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3주 :: 가지 않은 길
OC
리암은 불 타는 저택을 보고 있었다. 썩 유쾌하지만은 않은 광경이었다. 아마도 정확히 그런 이유로 보게 된 광경이겠지만. 쯧, 하고 혀를 차는 소리가 작게 울린다. 하여간 취향들이 고약해. 꼭 남의 기억을 들쑤시고 헤집어놓다가 이렇게 반갑지 않은 것들만 골라 꺼내놓곤 한다니까. 불길 너머로 바람 따라 흔들리는 머리칼이 있다. 불꽃의 색을 닮은 붉은 색. 만개하고 시든 장미의 색. 우스운 환상이다. 생각하면서도 리암은 그로부터 쉽게 시선을 거두지는 못했다. 이런 때마다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말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리암이 작게 입을 열어 중얼거렸다.
그때 네 곁에 남을 걸 그랬어.
카르디아는 말했다. 그랬다간 당신도 죽었을 거예요. 그는 물론 죽지 않았다. 리암도 마냥 후회하는 건 아니었다. 하지만 그래, 가지 않은 길이라는 건 누구나 한 번쯤 돌아보게 되는 거니까. 그냥 상상이라도 해 보는 거지. 그럼 네가 조금 덜 괴로웠을까, 하고. 그러자 카르디아는 말했다. 내가 제일 괴로웠던 건……. 리암이 되물었다. 괴로웠던 건? 카르디아는 침묵했다. 그러나 리암은 그 답을 알고 있었다. 침묵은 때때로 그 자체로 답이 되어주니까. 가여운 카르디아. 그는 저 죽으라고 저주를 퍼붓고 떠나버린 어린애에게 사랑에 빠지고 만 것이다. 그가 제 죽음 앞에 눈물 흘리며 분노했다는 이유만으로.
그건 유쾌한 일은 아니었다. 별로 마음이 좋지는 않네, 리암이 중얼거렸다. 널 위해 울어주는 사람이 여지껏 없었다는 건.
서서히 풍경이 바뀐다. 소파에 앉아 끌어안은 몸이 차고 딱딱했다. 사후 경직이 시작된 시체를 안고 있는 것처럼. 카르디아는 물론 죽지 않았다. 그는 종종 스스로를 죽지 않고 움직이는 시체 정도로 말했지만, 리암이 보기로 가장 중요한 건 그가 살아 있다는 사실 뿐이었다. 물론, 그런 말을 했다간 카르디아는 언제나처럼 얼굴을 굳힐 게 뻔했다. 리암이 그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걸 드러낼 따름이니까. 누군가가 다른 누군가를 이해한다는 건 불가능해……. 죽어가던 괴물이 말했다. 나와 너무 다른 존재를 만나면 불행해지고 말아. 괴로워하던 인간이 말했다. 맞는 말이기야 하지, 리암은 턱을 괸 채 시선을 내렸다. 풍경이 바뀐다. 그는 어둠 속에 홀로 서 있다. 과거의 환영과 상념이 빚어낸 신기루가 어지럽게 섞여들고 있는 어둠 속에.
고개를 들면 다시, 불 타는 저택의 풍경이 보인다. 리암은 불길 속으로 되돌아가 그를 끌어안을 수도 있었다. 가지 않은 길을 확인해볼 수도 있었다. 그러나 그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걸음을 돌려 차에 올라탄 리암이 시동을 걸었다. 검은 연기에 휩싸인 저택이 멀어져 간다. 이해하네 어쩌네, 다르네 어쩌네……. 생각할 시간이 없었다. 만약 다른 선택을 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가정도 무의미한 것이다.
그는 다만 ‘지금’의 카르디아가 보고 싶었다. 거친 도로 위를 달리는 차가 속도를 올렸다.
저택은 금세 보이지 않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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