 느닷없이 폴짝폴짝 뛰며 가던 길을 걸어가기 시작했다. 오늘 밥은 이탈리안 스페셜! 의중을 모를 행동에 아임은 고개를 연신 갸웃거리다 뒤늦게 비운의 사나이를 쫓아가기 시작했다.


 바-보 아니야? 마룻바닥에 엎어져 있는 가이를 발로 툭툭 건드리며 루카가 소리쳤다. 그렇죠? 눈물로 마룻바닥을 축축하게 적시던 가이는 급기야 허우적거리며 바닥을 쓸기 시작했다. 자격 꽝이네. 그-렇-죠? 그런 둘의 모습을 보고 있던 박사가 놀라 달려와서는 루카의 발을 바닥에 내려놓았다. 그리고선 바닥과 한 몸이 되어버린 가이를 겨우 일으켜 세우고서는 위로의 말을 주절주절 늘어놓았다. 루카, 그렇게까지 말할 필요는 없잖아. 응? 다음 기회가 있지 않을까? 예를 들면 지금처럼 장을 보러 나갔을 때? 얼굴에 붙은 먼지를 손바닥으로 대충 털던 가이가 울먹이며 박사의 이름을 불렀다. 아임이 받아 줄까? 와드득. 주방에서 몰래 훔쳐온 사과를 먹던 마벨러스가 한 마디 거들었다. 박사가 뒤늦게 타박했지만 가이는 다시 바닥에 엎어져 울기 시작했다. 징징거리는 게 시끄럽다며 루카가 이번에는 가이를 발로 잘근잘근 밟아댔다. 마벨러스는 호탕하게 웃으며 사과를 소리 내어 먹었고, 네비는 엉망이 되어버린 거실 위를 빙빙 돌며 비웃듯 말했다. 바보, 바보!

  박사가 자신의 신세를 한탄하며 눈물을 글썽일 때 즈음 주방에서 아임의 목소리가 새어 나왔다. 애플파이가 바삭바삭하게 구워졌네요. 어, 그러게. 죠의 다정한 목소리에 가이는 머리를 쥐어뜯으며 마룻바닥을 몸으로 쓸기 시작했다. 역시 죠 씨처럼 다정한 사람을 좋아하시는 거겠죠, 아임 씨는? 아니면 돈 씨처럼 재미있는 사람이거나, 마벨러스 씨처럼 나쁜 남자 타입? 아니지, 아니야. 어쩌면 양면의 동전 같은 루카 씨 같은 타입이거나...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루카가 눈썹을 들썩이며 가이의 등판을 힘주어 연신 밟았다. 가이의 비명소리에 맞춰 마벨러스가 비웃음을 날리더니 앙상해진 사과를 쓰레기통에 던져 넣었다. 그러지 말고 연습해보지 그래, 고백. 누군가의 말 한마디에 아프다며 버둥거리던 가이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고, 등을 신나게 밟던 루카는 자빠져 투덜거렸다. 그게 말이죠, 아임 씨가 없을 때에는 고백, 이라는 거를 당차게 할 수 있는데 말입니다. 흠, 흠. 목을 몇 번 가다듬고서는 진지해진 목소리로 가이가 말했다. 아임 씨, 저. 아임 씨를 좋아합니다. 아니. 사랑합니다! 그렇게 말하며 손을 뻗은 기묘한 자세로 뒤를 돌아본 가이는 그대로 굳을 수밖에 없었다. 턱. 아임의 손에 들려있던 애플파이가 맥없이 떨어졌다. 하나 더 구워야겠네. 고백을 하라고 부추긴 당사자인 죠는 옅은 웃음을 흘리며 다시 주방으로 돌아갔고, 거실에는 정적만이 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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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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