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던 내가 잊어버린 것

순수하게 좋아했던 ■■

다락방 by 휴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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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3시. 꿈나라로 갈 시간은 한참 지난 시간이다. 거의 모든 건물들의 불이 꺼져있고 길거리에는 자동차 하나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레이가 있는 곳은 달랐다. 안경에 비친 3개의 모니터에선 계속해서 빛이 세어 나왔고, 컴퓨터는 기계부품들은 계속해서 열을 뿜어냈다.

레이는 계속해서 악보를 쓰다 버리고를 반복했다. 아무리 해도 자신이 원하는 음악이 만들어지지 않았다. 레이는 몇 번을 그렇게 악보를 내던지다가 결국 헤드셋을 집어던지고 의자에 몸을 기대었다.

‘몇 개는 더 만들어야 이번 앨범에 맞출 수 있는데···.’

레이는 얼굴을 쓸어내리며 자신의 머리카락을 빙빙 돌렸다. 먼지 가득한 방음부스 안에서 몇 시간을 계속 앉아있었으니 몸이 찌뿌둥하고 뭉친 것 같았다.

레이는 스트레칭을 하며 하얀 모니터를 바라보았다. 어릴 적에는 이런 프로그램도 없이 기타 하나로 노래 하나를 완성시킨 날도 있었다. 지금 들으면 조잡하고 문제점이 많은 노래지만, 그때만큼은 매우 즐거웠을 것이다.

어른이 된 나는 그저 나를 「구원」 할 음악을 만들고 있어. 하지만 어릴 적의 나는···’

무엇을 위해 음악을 만들었지? 레이는 본질적인 물음을 내뱉으며 눈을 감았다. 칠흑 같은 검은 공간 사이로 하얀 단발머리를 한 소녀가 보였다. 소녀는 행복한 얼굴로 너덜너덜해진 노트에 무언가를 끄적이고 있었다.

‘나도 저렇게 웃었던 기억이 있었네.’

레이는 잊고 있었던 어릴 적의 순수함을 깨달았다. 자신을 구원해야 한다는 강박이 아닌 그저 음악이 즐거웠던 나날들. 어른이 된 지금은 거의 희미하지만, 마음속에 살아있는 추억들.

레이는 천천히 눈을 떴다. 왠지 모르게 계속 웃음이 세워 나왔다. 어렸던 자신처럼 맑고 깨끗하게 몇 분 동안 웃었다.

더 이상 잊고 싶지 않은 추억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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