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평생 생각지도 못했던 일

다락방 by 휴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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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는 음악에 관심이 없었다. 어떤 노래를 듣든 다 똑같다고 생각할 정도의 평범함. 그나마 들리는 거라면 낮게 깔리는 베이스의 울림 정도뿐일까. 그것마저 겨우 알아낼 수 있을 정도로만 들렸으니 신경 쓰지 않았다.

“카스미, 듣고 있어?”

하지만 내 앞에 있는 사람인 레이는 달랐다. 나를 만나기 전부터 음악을 했던 레이는 누구보다 음악에 대한 관심이 남달랐다. 항상 노트에다 악보를 그리며 자신만의 음악을 만들었고, 다른 사람들의 노래을 분석하며 하루를 보냈다. 평범하게 살던 나와는 전혀 다른 아이였다.

“미안해. 못 들었어.”

레이는 얕게 미소 지으며 얼룩진 악보를 다시 보여주었다. 나를 위한 베이스 악보. 아마 레이가 하나하나 머릿속에 있던 걸 적은 거겠지.

“이번 신곡은 베이스가 꽤 중요해서 네가 조금 더 힘들 수도 있을 거야. 특히 이 부분. 그리고···.”

레이는 악보를 하나하나 가리키며 나에게 설명해 주었다. 역시 어릴 적부터 남달랐던 아이다. 하루 만에 베이스 라인을 만들어오다니. 평범하게 살던 나와는 아예 달랐다.

하지만 레이를 만난 뒤로는 나도 많이 변했던 것 같다. 특히 음악에 대한 관심이 많이 달라졌지. 어릴 때는 절대 안 할 것 같았던 음악을 하게 만들었으니까. 아마 레이 너를 만나지 않았다면 절대 가지 않았던 길이었을 것이다.

“카스미, 무슨 일 있어?”

레이가 얼굴을 들이밀면서 물어봤다. 퍼뜩 정신을 차린 나는 고개를 흔들며 잡생각을 떨쳐냈다.

“아니야, 그냥 잡생각이야.”

“설명 다시 해줄까?”

레이는 약간 걱정되는 표정이었다. 나는 살며시 흘러나오는 미소를 숨기며 레이의 악보를 가져갔다. 부스스한 종이 질감이 손끝을 타고 올라왔다.

“아니야. 내가 나중에 쳐보면서 물어볼게.”

나는 악보를 책상 위에 놓고 창문을 바라보았다. 가로등 불빛이 길가를 비추며 어두운 밤을 수놓고 있었다.

“늦었는데 빨리 가. 악보 가져다줘서 고마워.”

레이는 약간 미소지으며 자리에서 일어나 현관문으로 갔다. 현관문에 다가가자 노란 센서등이 켜지며 신발장을 비췄다.

“그만 갈게. 이따 모노가타리에서 만나자.”

그 말을 끝으로 레이는 돌아갔다. 거실로 돌아가자 레이의 악보가 가지런히 놓여있었다. 왠지 모르게 웃음이 자꾸 흘러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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