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우테르페의 소설

[논컾]동화적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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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은 너의 거짓말 미야조노 카오리 우정 드림 - 『동화적 풍경』

Keywords : 봄 / 공원 / 첫인사

에우테르페의 소설 中 여름 타입 글 커미션

ㅇㅍ님 연성 교환 ⓒ리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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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24


동화적 풍경

봄바람에 부드러운 곡조가 섞여 흐른다. 작고 어린 친구들과 화합을 이루는 브레멘 음악대가 나이와 성별의 격차를 뛰어넘고 악장을 연주하기 시작한다. 금발의 소녀가 경쾌하게 아이들에게 묻는다.

너희, 파가니니라고 알아? 파가니니가 뭐예요? 아~주 유명한 바이올리니스트이자 작곡가인데... 이거 한 번 따라 해 볼래?

─본래 바이올린곡이지만, 그녀는 멜로디언으로도 유려하게 손가락을 놀리며 음정을 노래하기 시작했다. 칸타빌레 M.S.109 D장조가 공원에 울려 퍼진다. 아이들은 단순한 듯 잔잔하게 흘러가는 곡조를 열심히 귀로 들으며 따라 연주했다. 긴 듯하면서도 짧은 연주가 끝남과 동시에 불어온 바람.

그리고 어디선가 찰칵, 하고 카메라 셔터가 내려가는 인공적인 소리가 들려왔다. 놀란 소녀의 시선이 닿아온 끝엔 핸드폰을 들고 서 있는 소년이 서 있었다.

“너!!”

“...응?”

“바보 바보!! 시집가긴 글렀네!!”

아리마 코세이. 사립 스미타니 중학교 3학년. 개학한지 얼마 되지 않아 죽기 일보 직전에 놓여버린 한 소년의 이름이었다.

*

“어라? 마유!”

“아, 츠바키! 와아, 이런데서 다 만나네.”

공원으로 이어진 주택가 근처. 와타리와 카오리의 만남을 주선하기 위해 공원으로 향하던 츠바키는 우연히 만난 친구의 등장에 반가운 탄성음을 터트렸다.

그녀의 그런 반응에 와타리가 궁금하다는 듯 눈을 빛내며 둘을 번갈아가며 쳐다본다. 마치 얼굴로 누구야? 누구? 하고 묻는 듯한 표정.

“이쪽은 히토츠바시 마유. 그리고 얘는 와타리 료타. 우리랑 같은 학교야.”

“그, 그렇구나... 스미타니에 다니는구나. 헤헤. 잘 부탁해!”

“응! 그런데 츠바키, 어디 가는 길이야? 데이트?”

“아하하, 설마. 내가 아니라 와타리를 소개시켜주려고 공원에 가고 있는 참이었거든. 괜찮으면 너도 같이 갈래?”

그 말에 마유가 눈을 반짝이며 재밌겠다는 듯 소리쳤다.

“좋아! 나도 도와줄게. 원래 구경꾼이 많을수록 분위기가 달아오르는 법이거든~.”

무슨 말인지 전혀 모르는 기색이었지만, 와타리는 그저 고개만 붕붕 위아래로 흔들며 헤벌쭉한 상태로 걸음을 옮겼다. 마유와 츠바키가 그의 뒤에서 의미심장한 눈빛을 주고 받는 것도 모르고.

*

“...그래서, 이게 대체 무슨 상황이야?”

마유가 짜게 식은 눈빛으로 코세이를 응시하며 잠깐의 정적 가운데 입을 열었다. 그 말에 코세이가 한숨을 내쉬더니 안경을 손끝으로 밀어 고쳐쓰고는 헛기침을 흠흠, 했다.

“오해야.”

“오해애애애??”

“윽. 그러니까... 정말 기막힌 우연이었다고.”

칸타빌레 M.S.109 D장조가 흐르던 공원을 기억한다. 머릿속에서 아직까지도 떠나지 않는 그 장면은 마치 구전 동화의 한 장면 같기도 했다.

누군가 이야기하곤 했던 아이들의 음악대. 그 음악대를 진두지휘하는 한 명의 소녀. 그 모습을 영원히 담아 간직하고 싶었을 뿐이었다. 그랬는데...

“그래, 오해겠지. 아주 기가 막히게도 엄청난 확률로 그 우연이 지금 일어난 거고. 응, 그렇겠지.”

