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4주 :: 잊혀진 ■■■
OC
모든 마법적인 것들을 잊어버린 시대였다. 인간들은 엄연히 존재했던 모든 ‘비과학적인’ 것들의 역사를 간단히 부정했다. 신비가 살아 숨쉬던 그 시간은 미신에 휘둘렸던 우스운 과거로 취급되었다. 퀸시가 보기로, 이성과 합리가 모든 것을 재단하고 저울질하는 세계란 그리 마음에 드는 모양새는 아니었다. 그의 기원이 ‘마법적인 것’이라서인지는 몰라도.
퀸시는 마녀였다. 지금은 마녀가 아니지만. 그럼에도 그는 자신이 마녀로서 살아가던 그 기나긴 시간들을 모두 기억하고 있었다. 모두가 그 시간을 잊어버리고 지워버린 시대에 말이다. 누군가가 그 사실을 알았더라면 물어왔을지도 모른다. 안타깝다는 듯이 눈썹을 늘어트리고서, 외롭지 않아요? 그 마음을 다 이해한다는 듯이. 그러나 퀸시는 태연히 답했으리라. “외롭지 않아요.” 외로워야 하는 건가, 되묻는 것처럼. 돌이켜 보면 그랬다. 그 모든것이 사라지기 전에도 퀸시는 그런 것들에 크게 동질감을 느낀 적이 없었다. 같은 마녀를 앞에 두고도 그랬다. 동일한 종이라는 것을, 유사한 점이 많은 개체라는 것을 머리로는 알았다. 그러나 마음에 와 닿은 적이 없었다. 그래서 자신만이 살아 남은 걸까? 그것들과 같지 않아서. 합리적인 것은 아니지만, 완전히 마법적인 것도 아니라서…….
간단히 말하자면 이도저도 아니라서.
생각하고 보면 퀸시는 어렴풋이 한 괴물을 떠올린다. 그것도 이 시대에 멀쩡히 살아 남아 숨쉬고 있었다. 그것은 괴물이 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괴물인데도 그렇게 말했다. 그래서 이도저도 아니게 된 걸까. 그래서 살아 남아 버린 걸까. 잊혀지지 못하고, 지워지지 못하고. 시간의 흐름을 따라 저물지도 못하고……. 구시대의 찌꺼기처럼 남아서.
퀸시는 생각했다. 안쓰러워해야 했던 건가. 그러나 아무래도 좋은 일이다. 퀸시는 그 괴물이 어디로 향했는지 알지 못한다. 아마 남은 생 동안에도 계속 그럴 것이다. 그것이 길든지, 짧든지 간에.
그를 다시 볼 일은 없을 것이다. 그런 기분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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