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드

10대에 하지 못해 후회하는 일이 있냐고 물으면 생각나는 것은 단 하나이다.

밴드.

내가 다녔던 중학교에는 밴드부가 있었다.

그 당시에는 ‘기타도 칠 줄 모르는 내가 어떻게 밴드부에 들어가겠어’라고 생각하며 도전도 해보지 않고 포기했었다.

하지만 축제 때 밴드부가 무대에서 공연하는 모습을 보았을 때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그 때로 다시 돌아간다면 밴드부에 들어가고 싶다’

따뜻한 햇볕 아래 음악을 들으면서 낮잠에 빠져 들며, 그런 생각을 했다.

. . .

“일어나! 창체 시간이야”

누군가의 날카로운 목소리에 번쩍 눈을 떴다. 상황을 파악하기도 전에 몸이 저절로 움직여 자리에서 일어났다. 주위를 둘러보니 중학교 때 교실 안이었다.

“너 어느 동아리 갈지는 정했어? 빨리 안 가면 다 못 돌아볼텐데. 난 간다.”

할 말만 하고 먼저 나가는 친구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이거 꿈인가? 잠시 멍하니 서 있다가 교실 밖으로 나왔다.

긴 복도에 저마다 동아리를 구경하러 가는 학생들로 가득했다. 기억도 나지 않는 얼굴들이 선명하게 보이는 것을 보고 밴드부가 있었던 지하 1층으로 달려갔다. 슬리퍼를 신고 달려서 아픈 발과 차오르는 숨이 꿈이 아니란 것을 증명시켜주고 있는 것 같았다.

“어? 무슨 일이야?”

“저 밴드부 하려고요!”

“아..”

“밴드부 이제 없어졌는데..”

“네?”

“안타깝지만 다른 동아리에 가 봐.”

“잠시만요! 밴드부가 왜 없어지는 건가요?”

“밴드부가 인기있는 동아리는 아니라서 부원이 별로 없었거든. 우리 학교는 오케스트라부가 유명하고 지원을 잘 해줘서 다 그 쪽으로 가니까. 원래있던 부원들도 이번에 다른 부로 간다고 해서 자연스럽게 사라지게 된 거지.

“제가 밴드부를 하려고 여기까지 왔는데요..?”

“안타깝게 됐네. 아직 시간이 있으니까 다른 동아리도 둘러 봐.”

맙소사. 과거에 돌아온 게 밴드부를 하라는 뜻이 아니었나? 그러면 나는 왜 여기있지?

“아뇨 저는 꼭 밴드부를 해야겠어요!”

‘내가 밴드부를 만들어서 축제에서 그 때의 그 멋진 공연을 학생들에게 보여주겠어!’

도전이란 단어와 거리를 유지하며 살았던 내가 아주 큰 도전을 결심한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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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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