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지않은 길
‘가지않은 길은 단 하나 뿐이었다.’
무엇이 있을지 모르는 곳으로 한걸음씩 다가갔다.
º º º
여기가 어디지?
푹신한 이불이 아닌 차갑고 거친 바닥이 만져지는 것을 느끼고 불안감이 몰려들며 눈이 떠졌다.
주변을 둘러보니 어떤 건물의 안이었다. 나무 바닥으로 되어있는 방안에 있는 것이라고는 막혀있는 창문과 책상과 의자 하나.
몸을 일으켜보니 책상위에 종이가 놓여져있는 것이 보였다. 그 종이에는 휘갈겨 쓰여진 한 문장이 있었다.
- 밖으로 나가는 길을 찾아.
그 외에는 책상에도 의자에도 적혀있는 것이 없었다.
문을 열고 나오니 긴 복도가 펼쳐졌다. 깜깜한 복도 끝에서 무드등 같은 것을 켜놓은 듯 작은 불빛이 보였다.
‘차라리 이 방에 있는 것이 나을지도 몰라.’
긴 복도를 보니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뒤를 돌아보았다.
먹을 것도, 화장실도, 거울도, 시계도 없고 창 밖도 확인할 수 없는 이 방에서는 오래 버틴다고 하더라도 온전한 정신을 유지할 수 있을리가 없었다. 용기를 내는 수 밖에 없었다. 밖으로 나가자. 움직이지 않으려는 굳은 발을 천천히 움직였다.
뭐가 튀어나온다고 해도 도망은 커녕 서있지도 못할 정도로 후들거리는 다리로 긴 복도를 걷는 동안 문은 커녕 벽에 장식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드디어 그 희미한 불빛에 가까워졌을 때 갈림길이 보였다.
한 곳에서는 희미한 불빛이 새어나오고 있었고, 다른 한 곳은 아래로 내려가는 계단이었다. 그곳은 빛이 없어 끝이 보이지도 않았다.
어디로 갈 지 고민하는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다. 빛이 있는 길로 걸음을 옮겼다.
하지만 얼마가지 않아 이 선택이 틀렸음을 직감할 수 있었다.
온통 흰 벽으로 이루어진 길이 이어졌고, 조명이 보이지 않는 데도 벽에서 빛이 나는 듯 밝았다.
나는 어느 순간 부터 미로 안에 들어왔음을 깨달았다.
거친 바닥 탓에 발에 상처가 생겼고 그 피를 짜내어 흰 벽에 표시를 하며 미로를 돌아다녔다.
얼마나 지났을까? 지쳐서 잠에 들었다 깨어나도 여전히 이 공간이라는 것을 확인할 때마다 좌절감이 들었다.
포기할까? 라는 생각이 들 때 동시에 빨리 여기서 벗어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빛이 나는 길에서 벗어났을 때는 순간 안도감이 들었다.
하지만 그 공간을 벗어난 것이 아니라 이전의 갈림길로 다시 돌아온 것이었다.
발에는 상처가 아물고 굳은살이 생겼다.
“이제 남은 곳은 저기 뿐이야.”
무엇이 있을지 모르는 곳으로 한 걸음씩 다가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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