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타지 관계자캐

상처

관계캐 썰

https://youtu.be/FM7MFYoylVs

쫙-

살갗이 벗겨지는 소리가 들렸다. 그것이 자신의 살갗이 아니었던 것에 윌리엄은 평소와 같지 않게 매우 놀랐다. 눈앞에서 자신을 감싸더니 튕겨져 날아가는 약한 몸의 주인은 해맑게 웃으며

"윌! 괜찮아? 안 다쳐서 다행이다!"

란 말을 했기 때문이다. 당장 상대에게 손의 나이프를 날려 경동맥에 명중시킨 다음 공주님의 팔을 잡아당겨 확인했다. 정말이지, 누가 호위인지 모를 관계이다.


"싸워보자는 거냐? 이 꼬맹이들이!"

분명 평소와 같이 별거 아닌 공주님의 시비에 걸린 상대를 가볍게 상대해주려 했을 터인 윌리엄이었다. 상대가 빠르게 공격해 오는 것에 피할 곳이 보이지 않자 그냥 간단히 맞아줄 생각을 하고 있었다. 저 정도의 공격이면 그냥 피가 좀 나고 말겠지~란 안일한 생각이었다. 그러자 금발의 높이 묶은 머리카락이 찰랑이며 자신을 감싼 것에 놀람과 동시에 그 사람이 자신이 호위를 해야 하는 즉, 지켜야 할 존재인 라스피 공주라는 것에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상대는 나이프를 맞자마자 쓰러져 죽은 것 같았다. 지금은 그게 중요한 것이 아니다. 윌리엄은 평소와 같지 않게 공주의 팔을 휙 잡아채서 상처가 얼마나 깊은지 확인했다. 심하지 않다. 아니, 공주님한테는 심한가? 라스피는 생각보다 꽉 붙잡고 있는 윌리엄의 악력이 아프다 생각했다. 이렇게 세게 붙잡은 적은 없는데. 윌리엄은 바로 자신의 깨끗한 소매 부분을 찢어 피가 나고 있는 팔 부분을 묶어 지혈했다.

"나 괜찮은데..!"

"이건 안 괜찮아요 공주님."

"..."

"공주님 몸은 약하시잖아요?"

피가 통하지 않다고 느낄 정도로 세게 팔 부분을 꽉 묶은 다음 윌리엄은 급한 상황이니 실례를 구하며 공주를 안아 들었다. 그러고 병원을 향해 빠르게 뛰어갈 뿐이었다. 약간 눈썹을 꿈틀거리며 인상을 찌푸린 공주는 철이 없게도 뿌듯함을 느끼고 있었다. 윌리엄은 항상 자신을 지켜준다. 무려 자기보다 2살 아래임에도 불구하고. 언제나 상처가 생기는 것은 윌리엄의 몫이었다. 호위니까 당연하다 생각할 수도 있지만 라스피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윌리엄은 자신의 소중한 친구이자 동료이다. 절대 다치게 둘 순 없다. 도움을 받고만 있을 수 없다 생각했다. 그래서 몸이 먼저 나가 그를 지켰다. 그래도 이번엔 지켜내서 다행이다. 마음속으로 라스피 공주는 그리 생각하며 입가에 옅은 웃음을 지었다.


"..이 방향 아니지 않아?"

"이 방향 맞아요~"

"아니거든!!!!"

병원에 가 치료를 받고 온 다음 집에 가자는 윌리엄의 말에 라스피는 응! 이라며 해맑게 답했다. 그러나 윌리엄에게 집이란 의미는 왕궁이라는 것을 공주는 늦게 깨닫고 말았다. 라스피는 반대편을 향해 뛰었다. 그러나 도망치기도 전에 잡히고 말았다.

"이거 놔!!!!!"

"공주님 집이 왕궁이시지 또 어디가 있나요~?"

"싫어!!! 안 돌아가!!!"

"이번에는 안 돼요~ 안 봐줘요."

그 말을 끝으로 윌리엄은 라스피를 제압하곤 품 안에 들었다. 버둥거리며 반항했지만 그런 움직임 따위 윌리엄에겐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저 묵묵히 공주님을 들고 왕궁으로 향하기만 할 뿐이었다. 라스피는 잠시 움직임을 멈췄다가 입을 열었다.

"..내가 다쳐서 그래? 다신 안 그럴게..."

"제가 지키지 못해서 그래요. 다시는 안 그래야 하니까."

"...그래도 싫어! 난 마도사가 될 거라고!"

