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안준형] 만남

Au. 버젼

인간에게 이상한 능력이 생긴 것은 언제부터였을까. 혹자는 자연을 파괴한 인간에 대한 업보라고도 하고, 또 다른 사람은 인간의 염색체 이상이 불러일으킨 것이라고 하기도 했다. 그것의 이유가 뭐든지 인제 와서 소용없는 일이다. 그것은 인간에게 들러붙어서 사람을 변질시키기 시작했다.

어떤 인간은 바람을 불러오기도 했고, 동물로 변신하는 힘을 얻기도 했다. 본래 인간이 얻을 수 없었던 힘을 얻은 인간은 곧장 힘에 심취하는 루트를 타곤 했다. 자신보다 약한 인간을 죽이면서 쾌락을 얻기도 하고 인간의 사회에 해를 끼치는 존재가 되었다. 이성을 잃어가는 인간은 더 이상 인간의 모습을 잃어갔다. 그것을 사람들은 재해라고 불렀으며, 세계는 멸망하고 있었다.

저울의 추가 한쪽으로 기울면 세계는 다른 쪽에 무게를 얹을 다른 것을 준비하기 마련이다. 폭주하는 인간의 힘을 조정하는 자들이 나타난 것이다. 그 시작이 누구였는지는 이미 인간들의 기억에서는 잊혔지만, 그들이 그 반경에 있기만 해도, 폭주하던 재해들의 힘을 줄이는 데 효과적이었다. 힘만 줄일 수 있다면 그 뒤에 제압하기는 쉬웠다. 자연의 힘이나 괴상한 힘을 이용하며 폭주하는 자들이라고 해도 결국 본질이 민간인이라면 총알 한 방으로 해치울 수 있다. 사회는 이들을 철저하게 분리하여 육성하기 시작했다. 오로지 재해를 죽이기 위해. 재해로부터 인간을 보호하는 자. 그들을 가드- 방패라고 부르는 것은 그들의 존재를 사회적으로 인정하고 나서 얼마 후에 일어난 일이었다.

가드, 재해퇴치반이라고 불리고는 있지만 이것은 꽤 돈벌이가 좋았다. 돈이 되면 무엇이든 하는 용병집단도 그들에겐 웃돈을 주었다. 유안이 재해퇴치반에 들어간 것은 이렇게 눈에 띄는 실적이 오는 일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는 돈을 모을 이유가 있었고, 실적이 모여야 하는 이유도 있었다. 사람 좋은 얼굴을 하고 있지만 무언가-생물-를 죽이는 일에 딱히 망설임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군인이 된 이상 누군가를 죽이게 될 일을 할 것인 것은 각오 한 일이었고 그런 각오를 한번 한 이상 유안의 마음을 무엇도 꺾이게 할 수 없었다.

“얼른 돈 모으고 때려치던가 해야지. 안그렇습니까. 대장.”

“하하. 나중에 평범한 일을 할 수나 있겠어? 이런 재주를 가지고 있는 이상 누구도 놓치고 싶어 하지 않을걸?”

얼른 때려치우고 싶어 하는 부하의 말에 유안은 웃으며 말했다. 재해를 진정시키는 능력. 이것의 근원을 모르겠지만, 일단 가지고 있는 것이 판명된 사람은 절대로 평온한 삶을 살 수 없다. 위에서, 정부가, 높은 사람들이 그들을 사지로 몰아넣을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한 사람을 희생시켜서 마을 하나가 살 수 있다면 그들은 희생시키기를 주저하지 않을 것이다. 서류에 나와 있는 전사자들의 생명은 숫자임이 분명했기에.

“그나저나 말이 많아지네. 다들. 긴장했나?”

“거야 그렇죠. A급 재해라고 판명 나지 않았습니까. 수적으로 밀어붙인다고 해도 어떻게 될는지. 아씨. 존나 춥네.”

욕지거리를 내뱉는 상사의 욕지거리를 흘려듣는다. A급 재해의 사냥에 끌려 나온 대대는 재해발생지 안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이곳에 얼음을 사용하는 재해가 있으니 생포 혹은 사살하라는 명령이 떨어져 있었다. 생포라고 말은 하지만 가장 안전한 길은 역시 멀리서 저격하는 것이다. 진정 능력을 갖춘 일반 병사들이 능력 반경으로 점차 포위하고 그 가운데에 있는 사냥감을 가장 저격 능력이 좋은 유안이 잡는 것이 가장 성공률이 높았다. 이번에도 그렇게 하면 된다고 유안도, 다른 참모도 똑같이 이야기했다.

폐부를 찢어내는 것 같은 찬 공기. 다른 병사들은 중무장했지만, 저격수인 유안은 혹여 실패할 가능성을 대비해서 무거운 무장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더욱 춥게 느껴졌다. 노리는 것은 단 한발. 시야에 사냥감이 들어오면 한발에 상대방을 쓰러트리지 않으면 백병전으로 가야 한다. 입김조차도 삼키며 조용히 대기하던 유안의 귀에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콰직

얼음을 밟아 부수는 소리. 분명 멀리 떨어져 있는데 바로 옆에 있는 것만 같았다. 사냥감이 나타났다는 보고를 들으며 재해의 근원을 찾으려 했던 유안은 금방 그것을 찾을 수 있었다.

-콰직

이 추운 얼음을 맨발로 걷고 있는 남자. 물이 바로 얼어붙을 것만 같은 풍경에 얇은 겉옷만 입고 맨발로 걷고 있는 남자. 무엇보다도 이상한 풍경이었지만 유안은 선뜻 방아쇠를 당기지 못했다. 무전기에서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도 대답하지 못하고 그는 침을 삼키며 그것이 걸어 다니는 것을 보았다. 하얀 피부. 옅은 하늘의 빛을 닮은 머리카락은 그의 곁에서 날리고 있는 눈발과 같이 흩날리고 있었다. 이쪽을 보지 않을 때 방아쇠를 당겨야 한다. 손가락을 얹고 있는 상태로 망설이고 있던 때 그는 그제야 자신이 이상하다는 것을 느꼈다.

‘어째서 난 저걸 못 쏘고 있지?’

한 번도 망설인 적이 없었다. 수많은 재해를 사냥했지만, 그것을 사냥할 때 망설인 적이 없었다. 한 번이라도 그랬다면 그는 지금껏 살아있지 못했으리라. 이성은 끊임없이 경고를 날리고 있음에도, 그는 한 번이라도 더 일 초라도 더 그것을 눈에 담고 싶다고 느꼈다.

‘하.’

그가 사냥했던 재해들은 모두 광폭하게 날뛰는 것들이 많았다. 인간의 모습을 잃어가는 것도 있었고 아예 사람의 말을 잃은 것도 있었다. 그만큼 쉬웠는데. 어째서.

‘보고 싶다.’

저걸 죽일 수 없는 것일까. 그는 망설이다가 결국 손가락에 힘을 주었다. 지금은 멀쩡해 보여도 날뛴다면 단박에 부대원들이 죽는다. 그건 위에 있는 사람으로서 해서는 안 될 일이다. 심호흡하고 스코프 안쪽의 상대에게 방아쇠를 당기는 순간이었다. 그가 사냥해야 할 그것이 마치 그 찰나 그의 존재를 인식한 듯 그를 향해 돌아보았다. 유안을 바라보는 옅은, 하지만 강렬한 금색 눈동자.

-탕

마른 총소리와 함께 무언가 쓰러지는 소리가 들렸다. 그는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서 달려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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