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인사
유하와 아리엘 계연 로그
첫 인사
게이트가 열렸다는 통신이 전해져왔다. 유하는 언제나와 같이 제 머리를 정리하곤 현장으로 향했다. 단말기는 쉴틈없이 깜빡이고 있었다. [A급 마수 출현 XX시 시민들은 XX구 현장에서 대피하시길 바라며...] 자연스레 그것을 끈 그녀는 바닥으로 얼음을 펼쳤다. 미끄러지듯 그 위를 나아간 유하는 사람들에게 소리쳤다. 질서를 지켜 대피하세요. 달리시면 안됩니다. 단호한 목소리로 말하는 그녀였다. 목소리를 내는 그녀는 사람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사람들은 헌터인 유하가 왔다는 사실에 안심한 것인지 한 풀 기세가 꺾였다. 무어라 웅성거리는 분위기였지만 유하는 그대로 대피공터를 가리킨 채였다. 사람들은 호기심이 어린 채로 걸음을 옮겼다. 유하는 어느정도 건물 주위에서 사람들이 벗어나고 나서야 제 단검을 꺼내들었다. 게이트에서 나타난 괴수가 형용할 수 없는 울음소리를 뱉어내고 있었다. 와이번 류의 마수를 보고 그녀는 절레절레 고개를 저었다.
“상성이 안좋은데.”
그러나 그녀에게 있어 할 수 있느냐는 문제가 아니었다. 하느냐가 문제였다. 유하는 그대로 단검을 역수로 쥐었다. 노려보는 시선이 가늘었다. 불을 뿜어내는 마수는 그녀를 향해 날갯짓을 했다. 키에엑. 열기가 그녀의 얼굴을 강타하였다. 유하는 헛웃음을 지었다. 시야를 차단할 수 있다면 먼저 나섬직해 보였다. 유하는 제 주위로 얼음을 펼쳐냈다. 와이번이 불을 뿜어내고, 증기가 퍼져나갔다. 그녀는 그 사이로 어른거리는 와이번의 그림자를 포착했다. 그대로 주위의 잔해를 발판삼아 뛰어올랐다. 그리고는 내려꽂는 날붙이. 날붙이가 갑각을 뚫고 들어가면 유하는 그대로 그것을 밀어넣었다. 울부짖는 비명소리가 그대로 울려퍼졌다. 그리고 퍼져들어가는 냉기. 치명적인 절대영도가 와이번을 얼어붙게 만들었다. 그대로 움직임이 멎은 마수는 둔탁하게 지면으로 쓰러져내렸다.
“역시 S급 헌터야.”
나긋한 목소리에 돌아보면 현장수습반인 나리가 있었다. 유하는 눈길만을 준 채로 뺨에 묻은 혈액을 닦아냈다. 나리는 손수건을 건네며 웃음을 지었다. 유하가 그것을 귀찮은 눈길로 받아들면 나리는 어깨를 으쓱였다. 고맙다는 말도 없니. 그런 말을 하는 나리는 서운한 기색조차 없었다. 유하도 그것을 아는지 상대를 응시할 따름이었다. 상대는 덜 닦인 얼굴을 문질러주고는 자신의 자가용을 가리켰다. 연구실에서 기다리는 사람이 있다는 말이 뒤따랐다. 유하는 그제서야 조금 의아한 눈을 했다. 연구소장은 구태여 그녀를 부를 사람까지는 아니었다. 이유를 궁금해하는 유하에게 나리가 설명하였다.
“새로운 파트너가 배정될 예정인가봐. 너도 길드원이니 단체생활 하는 것 정도는 알잖아.”
“...알지.”
그런 말과 함께 유하는 차를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이번 파트너 또한 짧게 가게 될까. 그런 잡생각을 하며 그녀는 옷매무새를 바로했다. 야전조끼의 주머니 단추들이 달그락댔다. 유하는 작은 한숨을 쉬며 차의 좌석에 등을 기대었다. 나리가 차를 몰며 잠시 자두라는 이야기를 했다. 고생했잖니. 그런 말과 함께 차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 카테고리
- #기타
댓글 0
추천 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