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햄
모든 마법적인 것들을 잊어버린 시대였다. 인간들은 엄연히 존재했던 모든 ‘비과학적인’ 것들의 역사를 간단히 부정했다. 신비가 살아 숨쉬던 그 시간은 미신에 휘둘렸던 우스운 과거로 취급되었다. 퀸시가 보기로, 이성과 합리가 모든 것을 재단하고 저울질하는 세계란 그리 마음에 드는 모양새는 아니었다. 그의 기원이 ‘마법적인 것’이라서인지는 몰라도. 퀸시는 마
리암은 불 타는 저택을 보고 있었다. 썩 유쾌하지만은 않은 광경이었다. 아마도 정확히 그런 이유로 보게 된 광경이겠지만. 쯧, 하고 혀를 차는 소리가 작게 울린다. 하여간 취향들이 고약해. 꼭 남의 기억을 들쑤시고 헤집어놓다가 이렇게 반갑지 않은 것들만 골라 꺼내놓곤 한다니까. 불길 너머로 바람 따라 흔들리는 머리칼이 있다. 불꽃의 색을 닮은 붉은 색. 만
경쾌한 기타 소리가 울렸다. 소리를 따라 시선 옮기니 길거리 밴드 공연이 한창이었다. 대여섯 남짓의 관객을 앞에 둔 채 자유롭게 줄을 튕기고, 스틱으로 드럼을 두드리는 모습에 팀은 잠시 시선을 빼앗겼다. 빈말로라도 좋은 연주였다고는 못할 것이었으나, 말 그대로였다. 그들은 자유로워 보였다. 잠시 그 모습을 지켜보던 팀이 모자를 조금 더 눌러 썼다. 활짝 열
너도 긴장 같은 걸 하나 봐. 무대 뒤에서 숨을 고르던 마린이 한쪽 눈썹을 들어올렸다. 이럴 때 긴장 안 하는 사람도 있어? 애초에 네가 그런 말을 할 형편은 아니잖아, 베르타. 너야말로 긴장 같은 건 조금도 안 하는 것 같고. 오히려 내가 비결을 묻고 싶을 지경이라니까. 베르타는 과연, 무감하기 짝이 없는 얼굴로 마린이 푸념하듯 쏟아내는 말소리를 듣고 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