"그래요 나중에~"

어라, 오늘따라 왜 이러지. 공주는 이상함을 느꼈다. 평소에 이 정도로 떼를 쓰면 져주는 윌리엄이었으나 이번엔 달랐다. 진짜 왕궁에 돌아갈 셈이다. 그의 발걸음은 멈추지 않고 똑바르게 향하고 있었다. 라스피는 어떻게든 윌리엄을 멈추게 해야만 했다. 발버둥을 쳐보고, 꼬집기도 해보고 그의 머리칼을 잡아당겨 보았지만 윌리엄은 하하 웃으며 답해줄 뿐이었다. 그러자 라스피는 윌리엄의 목에 팔을 감고 목에 얼굴을 박았다. 그리고 공주가 윌리엄의 목을 세게 깨물자 윌리엄은 공주의 행동에 눈이 동그랗게 커졌다. 그러나 별 대수롭지 않게 웃으며 품위는 버리셨나요? 라며 넘길 뿐이었다. 그렇게 시끄럽게 굴던 공주님이 윌리엄의 품에 꼭 아기처럼 얼굴을 파묻으며 조용해졌다. 윌리엄은 대수롭지 않게 걸음을 멈추지 않았으나 자신의 조끼 부분이 축축해졌다는 걸 깨닫고 동공이 다시 동그랗게 커졌다.

"우세요?"

"안... 울어..! 흐, 윽..."

윌리엄은 그렇게 멈추지 않던 발걸음을 멈췄다. 그리고 자신의 품에 안겨있는 라스피를 응시했다.

"나도 안단 말이야! 너한테 도움만 받는 거!"

"..."

"그래도... 나는 내가 원하는 것도 못해...?"

공주의 엉엉거리며 우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윌리엄은 그제야 공주를 품에서 내리게 해 자신의 조끼를 벗어 앉혔다. 그리고 본인은 쭈그려 앉은 상태로 눈을 가리며 울고 있는 공주님에게 말을 건넸다.

"공주님, 울지 마세요. 공주님 잘못은 없어요."

"제가 못 지켜서 그래요. 공주님, 저는 호위로서의 자격이 없어졌어요."

"그렇기 때문에 호위도 없는 공주님은 다시 데려갈 수밖에 없어요."

코를 훌쩍거리며 울던 공주의 울음소리가 그쳤다. 라스피는 숙이고 있던 고개를 들고 윌리엄을 쳐다보았다.

"이건 전부 제 잘못이에요. 제가 완벽한 호위가 아니라서, 공주님을 데려갈 수 밖에 없어졌어요. 죄송해요."

"..."

"마음껏 탓하세요. 그러나 울지는 마세요. 제 잘못인데 공주님이 우시면 안 돼요."

앉아있던 공주는 일어나 시선을 윌리엄과 똑같이 맞추기 위해 쭈그려 앉았다. 세상 물정 모르는 공주지만 언제나 사람을 따뜻하게 대하고 정이 많았다. 그런 모습은 예전부터 변함이 없었다. 그래, 처음 만났을 때부터. 라스피는 시선을 맞추더니 그대로 윌리엄을 껴안았다. 서로의 체온이 느껴지도록. 그리고 등을 토닥토닥 두드려 주었다.

"아니야 미안해. 내 잘못이야. 네가 다치는 모습을 다신 보고 싶지 않았어."

"..."

"호위가 아니더라도.. 내 친구로서, 동료로서, 옆에 있어줘 윌리엄."

윌리엄은 그건 안되겠는데요 라는 말을 꺼내고 싶은 것을 참았다. 그리고 공주가 자신을 안아준 의미를 알지 못해 당황스러울 뿐이었다. ..데려가야 하는데, 분위기가 이상해졌네. 그 사이 라스피는 다시 스윽 윌리엄과 떨어지며 일어섰다. 그리고 이리 말했다.

"그래도 집엔 안 갈거야!!!!!!!"

그러곤 전속력으로 왔던 길을 되돌아갈 뿐이었다. 윌리엄은 여러 생각에 빠졌다가 공주를 놓치고 말았다. 잡을 수는 있지만 이상하게 고민이 들었다. 궁으로 보낼 찬스였는데. 

"..저렇게까지 말하셨는데, 지금은 놓친 걸로 할까요... 대신 다음은 없네요."

그리 중얼거리며 윌리엄은 여러 고뇌에 빠진 채로 천천히 공주를 뒤따라갔다.



카테고리
#기타

댓글 0



추천 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