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캐로그

첫 만남

-모드루시의 첫만남 날조!

첫 만남

정원이랄 것이 없는 마당을 둔 집은, 항상 햇살이 따가웠다. 여러 집들이 모여 하나의 단위를 이루는 블록은 미로와도 같았다. 그늘을 피해 숨어든 아이들은 종종 바깥으로 빠져나가기 위해 같은 골목을 맴돌곤했다. 모드는 그날 역시 할아버지의 지도가 끝나고, 쉬는 시간을 만끽하며 마당으로 나가 있었다. 적도편동풍에 실린 태양빛은 뜨거웠지만, 어쩐지 가슴속의 무언가를 자극하기도 했다. 제 자신으로 인해 드리워진 그늘을 보고있었다. 어느샌가 근처에 또다른 그림자가 어른거리고 있었다. 모드는 고개를 들어 그곳을 보았다. 그러면 은빛 머리의 아이가 놀란 표정으로 눈을 마주쳤다.

“작은 신기루? 아지랑이?”

“여태 큰 신기루만 보고 살아왔나보구나. 그리고 네 볼에 감각이 느껴지는 걸 보면 신기루는 아니겠지.”

뾰로통한 어조로 대답하는 모드였다. 상대는 적잖이 당황한 어조가 되었다. 무례하게 굴 생각은 아니었습니다, 사과하지요. 그렇게 대답하는 아이의 말에 모드는 한 발자국 가까이 다가갔다. 저보다 조금 더 큰 키의 모습으로 보아 조금 더 나이가 많은 아이일 수도 있었다. 그런 아이를 올려다보며 물었다. 길을 잃었어? 그리 물으면 아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차 한잔을 대접받을 수 있을지요. 딱딱하게도 느껴지는 말투에 모드는 작게 웃었다. 어딘가의 동화에서 들은 듯도 한 어조에 모드는 장단을 맞추었다. 차는 좋지만 마당의 꽃들은 꺾어가려고 하지 말라며. 그렇게 이야기한 그녀는 마당의 그늘로 아이를 이끌었다.

“네 이름을 모르네. 내 이름은 모드 첸이야. 첸 지앙의 손녀.”

“루시아, 루시아 에반스입니다.”

잇사이로 비껴가는 유음이 멋지다고 생각하는 모드였다. 그녀는 손을 내밀었다. 태어나 처음으로 제대로 사귀어보는 친구였다. 적어도 모드에게는 그러했다. 그녀는 루시아라는 이름을 몇 번이고 곱씹어보며 잘 부탁한다고 이야기하였다. 루시아는 딱딱해진 표정으로 손을 흔들어주었다. 어색해하는 분위기가 다분했지만, 모드는 루시아와 친해질 수 있으리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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