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문 커미션

운명의 시

24.08.02 ㅇㅇㅇ 님 운문 커미션 (총 492자)

운명의 시

그대 운명의 이름을 아는가

기울어진 붉은 저울은 눈부시게 아리땁고

시간은 흐르지 않는다 그리하여 마침내 멈춰버린 혼들

정신을 차리어라, 그러나 차리어도

영원이란 이름 아래

하나, 하나, 하나……

제자리서 마주하는

나는 그대의 기연機緣, 첫 번째 주인이요

나는 그대의 심연深淵, 두 번째 주인이요

나는 그대의 필연必然, 세 번째 주인이리라

해가 지면 사라지는 그림자와 같이, 불이 밝으면 사라지는 별과 같이, 생이 다하고 혼이 승천하면 남겨지는 몸과 같이

그대 지닌 운명의 이름을 아는가

기회와 구렁과 팔자

우리란 고요한 운림雲林에 갇힌

그대 가슴에 피는 울이

혹여 울음을 참더라도

기울어진 것들은 여전히 눈부시게 아리땁고

멈춰버린 시간 속에서 그대는 영영 우리

하나, 하나, 하나……

제자리서 마주하리니

나는 그대의 기연機緣, 첫 번째 주인이요

나는 그대의 심연深淵, 두 번째 주인이요

나는 그대의 필연必然, 세 번째 주인이라

그대 운명 앞에

부디 무릎을 꿇으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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