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지 않는길
그녀가 꿈이 있었다.
화가가 되고 싶었지만 예술의 길은 돈이 되지 않는다는 부모님의 반대로 걸을 수 없었다.
부모님이 원하는 변호사의 길을 걸었다. 로스쿨에서 살인적인 공부와 암기를 이겨냈고 근무지조차 부모님의 추천으로 회사에 들어갔다. 이름있는 로펌이었고 부모님들 모임에 내 이야기가 떠돌아 다녔다.
부모님의 완벽한 트로피. 그게 나였다.
일이 너무 힘들때면 밤하늘을 사무실에 갇혀 바라볼때면 사색에 잠겼다. 그림. 다시 그려보고 싶다. 하지만 무리겠지.
가지 못한 내 꿈은 그렇게 틈틈이 나에게 찾아온다. 마치 유혹처럼.
***
어느날 로펌에서 의뢰를 잘못 처리해 큰 손해가 되었다. 잠이 부족해 꼼꼼하게 처리하지 못하고 넘겨버린 것 같다.
수습하겠다고 사수에게 말하면서 충동적으로 폭탄이 나왔다.
“제가 책임지고 그만 두겠습니다.”
“뭐?”
황당하다는 사수의 되물음에 정신이 돌아왔다. 잔뜩 당황한 표정으로 부정하면 죄송하다면 수습하겠다고 다시 말하고 사무실을 나왔다.
“왜 이러지…”
전혀 입밖으로 낼 생각 없는 그 말을 해버린 걸까..
정신을 차리자면 눈에 힘주고 일터로 돌아갔다. 하지만 그렇면서 내 머릿속을 가득 채운건 ‘그만두면..?그땐 다시 그림을 시작해도 되지 않을까. ’
터무니 없는 망상 가득한 직종 변경을 고민했다. 일을 수습하면서도 한번 떠올라버린 다채로운 내 꿈은 눈빛에 빛이 돌게 했다.
밥을 먹으면서 머릿속으로 크로키를 하고 원근법, 손 형태, 풍경화…
간간히 떠오른 놓치못한 꿈이었는데 이렇게 강렬했나 싶을 정도로 정신을 지배했다. 정신 차리면 서류에 낙서를 하고 있을 정도로.
그만둘 용기까지는 없지만… 집으로 귀가 하는 길에 화방을 둘러볼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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