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와 벌

호명

 명은 어리석고 어려 만 년을 견디고도 모든 것이 제 일인 양 고통스러웠다. 나기를 제왕으로 나, 누구보다 하찮게 마감할 생이었으나 결국에 제 명운을 거슬러 눈밭에서 일어나 산군이 되었으니. 극복하지 못할 것 만무했다. 다만 세상의 비극을 받아들이기에 명은 너무도 유약했다. 아니, 따지자면 누구보다 단단할 지도 모를 명이었다. 그 모든 고통을, 슬픔을, 비극을. 제 품으로 끌어안았으니.

 명은 그럼에도, 제 오랜 친우는 잃고 싶지 않았다. 제 친우가 얼마나 거대한 고통에 신음할지, 아마 누구보다 잘 아는 이는 그였다. 단언컨데, 명은 어둠에 가장 가까운 빛이었다. 아니 빛을 흉내내는 어둠에 불과했다.

 명이 건넬 수 있는 것이라곤, 제 미약한 온기 뿐이었기에. 하여 나누었다.

 “야속하지 않은가. 사랑하여 아끼려 하면, 그리 금새도 떠나버리니.”

 언젠가 당신에게 위로를 받았던 적도 있더랬다. 아끼던 아이를 잃고 무너지던 명을, 당신은 가만히도 받쳐 주었더랬다.

 눈물이 흐르지 않는다 하여 울지 않는 것이던가. 하염없이, 소리없이, 눈물조차 숨기어 가며. 사랑하는 이들은 꼭 그리 울곤 했다. 이토록 커다란 아픔에 그만 눈물마저 삼켜내곤 했다.

 “말했던가, 생은 저주라고.”

 명은 자조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들에게 너무나 가혹한 저주가 아니던가. 하물며 ‘존재'인 당신에겐, 더 특히나. 하여 명은 더욱 당신을 아꼈다. 나기를, 아니 그렇게 존재할 것이 그 명운을 떨쳐내고 힘껏 사랑하기에. 어둠으로 존재해 기어코 그토록 밝게 빛나던 당신이기에.

 “인사는 무얼. 이리 본 것으로 족하네. … 그저, 그냥 좀 쉬지.”

 그리 말하며 명은 눈을 감는다. 그렇게 조금의 시간이 흐르고, 다물렸던 입은 천천히 떨어진다.

 “세상에 죄가 많지.”

 여전히 눈은 감은 채로, 고개만 조금 돌려 당신 쪽을 향한다.

 “그리고 죄악을 저지르는 이들도 파다하고 말이야.”

 가만히 웃어주었다. 당신을 향해.

 “그런데 그것이 자네는 아니지 않은가. 적어도 자네만큼은, 그 죄에서 자유롭지 않겠는가.”

 분명히 그러했다. 그들을 누구보다 아끼고 사랑한 것은 다른 누구도 아닌 영화였으니. 그런 당신에게 감히 누가 죄를 물을 수 있겠는가. 명은 다시 한참을 말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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