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미지른] 0 화
슈뢰딩거의 모미지른. 나기모미, 유키모미, 카프모미, 나나모미 / 로봇 아니메 보이스(🐝, ❄️, ☔️) 약스포. 모미지 중심 날조 망상.
24.07.11 작성.
로봇 아니메로 칭해질법한 장르에 대한 이해도가 낮아 장르문법적으로 이상한 내용이 있을 수 있습니다. 세계관을 구체적으로 상정하고 있지 않습니다. 작성하고 있는 현재(24.07.11) 취득하고 있는 보이스는 카프카, 나기, 유키카제 뿐으로 보이스를 듣고 했던 망상을 바탕으로 모든걸 날조해 작성하고 있습니다. 캐릭터 붕괴/말투 등 오류 아마 거의 확정적으로 있음. cp로는 나기모미, 유키모미, 카프모미(등장안함), 나나모미(대화안함) 향 첨가를 상정하고 썼습니다. 현재 단계에서는 글 내에 등장하는 모든 캐릭터와 모미지의 조합(CP O)정도를 목표로 했었어요. 이후 누군가와 cp가 되는 루트분기 세계선이 있을지도 없을지도 CP가 되어도 사귈수도 안 사귈수도...라는 느낌이라 마음에 드는 모미지른 쪽으로 읽어주시면 기뻐요. 대충 애니메이션 0화를 이미지로 썼습니다. 뒷 이야기는 없습니다. 사골국물처럼 우려먹고있네요...
[관내 모든 직원들에게 안내 드립니다. 공지드린대로 정밀 예측에 따른 오늘의 예보는 올 그린입니다. 순찰은 예정대로 구역별로 교대로 진행하며 조금이라도 위화감을 느끼거나 특이점을 발견할 경우 즉시 보고 부탁드립니다. 하마의 평화와 모두의 안전을 위하여 수칙은 엄수해주세요. 이상.]
"하마의 평화와 모두의 안전, 이란 말이지. 언제 들어도 재미없는 방송이구만. 아침 방송이면 좀더 기운 나는 방송을 할 순 없는 건가? 그 정밀예측이란 걸로 당첨 번호를 메일로 알려준다던가 말야." 애시당초 저런 고철덩어리의 계산을 어디까지 믿어도 되는 건지. 슛, 골인. 보지도 않고 던졌는데도 그가 대충 구긴 캔은 쓰레기통이 제 자리임을 알 듯이 깔끔하게 들어갔다. 언제보아도 운동신경이 좋은 사람이다. 경력 불명, 통칭 다니엘 부장. 남자의 붉은 머리칼이 새파란 하늘 아래 햇빛을 받아 반짝인다. 이토록 열정의 색깔을 담고 있음에도 본인은 땡땡이가 제일이니, 일은 쉬다가 가끔 하는 게 적절하니 하는 말을 실천으로 보여주는 사람이었다. 적당주의라는 단어로 사람을 빚어낸다면 이와 같을까. 정밀 예측기계 '엔젤 아이', 아직 모미지도 한 번도 본 적 없는 그것은 하나의 슈퍼컴퓨터라는 듯 하다. 여러 집안에서 손을 합쳐 만들어낸, 하마 제일의 보물. 그것은 등장한지 2년여만에 오차없는 정확한 예측으로 사람들을 불안 속에서 구원했다. 침공해오는 위치도, 대략적인 시간대도, 규모조차도 과거 데이터 베이스와 관측 데이터를 분석해 범위를 좁힘으로서 인명피해를 줄인 희대의 걸작.
"벌써 몇십년 전에 유행했었다던데요, 그런 스팸메일이. 다니엘 부장은 가끔 낡은 농담을 하시네요."
