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야클로] 내가 부재 중이었던 어느 날

텐도 마야x사이죠 클로딘, 오메가버스 기반(19금 아님), "네가 부재 중인 어느 날"의 짧은 뒷 이야기

Violet Rhapsody by Thav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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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포스팅은 동명의 게시글을 포스타입 Violet Rhapsody에 22년 2월 2일자로 업로딩된 적이 있습니다)

1.

“거기까지 하세요, 다이바 양.”

내 한 마디에 다이바 양의 손이 멈칫 거렸다. 다이바 양의 시선에서 ‘어라, 진짜 왔네?’란 느낌이 아주 살짝 들었지만, 곧 평소의 다이바 양으로 바뀌었다. 그녀는 내게도 들리게 ‘마야쨩이 돌아왔으니 내 역할은 여기까지.’라면서 몸을 일으키며 내게 다가왔다.

“쿠로쨩이 당분간 엄청 힘든 시기니까 잘 부탁해. 마야쨩.”

“.......”

내게만 들릴 정도의 작은 목소리. 굳이 ‘알고 있습니다.’, 라고 답하지는 않았다.

“제가 둘 사이를 방해 했나요?”

“아니. 그런데 견학이라고 하지 않았어?”

“사정이 있어서 먼저 돌아왔는데 문제라도 있을까요.”

사실 ‘견학 도중 사정이 있어서 돌아왔다.’는 건 이 일 때문이니까. 서서히 억제제의 효과가 돌아 평소의 그 도전적인 시선을 보내고는 있지만, 역시 시기가 시기인 덕분에 평소의 그 날카로움이 무뎌진 사이죠 클로딘의 시선. 이런 상황 속에서도 나를 향한 라이벌 의식을 드러내는 그녀의 태도는 날 자극했다.

내가 없던 몇 시간의 시간 동안 그녀는 분명 평소처럼 연기했을 것이다. 평상시의 자신을, 이 텐도 마야의 라이벌 사이죠 클로딘을. 둔해진 몸으로 무뎌진 시선으로. 아마 알파나 오메가가 아닌, 대부분의 사람들은 눈치채지 못했을 지 모른다. 아마 수많은 학생을 봐오신 사쿠라기 선생님의 경우는 도중에 눈치 채셨을 거고, 사이죠 양을 이곳에 데려온 다이바 양도 알고 있었을 것이다.

아니, 지금 생각해보면 다이바 양의 경우 오늘이 아니라 며칠 전부터 알고 있었던 것 같았다. 확신을 한 건 오늘이었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이제 괜찮아졌으니까-”

“안 됩니다.”

‘왜 안 돼.’라는 표정의 사이죠 양에게 ‘억제제를 먹고 무리해서는 안 된다, 그 정도는 상식이겠지요?’라고 하니 그녀가 입을 다물었다. ‘네가 말해주지 않아도 알아.’라는 눈빛이 내게 돌아왔지만, 그녀는 내가 상기시켜주지 않았다면 몸을 움직일 생각이었던 게 분명했다. 그런 사람이었다. 사이죠 클로딘이라고 하는, 99기생 중에서 내가 라이벌이라고 인정하는 여자는 말이다.

이런 시기에도 그녀는, 나라고 하는 목표를 넘어서기 위해 몸을 움직일 것이다. 최고의 라이벌을 연기해내기 위해서. 후후, 하고 나도 모르게 웃음이 흘러나왔다. 이런 내 반응에 ‘뭐가 그렇게 우스운 거야?’라며 사이죠 양이 으르렁 거렸다. 평상시와 같은 그녀의 모습에 내 웃음이 더 짙어졌다.

“아뇨, 아무 것도 아니에요.”

“그럴 리 없잖아? 나 놀리는 거지?”

“설마요.”

내 반응에 사이죠 양의 분홍빛에 가까운 눈이 더 날카롭게 빛이 났다. 평소보다 더 감정적인 그 반응에 나는 좀 더 그녀를 자극하고 싶어졌다. 아무래도 나 역시 그런 시기의 그녀에게 휘둘리는 게 아닐까 싶었다. 그도 그럴 게 이렇게 귀여운데, 그냥 넘어갈 수는 없지 않은가.

“됐어. 너랑 이러고 있는 게 더 무리하는 거 같아.”

