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난 네가 죽는 꿈을 꿨다.

오늘 난 네가 죽는 꿈을 꿨다.

오늘 난 네가 죽는 꿈을 꿨다. 네 깨진 머리통에서 새어 나오는 검붉은 피는 척척하게 내 무릎을 적셨다. 너는 갈색 나무 마룻바닥에 엎드린 채로 나를 노려보고 있었고 나는 그 앞에 무릎을 꿇고 있었다. 네 숨은 이미 다 꺼진 후였다. 그럼에도 나는 네 코 끝에 검지를 대봤다. 물론 큰 의미는 없었다.

변명을 하나 해보자면, 나는 사람의 몸이 이토록 약할 줄은 전혀 몰랐다. 사람이 죽는 모습은 저 티브이 너머에서만 봤지, 실제로 보는 건 처음이니 이는 당연하다. 게다가 나에게는 사람 머리가 화분에 맞으면 죽는다는 걸 알려주었던 사람이 없었다. 그러니 당연히 난 네 죽음을 예상할 수 없었다.

네게 설명을 하는 와중에도 빌어먹을 바지는 계속 네 피를 빨아먹고 있었다. 나는 그 빌어먹은 바지를 정리하기 위해 일어나려다가 오랜 시간 혹사당한 저린 무릎에게 내 계획을 탁 꺾였다. 하필이면 또 손이 바닥을 짚었고, 덕분에 손가락 사이로 그 끈적한 피가 타고 흐르는 걸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다. 끔찍했다. 마치 네가 내 손을 꼭 쥔 것만 같았다.

숨은 점점 가빠졌다. 가빠지는 숨을 뒤로하고 네 죽음에 조그마한 변명을 하나 더 덧댔다. 그래, 이건 피하지 않은 네 잘못도 있었다. 너의 탓이 많이 컸다. 너는 그 화분을 피했어야만 했다. 내 화분을 피하지 않은 너는 이미 살 의지가 없던 것이다. 그러니 내게는 잘못이 전혀 없다. 모든 건 살려는 의지가 없었던 너의 탓이다.

내가 이리 열심히 설명을 하는 중에도 여전히 너는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죽은 자는 말이 없다던데 그건 전부 다 거짓부렁이었나 보다. 네 투명한 눈으로 너는 나를 비쳐 내게 말을 걸었다. 결국 변명에 변명을 덧대 네 눈을 가린다. 많은 영화에서 봤던 것처럼 이마에서부터 아래로 얼굴을 죽 쓸어내려 네 눈을 감겼다.

네가 아무리 억울해도, 그래도 나는 어쩔 수 없다. 어쨌거나 너는 죽어버렸고 나는 살아남았다. 너는 말을 들어줄 이가 없지만 내겐 말을 들어줄 이가 있다. 나는 너와는 달리 반드시 내일을 살아가야 한다. 그러니까, 오늘 난 네가 죽는 꿈을 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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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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