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혀진 관계
마비노기: ■■■■의 이야기
*스포일러: G1~G25
*‘선대 주인공 밀레시안’의 관점을 서술한 글입니다.
*독백체입니다.
*6월 4일차 챌린지 ‘잊혀진 OOO’ 주제를 다룹니다.
“처음 뵙겠습니다. 이멘 마하의 근위대장, 아이던이라고 합니다.”
초면인 상대에게 습관대로 뱉었을 뿐일 인삿말인데도, 그것이 어디가 우습다고 밀레시안은 빙그레 웃었다. 근엄한 낯빛에 의아함이 스치는 얼굴을 골똘히 바라보던 밀레시안은 어깨를 으쓱이고는 대뜸 묻는 것이다. ‘나 기억나지 않느냐’고. 그리고는 당혹감을 앞선 사무적인 답변을 듣자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지나치게 오랫동안 떠나 있었나 봐. 잘 지내는 것 같아 보이니 다행이네. 그럼 안심하고 갈 수 있겠어.”
아이던은 의아하게 눈앞의 인물을 내려다보았다. 타오르는 붉은 머리카락만이 유독 빛나는, 허름한 로브 차림새의 모험가 밀레시안이었다. 하루에도 수백명 넘는 사람들을 상대하는 입장에서는 스쳐지나가기 딱 좋은 평범한 모습이었다.
“…실례지만 누구신지.”
밀레시안의 화법은 대부분 그러했다. 혼란을 일으키고 나서야 천천히 수습하는 과정을 거치는 화법은 밀레시안 본인 스스로도 잘 알고 있었으며, 한때는 고쳐보기 위해 노력도 하였다고 하던가. 그러나 밀레시안은 가만히 검지를 입술 위에 올렸을 뿐이다.
“잊혀진 관계를 떠올리지 말아. 용건 마저 보도록 해. 시간 뺏어서 미안했어.”
시간이 흐름에도 에린은 여전히 평화로웠다. 밀레시안은 과거에 오래간 쌓아 올렸던 관계들이 시간에 마모되었음을 깨달았다. 여신을 구출하고, 빛의 기사가 되고, 크로우 크루아흐라는 파괴신으로부터 에린을 수호하기까지 숱한 고통이 뒤따랐으나 그것을 관계가 무마해 주었다. 깊게 틀어진 것을 바로잡기 위해 울라 대륙과 바다건너의 낯선 대륙까지 닿아 오만 공간을 쏘다녔으나, 이렇다할 결과를 잡지 못하고 지쳐서 뜨거운 모래 위에 몸을 눕혔을 때, 밀레시안은 에린의 수호자라는 명칭을 버린 것과 동시에 그렇게도 소중히 여겼던 관계를 버린 것이라는 생각을 떠올렸다.
‘이름만 들으면 내가 누구인지 바로 떠올릴 지도 몰라. 하지만 그렇게 된다면 당신이나 나나 슬퍼지지 않을까.’
실력이 아니라 근성 하나만으로 어떻게든 에린의 붕괴를 저지해내기는 했지만, 앞으로 제게 주어질 온갖 시선과 시련을 견디기엔 자신이 지닌 그릇이 지나치게 작았다.
내가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에린도 평화롭다.
평화로운 에린 속에서 내가 좋아하던 사람들도 평화롭게 지내면 되는 일이다.
미련을 놓은 별은 타오르길 멈추고 붕괴해 내리는 것이다. 그 파편 중에는 뒤를 이어 더 강한 그릇을 가진 별이 태어날 것이다.
그 밀레시안이 눈을 감은 순간 인과와 관계의 굴레는 다시 처음으로 되감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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