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적전대 고카이쟈

발전

죠 깁켄 + 아임 드 파미유 (청도)

소리꾼 by 박메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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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려한 은박 장식이 있는 찻잔을 꺼내 티포트 옆에 내려놨다. 평소에는 잘 쓰지 않는 잔이었지만 오늘따라, 유난히 이 잔을 꺼내들고 싶었다. 부드러운 천으로 잔을 하나 닦고서는 찬장을 닫았다. 미리 물을 올려둔 주전자의 뚜껑이 들썩였다. 불을 끄고 조심스럽게 티포트에 물을 부었다. 찻잎이 빙빙 돌며 물을 옅은 갈색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좋은 향이 올라왔다. 주전자를 본래 있던 자리에 두고서는 쟁반을 들고 거실로 나왔다. 이 배에서 해적들과 같이 지내기 시작한지 벌써 16일 째. 처음에는 적응을 곧바로 하지 못해 여러모로 민폐를 끼쳤지만, 이제는 제법 해적같이 행동할 수 있게 되었다. 무기로 적들을 호쾌하게 물리치거나 능숙하게 집안일을 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었지만 장족의 발전이었다. 그래도 한 가지 발전을 하지 못한 게 있다면 그건 바로 이 사람과의 관계였다.


  “아, 죠 씨. 계신 줄 몰랐어요. 마벨러스 씨와 함께 밖으로 나가신 거 아니셨나요?”

  “어. 마벨러스 혼자서도 충분할 것 같아서.”

 

 그는 짧게 대답하고서는 뒤돌아 겉옷을 벗기 시작했다. 그...렇군요. 더 이상 대화를 이어나갈 기미가 보이지 않아 쟁반을 내려놓고 중앙 의자에 앉았다. 배에 오른 지 16일이나 지났지만 검을 배울 때를 제외하고서는 그와 사적인 대화를 전혀 나눠본 적이 없다. 말을 먼저 걸어볼까 싶었지만 마벨러스 씨와 싸우는 모습을 보고 나니 그럴 용기도 없어졌다. 티포트의 뚜껑을 들어 찻잎을 빼냈다. 그윽한 홍차의 향이 훅하고 올라와 거실을 적셨다. 은빛 잔에 연갈색 홍차를 따르고서는 천천히 흔들어보았다. 가볍게 찰랑거리는 모양새가 딱 보아도 잘 우러난 홍차였다. 눈을 천천히 감고서는 향을 음미하며 한 입 홍차를 마시는 순간 예상치 못한 질문이 날아왔다.

 

 “맛있나? 그거.”

 

 켈룩, 켈룩. 눈도 뜨지 못한 채 헛기침을 해대자 그는 다급하게 사과하며 가까이 다가왔다. 괜찮아요, 손을 그 쪽으로 뻗고서는 고개를 저었다. 그의 커다란 손이 어깨에 닿았다가 다시 멀어졌다. 기침이 멎을 때 즈음 눈을 뜨고서는 그를 바라보았다.

 

 “...그렇게까지 놀랄 질문은 아니잖아.”

 

 어째서인지 그는 섭섭하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눈을 깜빡이지도 않고 나를 바라보더니 바로 옆 의자에 앉았다. 답지 않게 손을 비비며 할 말을 고르던 그는, 입을 열었다 다시 닫으며 중얼거렸다. 아무것도 아니다. 그의 말에 무어라 답해야할지 몰라 멀뚱멀뚱 얼굴만 바라보았다. 도대체 무슨 말이 하고 싶으신 걸까? 그는 책상에 나있는 흠집에 시선을 고정시키고서는 나를 바라보지 않았다. 그러더니 벌떡 일어나서는 한마디를 던졌다.

 

 “마저 마셔라.”

 “잠, 시만요.”