처음에는 다소 수상쩍어하며 의심하던 사람들도 현재에 이르러서는 엔젤이라는 애칭으로 부르며 그것이야말로 신이고 예보야말로 예언이라며 숭배하는 조짐조차 보여 카프카의 골머리를 썩게하고 있었다. '의지할게 필요하겠지. 맹신은 곤란하지만.' 괜시리 시계를 만지며 시간을 확인한다. 무언가를 부적삼고 의지하며 앞으로 나아가는 마음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모미지에게도 그런 것들이 아주 많았으니까. 예보의 등장과 함께 침공의 빈도가 다소 줄어들고 피해 규모가 작아진 것도 영향을 주었을 거다. 모두 알고 있다. 알고 있지만……카프카와 파일럿들의 분투나, 하마로봇즈의 직원들을 무능한 고철덩어리를 숭상하는 이교도같은 표현으로 비난하는 사람들의 존재가 손 끝에 박힌 가시처럼 마음에 걸렸다. 반대로 지금은 괜찮지만 다시 상황이 악화되면, 상상하고 싶지는 않지만 '엔젤'의 예보가 틀리기라도 하면, '엔젤'을 사용할 수 없게 된다면?
"요즘은 모든게 레트로니까 말야, 유머집도 레트로가 유행이야. 어때, 주임도 빌려줄까? 모든걸 너무 진지하게 고민하지 말고 가끔은 유머집이라도 읽으면서 가스 좀 빼~. 회식 자리에서 쓸만할걸." "사양할게요~." 시답지않은 대화를 주고받으며 마지막 장소의 '유실물'의 측정데이터를 단말을 넣는다. 약간 기분나쁘게 귀여운 커다란 구렁이처럼 생긴 물건이라는 신고는 정확해서 딱 그런 느낌으로 생긴 평범한(평범하다고 해도 될지는 모르겠지만) 오브제였다. 왜 이런게 이런 장소에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위험한 물건이 아니라서 다행이랄까. "이걸로 마지막이군. 주임, 다음 일정 있었지? 이건 내가 인계할테니 먼저 복귀해." 꽤 무거운 뱀 장식을 힘든 기색도 없이 들며 한 말에 시계를 확인한다. 약속시간까지는 아직 남아있지만 예기치 못한 야외업무로 흐트러진 복장을 정돈하려면 돌아가야할 터였다. 배려하는 말이지만 이대로 복귀하지 않고 딴길로 새는 미래가 보이는 듯 해서, "꼭 바로 인계하시고 복귀하셔야해요." "그래, 그래~" 하고 단단히 못을 박고 걸음을 옮긴다. 정말 그가 들어줄지는 알 수 없었지만.
빠르게 준비를 끝내고 약속장소인 카페로 향한다. 문을 열고 가게로 들어가자 시원한 공기와 함께 그다지 텐션이 높지 않은 "어서오세-요." 하는 목소리가 들려온다. "안녕, 우시오군." 가게 안은 손님 없이 한산하다. 손님이 몰릴 시간대는 역시 출근 전후와 점심시간일까. 단체주문일 때도. 평소라면 그래도 점장과 로봇들이 함께 있을텐데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충전중인걸까? 외출중? "주임? 이 시간에 카페라니 참 한가하네요." "아하하, 조금 약속이 있어서." "……아-, '그거' 오늘이에요? 저희 가게는 촬영 엄금이니까 그녀석이 실수로라도 찍지 않게 잘 관리하세요. 주문은?" "화이트초코모카라떼 아이스로 한 잔에…….", 화과자를 본다. 원래는 화과자 가게를 했었다는 점장의 화과자는 귀여운 생김새와 완벽한 맛으로 인기가 많았다. 다양한 모양새의 그것을 구경하다가 몇 개를 고른다.
"그리고 이거랑, 이거. 종이봉투에 담아줄 수 있을까? 아쿠타 군에게 주려고."
"하? 하필 그거? 다른걸로 골라요."
"응? 혹시 예약상품이야?"
"……. 그쪽은 점장이 아니라 다른 직원이 만든거니까. 나중에 클레임 넣으면 귀찮고."
