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마환생

광마환생 4화

며칠 뒤, 어느 교차로에 면한 건물 2층의 카페 구석.

“자자, 사부님과 셋째를 이곳으로 부른 이유는 다름이 아니라…….”

“외로워서?”

“겠냐고.”

이자하와 몽연의 농지거리를 들으며 검마는 묵묵히 따뜻한 허브차가 담긴 머그잔을 들었다. 두 모금 정도 마시자 둘의 아웅다웅하는 목소리가 셋째의 ‘똥싸개’로 끝이 났다. 아니, 정확히는 검마가 끝을 냈다.

“둘째 소식은.”

“예, 사부님. 제가 하고 싶었던 말이 그겁니다. 명색이 사대 악인인데 네 명 다 모여야죠. 둘째를 찾아야 한다고 봅니다.”

“흠…….”

“뭔가 마음에 걸리는 일이라도 있으십니까?”

“아니다. 방법은 있느냐?”

“저희처럼 셋째를 보고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고 봅니다. 나타나지 않으면 나타날 때까지 셋째를 유명 인사로 만드는 거죠.”

“나처럼 티비 안 보고 SNS 안 하면 모르는 거 아냐?”

심드렁하게 듣고 있던 이자하가 딴지를 걸자 논의는 원점으로 돌아왔다. 심부름센터를 고용하자는 말도 나왔지만 육합의 본명을 아는 사람이 있느냐는 검마의 물음에 도루묵이 되었다.

잠시 침묵이 이어지던 때 이자하가 갑자기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두 사람은 반사적으로 그를 붙잡았다.

“어어, 셋째야, 진정해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참나, 내가 아직 광증 있는 사람으로 보이나?”

“어.”

“음.”

“환장하겠네. 됐고, 맹주 형님은 어디 가면 볼 수 있어?”

“그건 왜? 만나보려고?”

“오냐. 경찰청장이면 사람 하나 찾는 것 정도는 식은 죽 먹기겠지.”

“아서라. 소용없어.”

몽연은 그렇게 말하고 한숨을 쉬며 제 몫의 라떼를 한 모금 마셨다.

“똥싸개 주제에 어떻게 확신해?”

“똥싸개 아니다. 전에 내가 청장님 본 적이 있는데, 날 못 알아보시더라고.”

“네가 경찰청장을 왜 만나? 이 새끼가…… 이번 생에도 사고 쳤냐?”

이자하의 날 선 물음에 검마의 시선도 슬그머니 몽연 쪽을 향했다.

“아냐! 아닙니다! 저희 아버지가 검경 쪽에 친분이 있으셔서…… 식사 자리에서 한 번 뵌 적 있을 뿐입니다!”

“사고가 아니라 비리로구나.”

검마의 말에 몽연이 입을 다물었다.

십 수 분 후, 셋은 함께 도심을 걸었다. 별말 오가지 않았으나 이자하가 앞장서서 어디론가 향하기 시작해 둘은 그 뒤를 따라가고 있었다. 그리운 감각이 밀려오는 듯했다. 앞에서 걷고 있는 이의 행색은 검은 도포가 아니라 체육복 차림이었고 주변 풍경도 나무가 이루는 숲이 아니라 빌딩 숲이었지만.

“날 백수가 따로 없네.”

몽연이 이자하의 등을 향해 중얼거린 작은 목소리는 때마침 울린 경적에 묻혔다.

“셋째야, 지금 어디 가는 것이냐.”

검마가 묻자 이자하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답했다.

“경찰청.”

몽연은 헛웃음을 흘렸다.

“당장 쳐들어가려고? 넌 다시 태어났는데도 어째 변하지를 않냐.”

“몇 번을 다시 태어나도 변하지 않는 사내, 그것이 나다.”

몽연은 고개를 끄덕였다.

“확인.”


“내가 여기 청장이랑 아는 사이라니까 그러네.”

“약속하셨습니까?”

“그런 거 필요 없다니까?”

앞을 막은 경비와 대거리하는 이자하를 먼 발치에서 보며 몽연은 여유롭게 웃었다.

“사부님.”

“왜 그러느냐.”

“버리고 갈까요?”

바로 대답이 나오지 않는 것이 검마도 고민 중인 눈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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