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미지른 때때로 NCP

[나기모미] 페튜니아

생일 기념으로 생일파티 이후의 두 사람 날조

책갈피 by 레모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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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21 작성. 생일 기념으로 생일파티 이후의 두 사람 날조

"주임, 이건 이쪽에 놓으면 될까?" 모미지가 준비한 꽃병은 전부 다른 모양새를 하고 있었다. 인어 지느러미 같은 흰 꽃병, 투명하게 반짝이는 잔 모양의 꽃병, 노랑색의 물뿌리개 같은 생김새의 꽃병과 녹색의 나뭇잎 같은 꽃병⋯⋯. 파티가 끝나고 정리를 마친 뒤에 한 일은 그 꽃병에 어울리는 꽃들을 골라 정리하는 일이었다. '이 꽃은 이름이 뭐야?' '색이 정말 예쁘다.'  '이 꽃은 꽃잎의 모양이 귀엽네.' 익숙한 일도 그의 목소리를 들으면 어쩐지 특별하게 느껴져 콩콩 가슴이 뛰었다. 흰 손가락이 꽃송이를 모아서 빙글 돌려보고 향기를 맡아보는 모습에 무심코 시선을 빼앗기길 여러 번. 시선이 마주치면 미소 지어주는 얼굴에 마음 속으로 필요한 꽃을 셈하며 야지로베에의 다른 쪽에 올리는 시간. 그렇게 장식한 꽃병을 하마하우스의 곳곳에 놓는다.

서랍장 위에 마지막 꽃병을 내려놓은 모미지가 그를 돌아보며 미소지었다. "응, 그쪽이 좋을 것 같아. 도와줘서 고마워, 나기 군!" 꽃은 그곳이 제 자리인 듯 화사하고 생생하게 반짝이고 있다. ⋯⋯중간중간 삐끗해 꽃병을 떨어뜨릴 뻔하거나 미끄러져 기둥에 부딪히는 일이 있기는 했지만, "나야말로, 주임을 돕게 해줘서 고마워." 하마하우스 곳곳을 돌며 꽃을 장식하는 시간은 홀로 꽃을 채워 넣던 날에는 상상할 수 없을 만큼 그를 들뜨게 했다.

 "무척 멋진 꽃이니까 다 같이 볼 수 있었으면 했어. 방 안에 꽃이 있는 것만으로 어쩐지 화사하고 특별한 하루가 될 수 있다는 걸, 나기 군 덕분에 배웠으니까." 창밖은 이미 어두운데 복도는 왜 이토록 환한지. "그건 분명 내가 아니라 내가 아니라 주임이, 굉장한 사람이니까." 어쩌면 짐처럼 느껴질 수 있는 꽃에서도 의미를 찾아주는 사람이니까. 늘 모르는 경치를 보여주는 그가 '나기에게서 배웠다'고 말해주는 것은 무척 황송하고, 기뻐서. "주임과 함께 있으면, 일상도 여행처럼 느껴져." 보지 못했던 풍경, 알지 못했던 것들을 알려주는, 모르는 그를 발견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어떡하지, 주임. 역시 모자랄 것 같아. 시간을 뺏어서 미안하지만, 이따 같이 가게에 가줄 수 있을까?"

"부족할 것 같아? 응, 알았어. 얼마든지 맡겨줘! 나기 군의 '행복', 전부 받을게." 둥실 떠 있는 것 같은 기분인데도 발 밑이 불안하지 않았다. 악몽은 모두 복도를 램프의 비추는 빛에 도망가버린 것처럼. "그 전에 잠깐만 방에 들러도 될까?" "응, 볼 일이 있으면 끝날 때까지 기다릴게." "으음, 아니, 나기 군만 괜찮으면 같이 가자." 장난스럽게 웃으며 말한 모미지를 따라 걷는다. 익숙한 문패가 붙어있는 방 앞, "잠시만 기다려줘." 하고 들어간 그가 가지고 나온 것은⋯⋯꽃바구니? 아니, 라탄으로 감싼 꽃병, 이구나. 짙은 보라색 꽃이 마치 꽃바구니 처럼 꽂혀있었다.

"이건 나기 군에게 주는 내 선물. 앨범이랑 고민했지만 늘 나기 군에게는 꽃을 받고 있으니까, 특별한 날인 만큼 이번엔 나도 나기 군에게 꽃을 선물하고 싶었어." "⋯⋯페튜니아, 를, 나에게?" "응, 탄생화라고 들어서. ⋯⋯혹시 틀렸어?" 가만히 꽃을 본 탓인지 모미지의 시선에 불안이 서렸다. 주춤 허공에 멈춘 손을 허둥지둥 감싸듯 붙잡는다. "⋯⋯아냐, 주임. 맞아, 탄생화야. 고마워, 정말로." "다행이다, 종류가 다양하다고 해서 잘못 골랐을까봐 걱정했어." 이 기쁨이 맞닿은 손으로 전해진다면 얼마나 좋을까. 어떤 말로도 부족한 기분이 들었다. "페튜니아, 정말 기뻐. 만약 탄생화가 아니었더라도 주임이 나를 위해 골라준 꽃이라면 무엇이든 기뻤을 거야. ⋯⋯마음이 담긴, 축하의 꽃이니까." 떨어뜨리고 싶지 않았다. 불운에 빼앗기지 않도록 꽃병을 소중히 품에 안는다.

"――나도 주임의 생일에 선물하게 해줄래?" 주임의 생일날에는 분명 모두 선물을 준비하겠지. 멋진 사람들이 고르고 고른 정성들인 선물 속에서 그의 것은 보잘것없을지도 모르지만, "나기 군에게는 이미 꽃을 받고 있는데?" "폐가 아니라면 선물하고 싶어. 역시 내가 준비하는 건 자리만 차지하거나 주임이 이미 가지고 있는 물건이라 폐를 끼치게 될지도 모르지만⋯⋯." "아냐, 그렇지 않아! 나도 나기 군이 주는 선물이라면 뭐든 기쁠 거야. 그럼 고맙게 받을게. ⋯⋯후후, 생일은 한참 남았는데 조금 이상한 기분이야."

마지막 꽃병을 그의 방에 장식하고 함께 가게로 향한다. 이야기를 나누며 별이 쏟아질 것처럼 반짝이는 밤길을 걷는다. 소파에 앉아 이야기하다 자신을 보고 손 흔들어주던 모습, 사진에 축하의 말을 적어주던 펜, 맛있는 케이크와 음식, 포장지에 쌓인 선물, 하마하우스를 장식한 그의 꽃들, 침대 옆의 페튜니아. 사진으로 남기지 않더라도 그 모든 순간이 마음속에 오래도록 남으리라는 예감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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