"다른 직원이? 신기하네, 굉장히 깐깐하신데. 점장님이 팔아도 된다고 생각하신 거잖아, 오히려 기대돼. 굉장히 귀엽고, 색감도 예쁘고."
표정을 찌푸리고 "네, 네, 나눠서 포장이요."하며 포스기를 누른다. 결제를 마친 그가 바쁘게 손을 움직이는 뒷모습을 지켜보며 가게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에 귀 기울인다. 이 노래는 처음 들어보는 노래같은데, 어쩐지 익숙한 분위기가 들었다. 가사를 검색하자 뜬 이름은, 언러브? 이 사람의 곡이구나. 야치요가 좋아해 알게되어 그도 종종 듣고 있는 사람이었다. '야치요군, 굉장히 오랜만에 신곡의 음원이 발매되었다고 기뻐했었지. 그게 이곡일까?' 야근의 피로탓인지 '앨범을 100장, ……하지만 그러면 식비가……..' 같은 소리를 중얼거리기에 쓴웃음 지으며 캔커피를 사주고 쉬게 했던 기억이 난다. "하나는 덤이니까." 계산대 테이블 위에 올려진 화과자 케이스 하나와 종이봉투를 받아든다. "정말? 고마워, 우시오 군." 가까이서 보아도 해바라기는 귀여웠다. "! 와, 맛있다. 점장님 거랑은 약간 다른 느낌이지만, 맛있어!" 베어물고 자신도 모르게 들뜬 모미지의 목소리에, "소리 크잖아, 어른이면 가게 안에서는 조용히 하세요. ……뭐, 당연하지. 점장님이 팔기로 한 거니까." 그 목소리도 조금은 기쁜 듯 들렸다면 기분탓일까.
완성된 음료를 받아 자리에 앉으면 조금 뒤 유리벽 너머로 아쿠타가 보인다. 시선이 마주쳐 손을 흔들면 마주 손을 흔든 그가 달려 문을 벌컥 열며 가게 안으로 들어왔다. "선생님, 좋은 아침~!" "하아, 벌컥벌컥 열지 않아도 문은 열리지만. 그리고 목소리, 전세낸 거 아니니까." "오우, 우시오! 오랜만이네! 우시오도 좋은 아침!" "그러니까 소리, 하아. 주문부터 하면?" "안녕, 아쿠타 군. 좋아하는 걸로 골라줘, 오늘은 내가 살거니까." "그럼, 그럼 오렌지 주스! 정열의 색이니까! 그리고 베이글도 먹어도 돼?" "물론이지."
음료도 베이글도 금방이었다. 배가 고팠는지 잘 먹겠습니다, 하고 말하자마자 기세좋게 먹기 시작한 아쿠타에게 종이봉투를 건넨다. "뭐야, 뭐야? 선생님, 먹을 거야? 영화? 아니면 이 우주적 대감독에게의 팬레터?!" 한 입에 남은 베이글을 우겨넣은 그는 오렌지주스를 벌컥벌컥 마시고 봉투를 받아든다. 안에 든 것을 확인한 소년의 표정이, 그 안에 들어있는 여름 꽃처럼 활짝 피어났다.