그녀는 침대에서 빠져나와 몸을 일으켰다. 시간을 확인하니 지금부터라면 다음 연습 시간에 참가할 수 있을 시간이었다. 그녀의 성격상 여기서 쉬고 있던 시간을 만회하기 위해, 평소보다 더 무리를 하겠지. 나는 ‘그럼 저도 같이 가죠.’라며 그녀를 따라나섰다.

“뭐?”

“여차하면 대처해줄 수 있는 사람이 함께인 쪽이 낫지 않나요? 아니면 연습 상대로서의 제가 맘에 안 드시는 건가요?”

“정말 밉상이네, 너.”

2.

스트레칭을 같이 하면서 느꼈지만 그녀의 몸은 확실히 평소보다 뜨거웠다. 억제제의 약효가 돌고 있다고 해도, 그건 어디까지나 일상 생활이 가능할 정도로 어느 정도 억눌러주는 정도이지 평소보다 조금 오른 체온까지 어떻게 해주는 건 아니었다. 사이죠 양이 작게 ‘역시 평소보다 몸이 둔해.’라고 투덜거리는 소리가 들렸지만 모른 척 하기로 했다.

다른 사람이었다면 ‘역시 무리를 안 하시는 게 낫지 않나요?’라고 했을 지 모른다. 하지만 내가 그런 말을 해봐야 보건실에서처럼 사이죠 양은 ‘괜찮다니까?’라며 더 무리를 하겠지. 그러니 난 그녀가 하고 싶은 대로 내버려두었다.

“댄스 연습은 다이바 양이랑?”

“왜.”

“아뇨, 아무 것도.”

내가 없을 때 사이죠 양의 투지를 끌어낼 수 있는 상대라면..., 역시 다이바 양일 거라고 예상은 하고 있었다. 오디션에서도, 현실 연습에서도. 예전부터 다이바 양은 자신의 본래 실력을 숨기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치 모두와 함께 있기 위해, ‘모두의 다이바 양.’을 연기하고 있다고 해야할까. 하지만 그것과는 별개의 감정이 꿈틀거렸다.

아까 보건실에서 다이바 양과 사이죠 양이 함께 있었을 때.

분명.......

“마야, 텐도 마야.”

“아.”

사이죠 양의 얼굴이 가까웠다. 그제서야 내 스탭이 멈춘 걸 알아차렸다. 아무래도 그녀의 열기가 내게도 옮은 걸까. 억제제를 복용하였다고 해도 이 시기의 오메가와 함께, 이렇게 가까이 있는 건 역시 위험하다. 하지만 나는 언제나의 나를 연기해내면서 ‘다시 시작할까요?’라고 하면서 몸을 움직였다. 그녀에게 휘둘릴 수 없었다. 나는 텐도 마야니까, 라고 속으로 중얼거리면서.

“사이죠 양.”

마무리 운동을 시작할 때 즈음, 사이죠 양의 태도와 움직임이 바뀌었다. 역시 몸을 격하게 움직여서 억제제의 효과가 빠르게 떨어진 걸까. 피로 이외의 것으로 몸이 둔해진 그녀는 연습실 바닥에 주저앉아 숨을 몰아쉬었다. 평소엔 내 앞에서 약한 모습을 보이지 않는 그녀가 이럴 정도면, 생각보다 몸 상태는 좋지 않은 게 분명 했다.

“괜찮으신가요?”

“괜찮아. 아직 더 할 수 있어.”

“전혀 안 괜찮아 보이시는데요.”

나는 그녀에게 손을 내밀며 ‘일어서실 수 있겠어요?’라고 했다. 그녀는 내 손을 쳐내고는 스스로 일어섰다. 하지만 순간적으로 몸을 비틀거린 그녀를 안아서 부축을 하자, 아까 전보다 더 뜨거워진 그녀의 체온이 내게 전해졌다. 사이죠 양의 금발이, 연습으로 인해 흘린 것 이외의 땀에 젖어있었다.

“사이죠 양.”

체온 이외에도 달달한 향기가 느껴졌다. 그녀는 내 어깨를 잡고서 ‘괜찮다니까.’라며 허세를 부렸고 나는 그런 그녀에게 전혀 괜찮지 않다고 하였다. 평소의 그녀라면 소화하고도 남을 운동량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한 것부터 시작해서 열이 이렇게 오른 몸을 보면 - 알파나 오메가가 아닌 제 3자가 보아도 이상이 있다고 단언할 거라고 하니 그제야 그녀는 입을 다물었다.

“돌아가서 쉬도록 하죠.”

아무래도 오늘은, 아니, 당분간은 이런 일이 많이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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