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야클로] 네가 부재 중인 어느 날

텐도 마야x사이죠 클로딘, 오메가버스 기반(19금 아님). 히트가 온 클로딘이 보내는, 마야가 부재중인 어느 날의 짧은 이야기.

Violet Rhapsody by Thav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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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포스팅은 동명의 게시글을 포스타입 Violet Rhapsody에 22년 1월 30일자로 업로딩된 적이 있습니다)

1.

몸이 무거워. 나는 침대에서 몸을 일으키면서 그렇게 중얼거렸다. 몸 전체에 힘이 들어가지 않고, 멍하고, 팔과 다리가 뻐근했다. 몸 전체에 떠도는 미열. 침대에서 내려와 잠이라도 깰 생각으로 문 밖으로 나섰더니 밖에는 후타바가 병 우유를 마시면서 서 있었다.

“여어, 쿠로코. 좋은 아침이야.”

“좋은 아침, 이라고 말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지만 말이야.”

“그러게. 얼굴이 완전 말이 아닌데.”

그 정도인가? 그나저나 다른 애들은 다 학교에 간 것인지 조용했다. 그리고 내가 이 이상할 정도로 조용한 상황에 어리둥절하자 후타바가 ‘확실히 오늘 상태가 안 좋아보이네.’라고 한 마디를 했다. 오늘 배우양성과의 학생 일부는 견학을 이유로 아침 일찍 떠났다는 것이다.

“카오루코도 텐도도 오늘은 늦게나 돌아올 거야.”

텐도, 란 단어에 내가 움찔거렸다. 그 밉상인 여자. 그녀에게 이런 모습을 안 보여도 된다는 점에서 안심이었다. 동시에 괜히 진정되지 않았다. 후타바는 ‘계속 그러고 있으면 지각한다, 쿠로코.’라는 한 마디에 간신히 정신을 차리고 등교 준비를 하였다. 평소엔 카오루코의 전용석이던 후타바의 바이크 뒷자리는, 몸 상태 문제도 있고 하여 내가 하루만 빌리기로 하였다.

후타바가 ‘나중에 한 턱 쏴.’라는 말을 덧붙였지만. 그게 누구에게랑은 달리 빈말이라는 것은, 멍한 머릿속으로도 잘 알 수 있었다.

2.

“쿠로쨩, 괜찮아?”

댄스 연습의 파트너가 되어준 나나가 그렇게 말했다. 역시 오늘은 상태가 영 좋지 않았다. 이론 수업은 어떻게든 상태가 나쁜 걸 숨길 수 있었지만 이렇게 실습을 할 때에는 티가 나기 마련이었다. 텐도 마야가 없는 오늘 내 파트너는 주로 바나나였다. 평소에는 티를 잘 내지 않았지만 텐도 마야 이상의 실력자인 그녀는, 만약에 ‘텐도 마야’라는 존재가 없었으면 나와 주역을 다투는 사이가 되지 않았을까.

“괜찮아. 고마워.”

말은 그렇게 했지만 전혀 괜찮지 않았다. 평소보다 스텝도, 손짓도 모든 게 둔했다. 그런 내 페이스에 맞춰서 나나는 나를 이끌어주었다. 그러고보니 평소보다 더 적극적으로 밀어붙이는 듯 한 건 착각이겠지. 응. 나나의 입꼬리가 올라가 보이는 것도 응.

나와 나나의 차례가 끝난 뒤 자리에 돌아오고, 바닥에 그대로 주저앉았다. 사쿠라기 선생님이 ‘사이죠 괜찮아?’라고 말을 걸어주실 정도면 역시 오늘 몸 상태는 최악인 것 같았다. 괜찮다고 답을 하는 내게 나나가 다가왔다.

“쿠로쨩.”

“응?”

내게 다가온 나나가 아주 작게 아니 입술만 움직여서 이야기 했다. ‘억제제, 챙겨 먹었어?’라고. 억제제, 억제제, 억제제. 아. 그런가. 슬슬 그런 시기였다. 세이쇼에 입학하고 나서 텐도 마야라고 하는, 타도할 존재 - 넘어서야 하는 존재와 마주하고 나서 연습과 나 자신을 단련하느라 시간 감각을 잊고 있었다. 나나는 선생님에게, 나를 양호실에 데려다주겠다고 한 뒤 나에게 손을 내밀었다.

“고마워.”

“천만에 말씀.”

나나는 웃으면서 ‘마야쨩 앞에서 그런 모습을 안 보여서 다행이야.’라고 작게 덧붙였다. 그 말에 나는 재차 오늘 그녀의 부재를 실감했다. 그것관 별개로 내가 오늘 억제제를 빼먹은 걸 알아차린 나나의 존재에 의문이 들었다. 하지만 다시 밀려드는 나른함에 거기까지 머리가 돌아가지는 않았다. 세이쇼 99기에 나와 비슷한 체질인 학생들이 있는 건 알고 있지만, 분명, 나나는 그 어느 쪽도 아니었, 던가?

“쿠로쨩의 눈엔 그렇게 보이는 구나?”

“응?”

