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르실 - 가지 않은 길

마르실은 가끔 생각한다,

자신이 다른 선택을 했다면 이루어지지 않았을 결과들에 대해서 꽤나 깊게 말이다.

만약에 내가 파린을 마법학교에서 알고 지내지 않았다면,

만약에 파린이 밤중에 몰래 미궁에 간다며 학교를 빠져나가지 않았다면,

만약에 파린을 찾아 나서 미궁에 들어가기로 결정한 후 고대마법에 대해 알려 하지 않았다면,

만약의 만약에… 파린이 레드 드래곤에게 잡아먹혀 버리지 않았더라면, 하고 말이다.

“만약 파린이 있었다면 이런 경험은 할수 없었겠지.”

라고 태평하게 들려오는 말에 마르실은 고작 마물식을 편하게 먹고 다니려고 여동생을 희생 시킨 뒤 합리화를 하는것인가 하며 깊은 분노를 느꼈지만, 한편으로는 자신이 알고 싶었던 미궁의 고대마법을 점점 알아갈수록 정말로 라이오스의 말이 맞았던 것인가 생각하고야 말아버리는 것이다.

“아냐! 파린이 레드 드래곤에게 잡아먹히지만 않았으면...

아니, 파린이 라이오스를 자기 오빠라는 이유로 따라나가지 않고 나와 같이 학교에 계속 다녔으면...

그랬다면 분명 파린과 나는 아무리 함께 있었어도 각자의 수명을 공평하게 누리다 헤어졌... 겠지.

마법학교에서는 아무리 교수가 총애하는 조수의 위치라 한덜 고대마법의 자료엔 다가갈 수 없었으니까.“

마르실은 아무리 자신의 마음 속에서 이 사실들을 부정하려 해봐도, 결국 파린이 이 장소에 없었기에 알 수 있었던 기회들을 손수 누리며 미궁속 고대마법에 대해 더욱 쉽게 알아간 사실에 대해 기뻐하며, 파린의 공백에 매순간 체념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죄책감을 느끼며 지금 이 순간에 도달하게된 자신의 행보를 재고하곤 했다.

지금 자신이 이 길을 계속 걸어간다면 고대마법에 대해 더욱 더 알게될 것이고, 그 경험은 파린이 없는 채로 계속 쌓이겠지. 파린을 살리기 위해서 여기서 멈출 수는 없지만 애초부터 파린이 죽지 않았다면 지금의 고생도 없었을건데... 그런 복잡한 마음을 가진 채 여느때처럼 던전의 심층을 내려가며 레드 드래곤의 흔적을 찾던 도중, 어느샌가 꼬질꼬질해진 자신을 비추고 있는 거울을 발견하게 된다.


“아ㅡ 마법의 거울이다! 라이오스, 모두들! 이건 쳐다보지마.

보는 순간 그 사람의 마음을 읽으며 원하는 환상을 보여주면서 매료시키니까 아예 쳐다도 보지 않는게 좋아!”

“헤~ 그럼 라이오스가 여기서 제일 위험하네. 이자식 마물에 대한 지식이 강한걸 핑계로 모든 호기심을 해결하다가 사고치니까.”

“칠책, 그건 내 호기심의 잘못이 아니라 내 마물 백과 지식으로도 감당못할만큼 강한 마물을 만난거란 증거니까 이겨내면 문제 없어.”

“그러니까 넌 이겨내지 못할거같다 이거지! 저번에도 그림속에서 불탈뻔했으면서 뻔뻔하게 잘도 말하네...”

“다들 진정합세, 거울은 그냥 부수면 해결인 문제 아닌가? 내가 도끼로 처리할테니 파편에 찔리지 않게 피하게.”

“아...! 잠깐, 센시! 부수기 전에 마지막으로 한번만 볼 수 없을까? 거울에 빨려가는건 아니잖아~

그저 아주 조금만 보고 바로 부수고 끝내면 문제 없지 않을까? 실은 전부터 궁금했던게ㅡ”

“그러니까 이런게 안된다고. 미궁은 사람의 호기심과 욕망을 채워주면서 집어삼키니까 지금 제일 큰 목표를 해결하기 전까진 시간뺏기는 짓은 금지! 여기서 더 머뭇거리면 파린이 완전히 소화되면서 소생가능성이 더 극한으로 낮아지니까 주의해야된다고!”

“으음... 알겠어, 이해할게. 그럼 파린을 구하고 나면ㅡ”

“넌 파린을 구하고 나서도 마법거울 금지해야하는거 아냐?”

