𝕊ℍ𝕆ℝ𝕋 𝕊𝕋𝕆ℝ𝕐

버스킹

길거리의 연주자들

사람이 많은 건 딱 질색이다. 특히 웅성거리는 목소리. 아무 의미도 없이 흩어지는 언어가 너무나 아깝다. 그런 말들을 내뱉을 바에는 그냥 히키코모리가 되는 것이 나은 것 같다.

한가온은 길거리를 걸으면서 생각했다. 미튜브에 올릴 개인곡을 녹음하기 위해 녹음실을 갔다고는 길이었다. 토요일 저녁인 것 때문인지 길거리는 사람들로 넘쳐났다. 수많은 사람들의 웅성거림이 가온의 귓속으로 파고 들어왔다.

‘빨리 집에 가야겠어. 이런 소음들은 듣기 싫어.’

가온은 발걸음을 재촉하며 버스정류장으로 향했다. 한순간이라도 빨리 집으로 돌아가 친구들과 연락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 계획은 금방 틀어지게 되었다.

“뭐?! 못 온다고? 그럼 기타는 어쩌는데!”

가온은 갑자기 들려오는 큰 소리에 발걸음을 멈추고 그곳을 바라보았다. 소리가 들린 방향에는 어떤 여성이 핸드폰을 들고 화를 내고 있었다.

‘펑크 낸 건가? 곧 버스킹 시간대긴 한데.’

가온은 전화를 하는 여성을 바라보았다. 같은 기타를 치는 사람으로서 당일 펑크는 정말 개 같은 상황이었다. 특히 라이브 공연은 훨씬 더.

‘하지만 내 상관은 아니ㅈ···.’

“저기요!”

가온은 다시 발걸음을 옮기려는 찰나, 아까 그 여성이 가온의 팔을 잡으며 가온을 멈춰 세웠다.

“무, 무슨 일이시죠?”

“혹시··· 기타 한자리만 채워주시면 안 되나요?”

여성은 간절한 표정으로 가온을 설득했다. 가온은 거절하고 싶었지만 울 것 같은 여성의 표정에 차마 할 수 없었다. 가온은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진짜요?!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여성은 재차 감사하다고 말하며 고개를 숙였다. 20대 중반 정도로 보이는 여성이 15살의 중학생한테 고개를 숙이니 좀 이상한 그림이 나왔다.

“아, 제 이름도 말하지 않았네요. 제 이름은 신하람이예요.”

여성은 가온의 손을 잡으며 자신의 이름을 밝혔다. 조금씩 느껴지는 떨림이 가온에게 그대로 전해졌다. 가온은 후회와 뿌듯함이 동시에 밀려왔다.

“여기 근처에서 버스킹 할 거예요. 저를 따라오세요.”

하람은 가온의 손을 잡고 공연 장소로 가온을 데려갔다.

‘아··· 집에 가고 싶다.’


공연 장소에 도착하자 하람를 제외한 2명의 사람들이 악기를 체크하고 있었다. 하람에 비해 이 사람들은 훨씬 프로에 가까워 보였다.

“기타 구해왔어요. 곧 공연이니까 빨리 준비할게요!”

하람은 팔짝팔짝 뛰며 바닥에 있던 기타 케이스에서 자신의 기타를 꺼냈다. 손때가 꽤 묻은 듯한 기타가 모습을 드러냈다.

‘야마하에서 만든 건가. 연습 꽤 많이 했나 보네.’

가온도 매고 있던 기타 케이스를 바닥에 내려놓고 자신의 기타를 꺼냈다. 1968년식 레스폴 커스텀. 자신의 목숨과도 같은 기타였다.

“오, 학생~ 기타에 돈 좀 썼나 봐? 이렇게 비싼 기타도 갖고 있고.”

베이스를 조율하고 있던 남자가 가온의 기타에 관심을 가지며 말을 걸었다. 옆에서 손을 풀고 있던 남자도 흘끗흘끗 쳐다보는 것 같았다.

“아버지가 물려주셨어요. 아주 어릴 때부터 쳤던 기타라 손에 많이 익었거든요.”

가온은 기타를 조율하며 담담하게 말했다. 앰프에서 울려 퍼지는 기타 소리가 지나가던 사람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했다.

“자, 그럼 시작해도 될까요!”

하람은 스탠딩 마이크 앞에 서서 활기차게 말했다. 베이스를 조율하던 장난기가 많던 남자도, 드럼을 치던 과묵한 남자도 고개를 끄덕이며 자신의 자리를 찾았다.

‘합주는 처음인데. 뭐, 괜찮겠지.’

가온도 고개를 끄덕였다. 하람은 밝게 미소 지으며 첫 곡의 이름을 말했다.

“이번 첫 곡은 「나는 아픈 건 딱 질색이니까」 입니다!”

가온은 드럼에 맞춰 연주를 시작했다. 한 번도 맞춰보지 않은 합주임에도 꽤 좋은 연주를 이어나갔다. 특히 하람도, 남자 2명도 가온을 위해서 애드리브를 넣어주기도 했다. 아마추어라기보다는 프로 같았다.

‘이 사람들··· 이런 상황을 즐기고 있다니. 별난 사람들이야.’

하지만 재미있는 것 같아. 가온은 자연스럽게 지어지는 미소를 무시하지 않고 기타에 녹아내렸다. 맑고 명쾌하게 울려 퍼지는 레스폴의 소리. 오늘은 꽤 행복한 것 같기도 했다.


버스킹이 끝났다. 반응도 꽤 좋았고, 자신한테도 만족스러웠다. 가온은 매고 있던 기타를 기타 케이스에 넣었다. 가온의 입에는 미소가 지어져있었다.

“오늘 수고했어요. 갑작스러웠을 텐데 너무 고마워요.”

하람은 가온의 옆에 쪼그려앉아 미소 지어줬다. 오늘 처음 본 사람이었음에도 많이 친해진 것 같았다.

“혹시 다음에도 불러주실 수 있나요?”

가온은 핸드폰을 내밀었다. 하람은 얼떨결에 핸드폰을 받았지만 무슨 영문인지 모르는 것 같았다.

“당신들이랑 더 많이 연주해 보고 싶어요.”

가온은 하람을 보며 웃었다. 하람은 말의 뜻을 알아챈 듯 고개를 끄덕거리며 핸드폰에 번호를 적었다.

인연은 갑작스럽게 찾아온다. 그만큼 특별하다.

그리고 언제까지나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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