 

 몸을 돌리려는 그의 팔목을 간신히 잡고서는 어정쩡한 자세로 올려다보았다. 흠칫 굳은 그의 몸이 삐꺽거리며 돌아가는 듯 했다. 그가 내 얼굴을 잠시 바라보더니 이내 잡혀버린 팔목을 바라보았다. 앗. 화들짝 놀라 팔목에서 손을 떼었다. 그가 잡혔던 팔목을 다른 손으로 쓱쓱 문지르기 시작했다. 망했다. 그의 기분을 상하게 할 생각은 추호도 없었는데, 괜히 가던 사람을 잡았나 싶어 허리를 굽히며 사과했다.

 

 “죄송합니다!”

 “...그렇게 사과할 필요까지야.”

 

 죠는 자신의 몸에 손대는 걸 정-말 싫어해. 언젠가 루카 씨가 해주었던 조언이 머릿속에서 울려 퍼졌다. 말은 저렇게 해도 속으로는 정말 질색하고 계시겠지? 고개를 살짝 들어 그의 표정을 살펴보았다. 그러나 그의 얼굴에서 분노란 전혀 보이지 않았다. 다만 나의 다음 말이 궁금하다는 듯 팔짱을 끼고서는 묵묵히 내려다보고 있을 뿐이었다. 이것도 괜히 과장된 행동인 것 같아 슬그머니 허리를 폈다. 어깨에 둘러져 있던 숄을 다시 고쳐 매며 입을 열었다.

 

 “같이, 티타임을 가지지 않으실래요? 다른 게 아니라 죠 씨께서 차 맛이 궁금하다고 하셔서. 생각해보니 죠 씨와는 차를 같이 마셔본 적이.”

 “그래.”

 

 이번에도 그는 짧은 대답으로 기나긴 이유를 대는 나의 입을 닫게 만들었다. 그 사이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 방금과 같이 의자에 앉고서는 나를 바라보았다. 네... 이유 없는 대답을 하며 멍을 때리니 약간의 웃음이 섞인 말이 되돌아왔다. 찻잔 하나로 같이 마실 건가?

 

 “아, 아니요! 죠 씨 잔을 가져올게요.”

 “아, 그래.”

 

 도망치듯 자리를 박차고 나와 주방으로 숨어 들어갔다. 죠 말이야, 까칠해 보여도 속은 부드러운 사람이니까. 박사님이 그 사람에 대해 해주셨던 조언이 머리에서 떠올랐다. 몇 분 전에 닫았던 찬장을 다시 열었다. 테이블 위에 놓여 있는 잔과 똑같이 은박으로 장식된 잔을 꺼내 들었다. 새로운 천을 꺼내 잔을 닦기 시작했다. 어쩌면 그 역시 나와 같이 서로의 관계를 발전시키고 싶었던 걸지도 모르겠다. 관심도 없는 차의 맛을 물어보고, 평소라면 거침없이 내뱉을 말도 몇 번이고 골라 말하고, 다소 뜬금없는 제안에도 기꺼이 시간을 내어주었다. 뽀득거리는 소리를 내는 잔을 눈높이에 맞춰 들었다. 은색 잔이 푸른 그와 참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잔을 들고서는 거실로 나갔다. 티포트 안을 이리저리 살피던 그가 아무 짓도 안했다는 듯 시치미를 떼며 자리에 바로 앉았다. 그의 앞에 찻잔을 두고서는 조심스럽게 차를 따랐다. 고맙다는 인사와 별 거 아니라는 대답이 뒤를 이었다. 고카이 갈레온이 56번 은하를 지나가기 시작했다. 거실에서는 두 사람의 대화가 드문드문 이어졌다. 그리고 이 일은 훗날 형성될 어떠한 관계를 향한 발전의 시작점이었다.


엄청 옛날 부터있던 리퀘박스 요청이었는데 지금 밀어봅니다ㅠㅠㅠㅠㅠㅠ 뭔가 청도 첫만남은 이럴것 같지 않나요?? 아임 들어온지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에는 진짜로 아직 해적들에게 적응못했을 것 같다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여튼 이 둘은 본편부터 사귀는데 (날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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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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