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림

가지 않은 길

히데우마

완벽한 세상에는 필요 없기에 버려진 자들의 땅. 모든 이가 칼을 들고 타인의 소유를 탐내는 곳. 우마는 그 땅에서 평생을 살았고, 남겨진 것들의 섬에서 모두가 가지 않는 길에는 이유가 있음을 안다.

하지만 때로 모든 선택은 알고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섬에는 마법이 빠져나가며 생긴 몇몇 이상 현상이 있다. 피하지 않으면 잡아먹혀 사라진다는 걸 모두가 알지만… 동시에 그 누구도 피할 수 없는 모순된 현상.

마치 ‘지금’처럼.

우마는 빛이 들어오지 않는 자갈길의 끝을 볼 수 없음에도 계속 걸었다. 어둠을 가르는 찬 바람이 느껴지고, 곳곳에서 주민들의 목소리가 들린다.

하지만 그 무엇도 ‘진짜’가 아니다. 우마는 규칙을 외우고 있다. 그녀가 명확하게 인식하고 있는, 확실하게 ‘살아있는’ 것이 나올 때까지 향해야 한다.

그 끝이 어디일까.

살아있는 것은 무얼 기준으로 하지.

인정하기 싫지만, 우마는 이 상황에 공포를 느꼈다. 현상 속에서 길을 잃어 신분을 겨우 구분할 수 있던 악당의 시체가 계속 떠오르며, 그녀를 미치게 했다. 그런 꼴이 나는 건 사양이다. 아직 해야 하는 일이 많다. 우마는 숨을 고르고, 작은 거라도 이질적인 것을 찾으려 애썼다.

순간 뭔가 움직이는 게 보였다.

빛이라곤 한줄기 없는 새까만 어둠 속에서, 그건 분명하게 어둠과 구분되었다. 우마는 저도 모르게 한 걸음 뒤로 물러섰다. 저것이 규칙 속 ‘살아있는’ 것임이 확실하다는 판단은 되나, 몸이 쉽게 움직이지 않았다. 다리가 뻣뻣하게 굳었다.

하지만 그녀는 우르술라의 딸이다. 다른 이를 공포에 도망치도록 해야지, 그 자신이 겁에 물러서는 모습을 보여선 안 된다.

숨을 내쉬고 앞으로 걸어가려는 순간, 갑자기 무언가 우마의 입을 막았다. 우마는 반사적으로 있는 힘껏 깨물었다. 순간 피 맛이 난 게, 실수로 입 속을 깨물어서 나는 게 아니라면, 이것은 ‘살아있는’ 것이 분명했다.

“…조용히.”

우마는 귓가에 속삭이는 낮은 목소리를 알았다.

“조용히 나가야 해, 우마.”

새까만 시야 속에서, 남자의 약한 푸른 빛은 분명하게 가야 할 길을 보여주었다. 힐데브란트는 천천히 움직였다.

우마는 여전히 그녀의 입을 막은 손을 물고 있었는데, 힐데브란트는 그에 관해선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그는 꼭 고통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처럼 어둠 속만 경계하고 있었다. 위험에 대한 공포로 머리가 빳빳하게 서는 중에도, 우마는 힐데브란트의 반응에 대해 생각했다.

이것이 정말로,

‘살아있는’ 것이 맞나?

우마는 그런 의문을 가졌고,

“‘의심하는 자는 바람에 밀려 요동하는 바다 물결과 같느니, 감히 의심하지 말라.”’

힐데브란트는 마치 알고 있다는 듯 답한다.

그것이 오히려 의심을 키운다는 걸 남자는 알까.

빛이 드는 곳으로 빠져나오고서야 힐데브란트는 우마를 품에서 놓았다. 시선 끝은 여전히 길 너머를 보고 있지만, 경계는 사그라들었다.

갑자기 몰아치는 빛 속에서 눈을 가늘게 뜬 우마는 이상한 걸 알아챘다. 분명, 우마는 깨물어서 힐데브란트의 손에 상처를 냈다. 쇠 맛은 아직도 입 속을 맴돌았다. 하지만 힐데브란트의 손에는 작은 물림 자국마저도 남아있지 않다.

그것이 가능한 일인가?

우마가 감히 그 정체를 캐물으려는 순간, 힐데브란트가 먼저 입을 열었다.

“내가… 길을 다시 알려줘야 하나?”

빌어먹을 놈. 섬의 아이라면 모를 수가 없는, 그 내려다보는 시선에 우마는 힐데브란트를 노려봤다. 아주 조금 있던 고마운 마음까지도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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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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