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마환생 2화
“그나저나 육갑이나 똥싸개 놈들 소식도 있소?”
검마를 배웅하러 따라 나온 이자하가 물었다. 이번에도 저 혼자일 거라 여겼으나 검마가 제 눈앞에 나타나고 보니 나머지 사대악인도 환생했을지, 환생했다면 그와 검마처럼 기억을 떠올렸을지 궁금해진 것이다.
검마는 고개를 좌우로 흔들며 답했다.
“듣지 못했다. 그런데.”
뒷말은 한 박자 쉬고 이어졌다.
“임 맹주가 있더군.”
이자하의 눈이 살짝 커졌다.
“맹주 형님이? 어디서 봤소?”
“마찬가지로 뉴스 보도로 봤다. 경찰청장을 하고 있더군.”
“…….”
이자하는 경찰 제복 차림의 임소백을 떠올리며 입을 다물고 말았다. 그러다 뱉은 말은.
“……어울리네.”
“음.”
“팔자는 팔자구나 싶기도 하고?”
“음.”
그러는 동안 도장이 있는 골목을 빠져나와 큰길까지 나온 것을 알아차린 이자하가 문득 멈추어 섰다.
“어쨌든 똥싸개는 마지막에 찾읍시다.”
“이유가 무엇이냐.”
“벌써부터 재수가 없소.”
검마는 별말 없이 먼 산을 보았다.
“아무튼, 다시 보려면 어디로?”
그러자 검마가 입고 있던 정장 재킷의 안주머니에 손을 넣어서 지갑을 꺼냈다. 자연스레 손끝으로 내어진 명함. 그곳엔 처음 보는 이름 석 자와 직함, 연락처가 적혀 있었다. 이자하는 그것을 받아 들고 한동안 앞뒤로 돌려보더니 픽, 웃었다.
“왜 웃느냐.”
“나중에 말해주겠소. 살펴 가시오.”
“……그래, 들어가거라.”
이자하는 등을 돌려 걸어가는 검마의 뒷모습을 바라봤다. 허리춤에 검은 매달려 있지 않았지만 여전히 꼿꼿한 등이 영락없이 전생과 같았다. 대신 죽음의 그림자는 드리워져 있지 않다. 그러자 새삼, 이번에는 제대로 사람 구실 하며 밝은 곳에서 사는 모습이 기쁜 것이다.
검마의 모습이 건물에 가려 사라진 뒤에야 이자하는 발걸음을 돌려 태권도장으로 돌아갔다.
“관장님! 잘생긴 아저씨가 관장님 찾아요!”
“……그래, 알았다.”
이자하는 하루 전의 입방정을 후회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번에는 마중 나갈 필요도 없이 요란하게 발소리를 내며 들어온 인영이 관장실 문 앞에 다다르더니 기별 없이 문을 벌컥 열었다.
“예나 지금이나 예의가 없어, 예의가.”
이자하가 나지막이 말하며 혀를 차는 것과 동시에 문을 열고 들어온 몽연이 눈을 크게 떴다.
“너 진짜 너냐?”
“말이 이상하네. 거, 일단 문부터 닫지.”
호기심에 관장실 문 앞에 모여든 아이들을 가리키며 이자하가 손짓했다. 몽연은 눈을 몇 번 끔뻑이다가 문을 닫고 탁자 건너편에 앉았다. 어제는 검마가 앉아 있던 자리다. 그러고 보니 형님께 알려야겠군.
몽연은 앉은 채로 관장실 구석구석을 구경하다가 통유리창 너머로 아이들과 시선이 마주치자 손을 흔들었다. 아이들은 마주 손을 흔들거나 고개만 갸웃하거나 무시했다. 이내 아이들이 전부 관심을 돌렸을 때쯤.
“네가 태권도장이라…….”
“화산을 잊었냐?”
“지금이 그때랑 같아? 네가 부모들 비위 맞춘다는 게 가능한 일이냐고. 존댓말은 쓰냐?”
“기본이지. 너는 애초에 내가 점소이였다는 걸 잊은 모양인데.”
“아, 맞다.”
몽연이 씩 웃었다.
“닥쳐라.”
“아무 말도 안 했는데?”
“얼굴이 시끄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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