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마환생 3화
몽연은 입을 삐죽이다가 무언가 떠오른 듯 주머니에서 스마트폰을 꺼냈다. 그리고 곧 그 화면을 이자하의 눈앞에 들이밀었다. 반사적으로 미간을 찌푸린 이자하가 고개를 뒤로 물리고 화면을 보니, 자신의 얼굴을 한쪽 구석에 띄운 뉴스의 한 장면이었다. 검마 선배가 말했던 게 이건가.
“사실 나도 긴가민가했는데, 이름까지 보니까 직접 확인해봐야겠더라.”
“두 달이나 지난 일인데 왜 지금?”
“나도 보도된 당시에는 몰랐다. 그런데…….”
몽연은 재차 무언가 검색하더니 화면을 보여주었다. 흑백 CCTV 영상 속 이자하가 괴한을 향해 2단 돌려차기를 날리고 있었다.
“이게 요새 다시 돌아다니더라고.”
“흠.”
“뭐냐, 그 표정? 재수 없게.”
“재수는 네가 없지.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뻔쩍거리는 것이. 재벌 2세라도 되냐?”
“아니? 재벌 3세.”
“…….”
이자하는 가만히 눈을 감고 침묵했다.
“뭐. 왜. 뭐.”
“말 걸지 마라. 똥 밟고 주화입마가 오려는 것 같아서 운기조식 중이다.”
“지랄하네.”
“하…… 맏형 연락처는 알려줄 수가 없겠군.”
“뭐?! 사부님 벌써 찾았어?! 그걸 왜 이제 말해!”
“주화입마라서 그런가. 재벌 3세 목소리가 잘 안 들리네. 우리 애들이나 봐야겠다.”
“야 이…….”
이자하는 몽연을 뒤로 하고 휘적거리며 관장실을 나가버렸다. 그리고 언제 그랬냐는 듯 아이들과 어울리는 것이다. 남겨진 몽연은 멍하게 그 모습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셋째도 스승님도 있으니 아마 둘째도 있을 것이다.
그럼 다시 한번 사대 악인이 한자리에 모이게 된다.
셋째는…… 저러고 있고. 스승님과 둘째가 무엇을 하고 있을지 몽연은 내심 궁금하였다. 하지만 물어볼 상대는 시간이 지나도 다시 돌아올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그는 아이들을 통솔하여 발차기를 가르치는 데 전념하는 중이었다. 익숙하기도 하고 생경하기도 한 풍경. 몽연은 그 속에서 자신의 옛 제자를 떠올리며 먼 기억 속 추억에 잠겼다.
“아직도 안 갔냐?”
아이들을 보내고 온 이자하가 몽연의 건너편에 다시 앉으며 퉁명스러운 말을 내뱉었다.
“사부님 얘기 좀 해봐라.”
이자하는 일부러 뜸을 들이며 잔에 천천히 물을 따라 마셨다. 그러나 몽연은 대거리하지 않고 진득하게 기다렸다.
결국 이자하는 잔을 내려놓고 입을 열었다.
“경호 일 하신 댄다. 보안 업체.”
“경호?”
잠시 무언가 생각하던 몽연이 음, 하며 자랑스러운 미소와 함께 입을 열었다.
“정장을 입은 사부님이라. 분위기가 남다르시겠군.”
“남다르지. 남달라서 애들이 무섭다고 피하더라. 천직이야.”
“…….”
“옛다.”
이자하는 전날 받았던 명함을 몽연 앞에 내밀었다.
“설마 사부님 명함이냐?”
고개를 끄덕이는 이자하를 보고 몽연은 침을 꿀꺽 살피며 양손으로 공손히 명함을 살폈다.
“이게…… 사부님 성함?”
“그렇다니까.”
그러자 몽연은 짐짓 진중한 표정을 지었다.
“……그때도 이 이름이셨을까.”
“글쎄다.”
“넌 지금도 이자하잖아. 나도 몽연이고.”
“몽연이야? 똥싸개가 아니라? 이 나라에 몽 씨가 있어?”
“있어. 희귀하지만. 아니, 그보다 이번 생에는 똥 지린 적 없다. 난 이제 똥싸개가 아니다. 아무튼, 원래 이름 그대로 태어나는 거라면 이 이름이 사부님 이름이었다는 거 아니냐.”
“그거야 모르지. 예외가 있을 수도 있고. 알 수 없는 건 알 수 없는 거다, 똥싸개야.”
“…….”
몽연은 한숨을 내쉬더니 자신의 스마트폰에 검마의 연락처를 저장하고 명함을 이자하에게 돌려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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