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레비전
최량으로 '가지 않은 길'
요즘 따라 최 경장이 이상해졌다.
원래부터 그가 이상한 사람이란 사실은 처음 만났을 때부터 알았지만 그런 의미의 이상하다가 아니다. 가만히 있어도 출세길이 보장될 강력반에 벗어나 가만히 있어도 욕먹고 움직여도 욕먹는 곳에서 자진해서 오는 그의 행적 부터 심상치가 않았다. 여기서 더 이상해질 리 없다 생각했지만 소문답게 그는 그러한 생각을 깨부셨다. 이거까지 소문대로 완벽하게 일치할 필요는 없는데. 자신을 짭새라 부르며 소리치던 사람을 겨우 진정시키려 탕비실에서 물을 따르며 생각한다. 속에서 타는 기분만큼 컵에 찬물을 붓는다. 다행인 것은 일에 지장을 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넘칠락말락 물이 컵에 넘치기 전에 가까스로 멈추고 다시 자신의 자리로 간다. 아, 저렇게. 그저 자신이 일을 처리하고 한 숨 돌리고자 시선을 돌리면 늘 그에게 잡힐 수 밖에 없었다. 이곳에 있기에는 어울리지 않게 반짝이는 사람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그의 미묘한 변화에도 사람들은 쉽게 알아차릴 수 있었고 자신도 지금처럼 일에 들어가기 전에 항상 신경쓰였다.
“뭔 고민 있어요?”
이렇게 말하기를 다섯번째, 그리고 아무일도 없다는 대답도 다섯번째. 그리고 평소와 다르게 가라앉은 표정으로 텔레비전을 보는 걸 여섯번째. 요즘 인기있는 곡인지 거리에서 항상 틀어주는 음색이 텔레비전을 통해 나오고 있었다. 저와 다른 연예인들이 노래부르며 춤을 추고 있는 모습을 보다 다시 그를 바라보면 무엇을 들킨 것 마냥 제 눈을 바라보고 있는다. 아, 이건 처음 본 반응인데. 사실상 그는 이 장소보다 텔레비전 속의 장소와 더 어울리는 인물이니. 탈선된, 탈선한 이의 단면을 의도치 않게 본 거 같다. 다시 서류에 시선을 두었다. 그리고 동의를 구하지 않고 리모컨으로 전원을 껐다. 가고 싶음에도 가지 않은 길을 보는 이에게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의 배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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