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지않은 길
- 나기사토 의 이야기.
교차로가 있었다. 미유키는 한 편으로 들어서며 가지 않은 곳을 한 번 보았다. 언제나 갈림길이었다. 정부의 손을 들어 에스퍼즈를 이끌게 된 것도 몇 개월. 그 시간이 지났지만 미유키는 그 때 나기의 눈길을 잊지 못했다. 어느 것이 그리도 그들을 엇나가게 하였을까. 그녀는 그것을 이해하기 어려웠다. 되돌릴 수 없다는 것을 안다. 그렇기에 그 곳을 다시 들여다보지 않기로 하였다. 시간은 멈추는 법이 없었다. 어디로든 흘러가며, 어디로든 퍼져나가는 입자와 같은 존재. 그렇다. 미유키는 자신의 신념을 바라보기로 하였다. 그것이 변해서는 안 될 사실이었다. 문득, 골목의 어스름에서 푸른 눈이 보인 듯도 했다. 미유키는 고개를 돌렸다. 다른 사람의 눈길일 것이 분명했다. 그러나 그 눈은 그녀의 쪽으로 다가왔다. 눌러쓰고 있던 후드를 걷어내며, 상대는 사토 미유키의 이름을 불렀다. 미즈하라 나기였다.
“이 곳에서 보게 될 줄은 몰랐는데.”
“그건 제가 할 말이에요.”
“나를 좇아왔나?”
“그럴 리가.”
나기는 감정없는 눈으로 미유키를 바라보았다. 그 눈길을 피하지 않는 미유키였다. 그녀는 가만히 그 자리에 선 채로 말하였다. 이 자리에서 너를 잡아갈 수도 있을텐데. 그런 말을 하면 나기는 고개를 저었다. 자신을 이곳에서 잡을 생각은 없을 것이라고. 그것은 사실이었다. 법을 근거로 하는 미유키는 그녀가 자신의 앞에 나타났더라도 임의로 체포를 할 수는 없을 터였다. 레지스탕스들이 에스퍼즈의 설립, 그러니까 모든 능력자들의 임의등록, 군대창설에 반대했다. 그러나, 그들의 반대 권리는 온존 중이었으며, 그들이 반국가 행위를 하진 않은 때였다. 그들과 대립할 지언정 유린할 생각은 없었다. 그러므로 미유키는 손을 거두었다. 눈을 지그시 감았다 뜨면 여전히 푸른 눈은 자신을 응시하고 있었다. 그것을 피하지 않고, 미유키는 입을 열었다.
“나는 네가 내 편을 들어주길 바랐어.”
“저도 같은 생각이네요.”
“...”
다시 볼 일 없길 바라지. 그런 말과 함께, 미유키는 오던 길을 그대로 쭉 걸어 나갔다. 의식하지 않으려 하는 눈길이 아주 소란스러웠다. 나뭇잎의 그늘이 건너편에서 흔들리고 있었다. 그녀는 담배를 찾기 위해 주머니를 뒤적거렸다. 결국 찾은 것은 사탕 몇 개와 빈 담뱃갑이라는 것은 말할 것도 없었다.
댓글 0
추천 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