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음과 잊음의 차이
송상빈으로 '잊혀진 기억'
우리는 얼마나 많은 사실을 잊고 사는 걸까. 아니면 잃고 사는 것인가.
망각은 신의 선물이라 하지만 그에게는 잔인한 선물이라 생각한다. 보라색의 상자와 검은 리본으로 감싸진 반듯한 선물은 야속하게 초침이 흘러갈수록 모래처럼 기억이 사라진다. 경찰이란 공무원을 몇 년이나 했을까? 경찰이기 이전의 세월보다 이젠 압도적으로 경찰인 때가 많아졌다. 시간은 의미 있으며 세월은 허무하게 무의미하다. 스쳐지나간 이들의 얼굴을 생각해본다. 자신을 한심하게 보는 표정은 옛날 옛적 이야기가 되었다. 이제는 그런 얼굴의 표정보다는 자신을 우러려보는 표정이 저를 바라본다. 총경님. 과장님. 수많은 기대, 가끔씩 자신을 탓하는 분노여린 감정이 자신을 쏟아올 때마다 송상빈은 무의식적으로 숨을 멈춘다.
고요한 바다에 입수한 기분이다. 그럼에도 정작 자신은 고요해지지 않는다. 숨을 멈춰도 심장은 계속 뛰기 마련이다. 안다. 내가 몇을 살았는가? 오히려 더 시끄럽게 쿵쾅거리는 맥을 느끼곤 다시 현실로 돌아온다. 홧홧한 기분이 느껴진다. 뜨거운 기분이 느껴진다. 살이 녹아들거 같은 작열이 느껴진다. 송경,
‘송경, 너는 항상 생각이 많아.’
모든게 녹아들기 전에 찬물을 들이붓는 듯 차가운 말소리가 들린다. 들리기만 해도 편안함에도 가슴이 미어지는 목소리를 잊으려 얼마나 노력했는가. 자신을 이렇게 말하는 이들을 그림자에 품은 이유는 무엇인가. 불이 넘실거리는 순간에도 그들의 목소리는 얕은 바다의 파도처럼 부드럽고 선명했으며 시원했다. 절대로 그들처럼 될 수 없단 사실에 그리고 그들을 따라갈 수 없단 사실에 기억을 놓고 싶은 적이 여럿 있었다. 그럼에도 기억해야 그들이 있었다는 사실을 증명할 수 있으니 삼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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