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렌타인
🟤x⚪산사자(山楂子)
“달달한 간식을 주고받는 기념일이라 들었습니다.”
성운이 건넨 작은 종이 꾸러미를 받아 들자, 이국적인 포장지 너머로 동그랗고 딱딱한 감촉이 느껴졌다. 내용물이야 뻔함에도 그의 출신을 생각하니 약간이지만 호기심이 일었다. 여기서 먹어봐도 되냐는 질문에 선뜻 끄덕이며 기대에 찬 얼굴로 바라보는 성운의 코를 지그시 눌렀다. 반응을 보니 어렵게 구했거나 직접 만들었거나 둘 중 하나겠지.
대여섯 알의 작은 초콜릿 중 모양이 예쁜 것으로 하나 집어 입 안에 넣고 부드럽게 으깬다. 안에는 설탕에 절인 과일 같은 게 들어있어 적당히 씹는 맛과 식감을 주었다. 설탕과 초콜릿의 단맛에 덮여 있으나 옅지만 뚜렷한 과일 자체의 산미가 난생처음 맛보는 풍미를 낸다. 겨우 하나 먹어보고는 판단이 힘든 맛이었다.
"입에 맞지 않으십니까…?"
나도 모르게 정색을 했는지, 그가 걱정스러운 표정을 짓는다. 맛이 없는 것은 아니다. 생경한 맛과 향에 잠깐 놀랐을 뿐이라 설명하고 안에 든 내용물에 대해 물었다. 성운은 멋쩍게 웃더니 미간을 풀며 나긋한 목소리로 설명하기 시작했다.
"산사나무 열매입니다. 저의 고향 땅에서는 흔한 나무지요. 늦여름부터 초가을에 열매를 맺는데 나무가 휘어질 정도로 열리기 때문에 이때 수확해 설탕에 절여놓으면 일 년을 책임지는 간식거리였습니다. 어릴 적부터 당연하게 먹어오던 것이라 미처 생각하지 못했는데 이 대륙의 분들께는 익숙지 않은 식재료겠군요. 제가 경솔했습니다."
남은 초콜릿을 두어 개 집어 다시 씹어보았다. 체온에 살짝 녹아있던 초콜릿의 한층 올라간 단맛이 캐러멜과 비슷한 식감의 과육에 뒤섞이며 전보다 조화로운 맛을 낸다. 설명을 들은 탓인지 여름 산의 풋내가 아련하게 느껴지는 것도 같았다. 산사(山楂)라, 그와 닮은 과실이지 싶었다.
"이 맛, 기억에 오래 남을 것 같아. 내년에도 받았으면 하는데 약속해 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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