“으윽. 알겠어... 미안해. 그럴 의도는 없었어.”

코세이가 카오리를 향해 머쓱하게 고개를 꾸벅해 보이자 츠바키가 타박했다.

“코세이! 사과할 때는 제대로 잘못한 내용만을 짚으면서 말해야지. 변명은 안 돼.”

“알았어. 미안해.”

“흠. 그래서? 오늘의 주객은 이 얼빵한 녀석이 아니니까. 와타리는?”

카오리가 옷 매무새를 다듬고 머리를 만지작 거리며 츠바키를 향해 환히 웃어보이자, 츠바키가 너털웃음을 터트리며 엄지 손가락으로 와타리를 가리켰다.

지목당한 와타리는 화들짝 놀라며 얼굴을 붉히다 숨을 크게 훅훅 들이키기 시작했다. 누가 봐도 부끄러움을 숨기려 하는 태도였지만 이 자리에 있는 모두가 그걸 무시했다.

“당연하지. 여기 이 녀석.”

“안녕!!”

“어머, 안녕하세요. 미야조노 카오리라고 해요.”

‘가식적이군...’

코세이가 짜게 식은 눈으로 그리 생각하는 것도 모르고 하하호호 분홍빛 무드를 피워내는 카오리와 와타리. 그리고 그들을 보고 다시 한 번 짧게 한숨을 내쉰다.

마유는 그런 코세이를 보며 묘한 눈빛으로 카오리와 그를 번갈아 쳐다보았다. 흐음... 의미심장한 소리를 내며 고개를 끄덕이는 것도 잊지 않았다.

‘뭐야, 마유? 왜 그래?’

‘아니. 뭔가 있을 것 같단 말이지~. 저 둘.’

‘누구? 카오리랑 와타리? 그야, 오늘의 주역은 저 둘이니까─’

‘아니아니. 와타리란 애 말고.’

‘?’

마유가 잠시 생각에 잠긴 듯 하더니 씨익 웃으며 물음표가 가득한 표정인 츠바키를 지나쳐 코세이에게로 다가갔다.

“너. 츠바키에게 듣기로는 피아노 한다며?”

“...? 그런데?”

“잘 됐다. 카오리가 바이올리니스트거든.”

“...아.”

마유가 와타리 앞에서 수줍게 웃고 있는 카오리를 고갯짓하며 말했다. ...바이올린과 피아노. 악상으로는 이보다 더 잘 어울릴 수 있는 악기는 없을 것이다. 그건 알지만, 자신은.

코세이는 피아노 앞에 앉은 자신을 떠올리자 저도 모르게 아랫입술을 꾸욱 깨물었다. 코세이의 그런 기색을 예민하게 감지한 마유가 흠흠, 헛기침을 하며 씨익 웃어 보였다.

“네게 무슨 사정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너라면 왠지 카오리랑 잘 맞을 것 같아서.”

“그게 무슨 소리야?”

“그냥. 이건 카오리의 절친으로서의 감. 피아노와 바이올린이라니, 너무 멋지지 않아? 잘 어울리기도 하고.”

“...단순히 그런 이유만으로...”

“그러니까. 내 생각에는... 너라면 저 애에게 좋은 파트너가 될 수 있을 것 같아.”

꽃바람이 불었다. 벚꽃잎이 눈처럼 공중에서 춤추며 내려앉는 풍경 속에서, 벚꽃을 닮은 색을 지닌 소녀가 희미하게 눈웃음 지었다.

“───서로를 구원할 수 있는 운명을 만나기란 쉬운 일이 아니거든.”

무슨 뜻으로 그녀가 그런 말을 하는지, 코세이는 알지 못했다. 그저, 풍경 속에 잠겨 따스한 눈빛으로 친우를 바라보는 소녀를 말없이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어딘가에서 희미하게 아까 들었던 칸타빌레의 선율이 들려왔다. 머릿속을 맴돌던 악상은 이윽고 바이올린의 선율로 화해 심장을 가득 채웠다. 현악기가 만들어내는 매끄러운 음률들이 마음을 울렸다.

카오리가 연주하는 모습을 상상하자 가슴이 벅차오르기 시작했다. 알고 있었으나 외면해오던 감각이 피어올랐다. 피아노는, 음악은 자신의 삶을 규정하기만 하는 것이 아니었다. 닫혀있던 자신의 세계를 열어주는 찬란한 통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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