“...동의함세.”

“너무하네 다들... 그렇게 내가 못미더워?”

“당연하지, 애초에 라이오스 네가 배고프다고 방심해서 파린이 드래곤에게 잡아먹히게 하지 않았다면...!”

그렇게 마르실이 라이오스에게 잔소리를 하자, 모두의 눈앞에 있던 마법의 거울이 새로운 상을 비추기 시작했다.

그 모습은 파린이 정말로 드래곤에게 잡아먹히지 않은채 모두 무사히 살아남은 광경으로, 분명한 가짜지만 모두가 생각했던 모습을 비추고 있었다. 레드드래곤을 피하며 파린이 모두에게 전이마법을 쓴채, 무사히 미궁 밖으로 나왔고 나마리와 슈로도 파티를 떠나지 않은 채 모두 돈독하게 우애를 나누고 있었다.

“이렇게 직접 보게 되니까 미궁의 마법이란것 참 징그럽네...”

“맞는말이다, 하프풋의 꼬마여. 만약에 이랬다면 하고 보는 광경은 잠깐의 장면에 그칠 뿐이라 안일한 속임수란걸 쉽게 눈치챌 수 있다네.”

“그러니까 꼬마가 아니라고... 그런데 센시는 왠지 경험있어보이는 말투네?”

“이전 미궁을 돌아다니다 딱 이 거울을 봐버렸곤 하지. 그곳에선 지금은 없는 내 전 동료들과 지금의 내가 사이좋게 있었다네. 드워프의 수명을 계산해보면 내가 지금 이 나이대로 그 동료들과 있었다면 그들은 진작에 다 늙은 채 이미 죽었어야 이치에 맞는 법이었는데 말이네. 그러니 바로 환상임을 깨닫고 자리를 피했으며 한동안은 미궁 속에서 거울같아 보이는 것은 쳐다도 보지 않았다네. 즉 이 거울이 비추는 환상은 잠깐의 꿈과도 가깝다고 봐야함세. 그러니 실제로 죽은 자들이 죽지 않았다면 어떤 광경이 일어났을까 생각하며 던전의 소생술에만 편리하게 기대며 삶과 목숨을 가볍게 여기면 안되는...”

“아니, 설교 길어.”

“헤ㅡ 그럼 센시의 예전 동료들은...”

“어이, 각자의 프라이버시는 알아서 지키자고. 상대가 말해주는 것까지만 고맙게 듣고 그 이상은 귀찮게 물어보지마.”

“칠책도 참, 이런 재밌는 이야기엔 매번 깐깐하다니까? 그나저나 파린은 전이마법이 처음이었는데... 만약 그때 우리가 잘못된 곳으로 전이되었다면...? 아~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끔찍해. 그때 결국 잘 빠져나오긴 해서 다행이긴 하지~”

“그건 맞는 말이야. 자칫 4층의 물속이나 벽속의 공간으로 가버렸다면 그대로 꼼짝없이 질식사로 죽어버렸을거니...

그러니까!!! 우린 지금 이렇게 걸어올 수 있게 된 여행길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계속 마물을 처치하고 먹어가며 파린과 레드드래곤을 찾아나가면 된다 이거지. 결국 파린이 레드 드래곤에게 먹혔기에... 지금의 우리들이 있을 수 있던거야.“

“싸이코패스 녀석.”

“또 동의함세.”

“에, 마법의 거울로 이런 이야기를 할 수 있게 됐는데도 전부 또 내 잘못?”

“라이오스... 다음에 한번만 더 입을 잘못 놀리면 그때는 진짜 마물에게 먹혀도 두고갈 거니까.”

“이자식, 사실은 그런 죽음을 바라고 지금 이렇게 무모하게 행동하는거일지도 몰라.”

“라이오스, 자네는 정말... 답이 없을 정도로 기분이 나쁜 인재군 그래.”

“…알겠다니까, 그럼 모두들! 거울같은거 치워버리고 빨리 파린을 구하러 가자!”

“말해두는데, 이번엔 레드드래곤에게 잡아먹히면 안구해줄거야 정말.”

그렇게 마르실은 자신이 만약에 가지 않았을 길을 외면하며 오늘도 미궁을 내려가며 자신이 진정 가고싶었던, 결국 파린을 구하기 위해서 전진해야할 길을 힘차게 나서며 혹시나의 일에 전부 고개를 돌렸다.

그야 파린을 만나고, 미궁에 따라오지 않았다면 이 모든건 없었을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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