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련한 로베르타

주간창작 챌린지

솜솜코 by 솜소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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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 가련한 로베르타! 얘. 거기 너. 이리 와보렴. 내가 공짜 이야기를 들려줄게. 어린 여자아이라면 새겨들어야 할 교훈적인 이야기란다. 가까이 앉아. 어른들에겐 비밀이다. 내가 이 이야기를 해준 거 말이야.

로베르타는 엄마에게 작은 오솔길에 대해 물었어. 엄마는 그곳이 위험한 길이라 했고, 사실 로베르타는 오솔길이 무언지 알지 못했지. 어쩐지 청설모와 닮아있다고 생각해 청설모가 나오는 길이라 여겼어. 안 돼, 로베르타! 오솔길에 다가가면 누구도 그렇게 소리쳤어. 귀여운 청설모가 있는데 왜 안 된다는 거예요? 모두가 고개를 내저을 뿐이었단다. 가련하다는 수식은 멍청하다의 포장된 말이야.

오솔길을 따라 숲 깊숙이 들어가면 숲지기의 오두막이 나와. 험악한 얼굴의 숲지기는 사냥을 하지 않았지. 그러기엔 마음이 너무 약했거든. 간간이 오솔길을 통해 마을로 내려간 숲지기는 먹을거리만 사서 돌아갔는데도 두려움의 대상이 되었어. 하지만 그는 사람을 그리워했단다. 그의 집엔 아무도 없었거든. 이전부터 쭉.

로베르타는 밤에 집을 나섰어. 화병이 깨졌기 때문이야. 부모님 방의 침실에서 괴물이 일어나는 소리를 들었기 때문이기도 하고. 그 마을은 밤이 되면 괴물 마을로 변해. 로베르타는 그만 겁에 질려 오솔길에 뛰어들고 말았단다! 달리고 달리고 달리는 로베르타를 괴물들은 붙잡지 못했어. 오솔길 끝의 오두막에 괴물 사냥꾼이 산다는 소문을 들었거든. 아침이 밝자 괴물들은 다시 사람이 되었고, 로베르타가 숲지기에게 사냥당했다 확신했어. 곧이어 우리 아이도 오솔길에 들어갔다가 돌아오지 못했다는 사람들이, 심지어는 숲지기가 아이를 데리고 갔다는 사람들이 나오기 시작했지.

로베르타는 어떻게 됐을까? 무서운 사냥꾼의 손에서 벗어나 무사히 가족의 품으로 돌아갔을까? 괴물에게서 벗어나 착한 숲지기의 오두막에서 즐겁게 살아갔을까? 이 이야기는 그렇게 좋은 이야기가 아니야. 실제로 일어났던 일이거든. 괴물들은 횃불과 쟁기, 낫 따위를 들고 사냥꾼의 오두막으로 몰려갔지만 그곳에 있는 사람이라곤 선량한 숲지기 뿐이었어. 로베르타는 거기까지 당도한 적도 없었지. 지친 로베르타가 나무에 기대 쉬는 사이 산짐승이 로베르타를 낚아채 가버렸거든.

이 이야기의 교훈이 뭐냐고? 글쎄다. 네가 받아들이기에 달렸지. 뭐가 가장 무서웠니? 험한 소문을 가진 숲지기? 밤만 되면 돌변하는 마을 사람들? 로베르타를 죽여버린 산짐승? 가장 무서웠던 것을 경계하렴. 말했듯, 이건 실제로 일어난 일이기 때문에, 진실은 모호하고 죄는 많단다. 단 하나 말할 수 있는 건 이거겠지. 아아. 가련한 로베르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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