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혀진 그 아이

집에 돌아온 후 부터 무언가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라면 먹을거야?”

집에 혼자있는데도 누가 있는 기분이 들어 말을 걸고, 잠시 넋을 놓고 있다가 정신을 차리면 수저나 그릇 등을 하나 더 꺼내놓고 있었다. 그런데 이런 이상한 일이 나한테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왜 똑같은 옷을 두 개나 사신거예요?”

옷장에 부모님이 사주신 옷들 중에는 똑같은 옷이 두 벌씩 걸려있었고, 일 때문에 늦게 들어오시는 날 남겨두는 메모에는 내 이름 옆에 무언가를 썼다 지운 흔적이 있었다.

내가 무언가를 잊었다는 걸 확신할 수 있었던 건 일기장 때문이었다.

또 누군가 집에 있는 듯한 기분이 들어 무심코 말을 걸었다가 돌아오는 정적에 무서워져 앉아있던 의자에서 일어나 이불을 덮고 침대 구석으로 들어갔을 때였다. 침대와 벽 사이에 어떤 공책이 끼어있는 것을 발견하였고, 언젠가 침대에서 공부하다가 들어간건가? 싶어 꺼내어보니 내 글씨체로 쓰여진 일기장이었다. 그 일기장도 이상했다. 내가 모르는 사람의 이름이 거의 모든 일기에 적혀있었다. 어떤 날은 그 사람 때문에 화가 났었고, 또 어떤 날은 그 사람과 즐겁게 놀았던 이야기가 적혀있었다. 일기장에 적힌 내용을 보면 가장 친한 친구보다 더 가까워보이기도 했다.

침대에서 일어나 책상으로 가서 메모지를 꺼냈다. 그냥 메모지가 아니라 부모님이 남기신, 그 중에서도 내 이름 옆에 무언가를 썼다 지운 흔적이 있는 메모지였다. 메모 전체가 급하게 휘갈겨 쓰여져 있어 알아보기가 어려웠는데 심지어 지우려고 선을 잔뜩 그어놓아서 더더욱 알아볼 수 없었다. 그래도 얼핏보이는 초성을 보면 내 이름 같기도 했다. 처음에는 내 이름을 잘못써서 다시 썼나보다, 하고 넘겼으나 두세번이 넘어갈 때부터 다른 이유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일기장에 적혀있는 이름과 대조하여 보니 두 개가 일치하는 것 같다는 묘한 확신이 생겼다. 홀린듯이 부모님의 방으로 들어가 서랍과 책꽂이를 뒤져보니 앨범이 나왔다. 앨범에 있는 가족 사진을 보니 늘 내 옆에서 미소짓고 있는 나와 닮은 그 아이가 있었다. 잊혀진 그 아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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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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