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수련

"야, 수련아, 내가 너 밤새울 만한 얘기 하나 해줄까."

같은 방에서 맥주를 홀짝이던 친구가 캔을 내려놓고는 그렇게 말했다.

"뭔데? 너 귀신이 어쩌고 하는 거면 뒤진다. 나 그런 거에 약한 거 알잖아."

"헐, 귀신일 수도 있는데."

그는 전혀 무섭지 않다는 듯 빈 캔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아무래도 술기운에 없던 패기까지 생긴 모양이었다.

"나 네 방에서 살려달라는 소리 들었다."

순간 수련의 표정이 굳었다. 그다음 그녀는 입꼬리를 떨었다. 마지막으로는 고개를 도리도리 저으며 친구의 어깨를 여러 번 쳤다.

"그게 뭐야~! 너 나 겁주려고 일부러 거짓말하는 거지?!"

"악, 아닌데, 아야, 아야, 그만..."

말을 꺼낸 이는 킬킬 웃으며 짐을 챙겼다. 시간이 늦었다.

"술김에 잘못 들었겠지, 너 진짜 밤새우지 마라. 한밤중에 무섭다고 전화 걸어서 깨우면 백드롭으로 쓰러뜨릴 거야."

"그런 걸 원했으면 애초에 말을 꺼내지 말았어야지! 난 여기서 자야 한다고! 아, 오늘 진짜..."

"그래 뭐 화이팅해봐, 간다."

수련은 친구에게 손을 흔들어주었다. 거실 창문 앞으로 갔다. 친구가 완전히 시야에서 사라진 것을 확인한 후에는 방으로 들어가 침대 밑에 손을 넣었다.

"닥치고 있으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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