내가 뭐라고 했나? 나나는 평소보다 더 상냥하게 웃으면서 ‘아무 것도 아니야.’라고 하였다. 기분 탓이겠지. 응.

3.

알파와 오메가. 세상에는 그렇게 불리는 특이한 성별이 있다. 딱히 어느 쪽이 우월하고 열등하고 그런 건 아니다. 굳이 따지자면 사람을 끌어들이는 방식이 다른 매력을 발휘하는 존재라고 해야할까. 스스로 빛이나는 존재와 주변을 끌어들여서 같이 빛나는 존재의 차이, 라고 하면 좋을까.

‘나는 혼자서도 스타다.’라고 하는 어느 밉상인 여자가 알파. 불특정 다수 누군가에게 그런 식의 주목을 받게 만드는 타입이 대체적으로 알파인 경우가 많았다. 경우에 따라 누군가를 잘 챙겨 주고싶어하는 쪽에서도 알파가 있다고 하는데, 거기까지는 나도 잘 모른다.

오메가는 주로 혼자서 주목을 받는 경우도 있지만, 다른 누군가와 부딪쳐서 더 빛나게 하는 그런 경우라고 해야할까. 그래, 나 같은 타입. 분하지만 텐도 마야라고 하는 존재를 통해, 과거보다 더 성장한 내 모습. 부정할 수는 없지만 말이야. 정말 미운 여자야. 누군가에게 보살핌 받는 경우도 많지만 역도 있었다.

그러니까 경향성의 차이다. 애초에 알파와 오메가는 그 어느 쪽도 아닌, 흔히 베타라고 불리는 사람들에 비해 소수이기 때문에 절대적인 무언가는 없었다. 소수 중에서 유독 그런 사람이 잘 보이니까 더 그렇게 보인다고 해야할까.

그렇지만 그것과 별개로 가까운 곳에서 그런 ‘스테레오 타입’의 알파와 마주 친다는 것은, 그것도 라이벌로 만나게 된다는 것은 썩 유쾌한 일은 아니었다. 그래, 텐도 마야가 내게 그런 존재였다.

4.

“억제제의 효과가 돌 때까지는 양호실에서 쉬는 게 좋을 거야.”

나나는 그렇게 말하면서 내게 물이 든 잔을 건네 주었다. 물을 받아들고서 나는 ‘고마워.’라고 말하면서 내 몸에 비하면 차가운 양호실의 베개에 몸을 기댔다. 오늘 도대체 몇 번이고 말하는 건 지 모를 고마워란 말. 그런 내 반응에 나나가 웃으며, 침대에 걸터 앉았다.

“언제 알았던 거야?”

“음, 대충 어제 저녁 때부터? 쿠로쨩 어제부터 계속 멍했는 걸.”

그렇게 멍하게 있던 기억은 없었지만, 나나의 관찰력이 좋은 것이라고 치부했다. 내가 자각하지 못 하는, 히트 직전의 전조 증상이라도 있는 것이겠지. 예를 들자면 한 달에 한 번 오는 그걸 시작하기 전에 유독 단 걸 먹는 사람이 있는 것처럼. 그렇지만 난 그렇게 티를 낸 기억이 없는데...?

“나나, 너 혹시”

“응?”

나나가 웃으면서 나를 본다. 이름 그대로 부드러운 시선이었지만 역시 신경이 쓰인다. 약효가 서서히 도는 것인지 나른함도 미열도 천천히 가라앉았다. 이대로라면 저녁 연습은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히트가 온 시기여도 몸을 놀릴 수는 없었다. 내가 이러고 있으면 누군가는 한 발 더 앞서나가고, 따라가기 힘들테니까.

“안 돼.”

“응?”

“쿠로쨩은 오늘 푹 쉬어야 해.”

“약도 먹었으니 이제 괜찮은ㄷ..”

“쉬도록 해.”

나나의 마지막 말에 힘이 들어가 있었다. 몸을 다시 일으키려는 내게 손을 뻗어서..., 응? 이 위화감, 설마, 나나, 너, 혹시.

“거기까지 하세요, 다이바 양.”

아, 정말, 미운 여자. 양호실 문 밖에는 언제나의 그 밉살스러운 여자가, ‘지금 막 돌아왔습니다.’란 표정으로 나와 나나를 보고 있었다. 그런 그녀의 등장에 나나는 ‘마야쨩이 돌아왔으니 내 역할은 여기까지.’라면서 몸을 일으켰다. 평소의 ‘다이바 나나’로 돌아온 그녀는 양호실을 나가면서 텐도 마야의 귓가에 뭔가를 작게 속삭였다. 내겐 들리지 않았지만.

“제가 둘 사이를 방해 했나요?”

“아니. 그런데 견학이라고 하지 않았어?”

“사정이 있어서 먼저 돌아왔는데 문제라도 있을까요.”

밉살스러운 이 여자는 언제나처럼 그 당당한 눈으로 날 보고 있었다. 아무래도 단순한 캡슐 형태의 약보다는..., 이 미운 라이벌의 존재가 효과가 더 좋은 것 같아 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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