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와 카푸치노
커피 한 잔으로 시작된 이야기
보슬보슬한 여름비가 내리던 어느 날이었다. 아사히나 레이는 토독토독 창문을 때리는 빗방울을 바라보며 적막한 거실 소파에 앉아있었다.
‘아직··· 아무도 안 일어났겠지.’
평소보다 일찍 일어난 레이는 핸드폰으로 모노가타리를 들어갔다. 아직 이른 새벽이어서 그런지 자신을 제외한 모든 멤버들이 오프라인이었다. 레이는 쓴웃음을 지으며 핸드폰 전원을 껐다. 거실 안은 명쾌한 빗소리로 가득 채워져있었다.
‘커피라도 마실까···? 예전에 루이가 사다줬던 것 같은데.’
레이는 눅눅한 소파에서 일어나 주방으로 향했다. 전등을 키지 않아 푸른 새벽 불빛만이 주방을 비췄다. 한기가 살짝 흐르는 주방 찬장을 열어보니 예전에 루이가 사다 준 가루 커피가 있었다. 레이는 찬장에서 가루 커피를 꺼내 설명서를 읽어보았다.
‘평소에는 루이가 타줬었는데. 다음에 오면 내가 타줘야겠어.’
레이는 커피포트의 전원을 키며 생각했다. 천천히 끓어가는 물소리를 들으며 눈을 감았다. 보슬보슬 내리는 빗소리와 일찍 일어난 옆집의 생활 소음, 그리고 수증기를 내뿜으며 끓어가는 투박한 물소리. 이 소리들이 합쳐저 하나의 멜로디를 만들어냈다.
“♪~♩~♫~♩”
맑고 깨끗한 노랫소리가 집 안을 가득하게 채웠다. 딱 비 오는 날에 어울리는 멜로디였다.
커피포트의 전원이 꺼졌다. 투박한 물소리도 조금씩 작아졌다. 레이는 감은 눈을 뜨며 커피포트의 물을 머그컵에 부었다. 은은한 카푸치노의 향이 주방을 힘껏 껴안았다.
‘비와 카푸치노···.’
레이는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따뜻한 우유 향이 온 몸을 휩쓸었다. 레이의 머리속으로 여러 멜로디들이 휘몰아쳤다.
레이는 웃었다.
‘애들한테 물어봐야겠어. 곧 있으면 아침이니까.’
오늘은 비가 내린다. 따뜻한 카푸치노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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