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짧은 안식일

어느 짧은 안식일

*경우에 따라 묘사가 징그럽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물고기' 소재에 거부감을 느끼시는 분들의 열람은 권장하지 않습니다.

...역겨워.


뱃속에 가득 들어 찬 붕어 새끼들이 무심코 토해낸 말들은 다시 수면 아래로 가라앉는다. 제 감정을 철저히 외면하기 위해 부던히 힘들이던 아이의 노력이 물거품이 되는 순간이었다. 고작 한뼘이 될까 한 저 꼬마의 손짓 한 번에 붕어들은 지레 겁을 먹고 숨기에 급급하다.


노력을 물거품으로 만들어 놓은 것만으로 만족하지 못했는지 생존을 위한 붕어들의 저항은 계속된다. 한낱 물고기들이 만들어 낸 물의 울렁임은 어느새 목젖까지 차올라 버릇처럼 아이의 발걸음은 화장실 제일 구석진 끝칸으로 향했다.

혹시 중얼거리던 작은 소리가 어머니께 들렸을까. 잠시 일그러지던 얼굴이 어머니께 보였을까. 지금은 아무래도 상관 없었다. 무엇보다 제가 삼켰던 이 뱃속 고기들을 진정시키는 것이 우선이었음으로. 꼬마가 손을 뻗었다는 그 사실 하나에 고기들은 진정할 줄 모르고 펄떡대고 있었다.


꼬마만큼이나 어린 아이는 변기 앞, 초라하게 쪼그리고 앉아 쓰디쓴 바닷물을 다 토해낸다. 그리고 생각한다. 부모란 무엇인가? 세상에서 가장 쓸모없는 존재들이 아닌가. 아브락사스님이 주신 천명의 길에 감히 방해되는, 역겨운 존재들일 뿐이다. 본인들의 이익을 위해 자식을 버리는 그런 역겨운 존재.

그리고 저 꼬마의 경우도 마찬가지겠지. 분명 저 꼬마의 부모도 마찬가지로 후련하겠지. 자기 멋대로 꼬마를 버려놓고 행복해하겠지. 아이는 사실은 덮어놓고 상상을 끼얹어 제멋대로 제단해버린다. 늘 하던 방식 그대로. 그리고 나서는

...그렇다면 나를 버린 부모는 오늘도 행복할까.

하고 오늘도 저를 버린 부모를 멋대로 상상하고는 화를 내는 것이다.

마음에서는 떠올려선 안될 것을 떠올렸다는 죄악감이 들끓었으나, 이는 늘 그랬듯 변기물을 내림과 동시에 떠나보낸다. 저를 괴롭게 하던 것들이 사라지자 고기들은 언제 살아 숨쉬었냐는 듯 이내 잠잠해진다.

오늘도 아이는 고기가 가득 찬 배를 한번 쓰다듬는다. 당당하게 일어서 걷었던 소매를 다시 내리고, 케이프를 단정히 정돈한다. 구겨진 치맛자락을 쫙 펴고, 열린 주머니는 바르게 닫는다. 그리고 언제나 그렇듯 멍한 눈, 흐릿한 목소리로 느릿하게 전한다.


" ...너무 걱정은 마렴, 꼬마야.

아브락사스님은 언제나 널 환영하신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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