"하마 로봇즈는 이렇게 생겼구나~." 렌즈와 카메라로 가려져있어도 목소리만으로 표정이 그려졌다. 성큼 걸음을 옮길때마다 팔에 걸어둔 봉투가 흔들린다. "반짝반짝하네!" 하마 로봇즈의 일상을 촬영하고 싶다는 아쿠타 군의 요청이 접수되어, 내부용으로 신인에게 설명하는 브이로그 같은 형식의 영상이면 좋겠다는 의견을 받아 정해진 플롯. 담당자가 모미지가 된 것은 더 적절한 사람이 있지는 않을까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믿고 맡겨준 이상 잘 하고 싶었다. "응, 칸나즈키 사건 이후로 새로 지어진 건물이거든." 제 입으로 말한 단어였지만 가슴에 서늘한 바람이 불었다. 벌써 5년이 지났구나, 카프카가 '파일럿'이 된 뒤로. 지금은 모두에게 당연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는 모든 것들이 모미지가 아직 아이였을 적에는 공상 속의 이야기에 불과했다. 마치 소년 만화에 나올법한 이야기처럼 로봇의 침공에 대항하기 위해 싸우는 사람들이 생길거라고는, 한 번도 생각해본적 없었다. 엄마, 아빠, 오빠와 함께 해외를 여행하고 JPN에 돌아가 유키카제의 스케이팅을 구경하고 카프카를 만나는 날을 기대하며 잠들었던 어린 날의 자신에게 들려주면 무어라 생각할까. 꿈으로 볼 일도 없을 허무맹랭한 이야기에 웃음을 터뜨릴까? 카프카가 최초의 파일럿이 되어, 그 뒤를 좇아 파일럿이 된 자신이라니. 그래도 카프카가 기적처럼 건강해진다는 이야기만큼은…… 분명 기뻐해줄터였다.
"그 때는 큰일이었지. 우리쪽은 별 일 없었지만 삼촌이 급하게 돌아와서 같이 대피했던 기억이 나."
이쪽으로 가면 회의실, 이쪽이 단련실, 이쪽이 전산실, 이쪽이 사무지원실, 이쪽이 휴게실, 가상훈련 시스템……. 그 외 직원들을 소개하며("아, 주임, 아쿠타 군. 안녕하세요. 그 건인가요?" "나유키 군, 안녕! 응, 맞아. 자, 그럼 자기 소개 한 번 부탁드릴게요.") 걷다 지하로 내려간다. 파일럿 입장에선 가장 중요한 곳이라해도 과언이 아닌 곳이다. 입구 앞에선 아쿠타가 명패를 확대해 촬영한다. "여기가 정비실?" "응, 정비실! 파일럿 입장에선 가장 많이 신세지게 되는 곳이려나?" "헤에, 식당이 아니라? 나라면 매일, 여섯번도 갈 수 있을 것 같은데!" "하하, 그것도 맞네. 우리 식당은 음식이 전부 맛있으니까. 아쿠타 군도 애용해줘."
실례하겠습니다, 하고 안으로 들어간다. 평소엔 수리하느라 소란스러울 때가 많은데 오늘은 안이 조용하네. 문을 두드리자 드물게 들어오세요, 하는 대답이 돌아왔다.
"모미지?"
"주임, 이랑 아쿠타. 어서와."
"아쿠타도 왔구나. 오랜만이야."
"좋은 아침임다~ 아니, 이제 점심인가?"
평소엔 다른 직원들도 있는데 오늘은 나기 뿐인 듯 했다. 그리고 유키카제도. 정비실로 걸음을 옮기며 내심 떠올렸던 사람이 있어 조금 기쁜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둘이 대화중이었다면 다시 오는 게 좋으려나.
"나기 군, 유키 오빠, 안녕. 둘이 대화하는 중이었어? 이따 다시 오는 게 좋을까?"
"나는 괜찮아. 유키카제 씨는?"
"나도 괜찮아. 주방의 조리 보조 로봇의 수리가 완료됐다고 들어서 찾으러 왔을 뿐이니까. 모처럼 널 만났는데 금방 돌아가야한다니 아쉬워. 가기 전에 잠깐만 너를 끌어안아도 될까."
"하하하……. 유키오빠, 편집은 할거지만 지금은 업무중이니까 오늘은 참아줘."
"그래…… 그 건이구나. 그럼 나중에 일이 끝나고라도 좋으니 식당에 들려줘. 너를 위해 맛있는 식사를 준비할테니까."
금방이라도 끌어안을 것처럼 성큼성큼 걸어온 유키카제는 모미지의 말에 잠시 걸음을 멈췄다. 잠시 손을 들었다가, 촬영중이라는 것을 이해해준듯 내리고 한 말에 모미지의 얼굴에도 미소가 떠오른다. 늘 다정한 사촌오빠는 모미지가 파일럿이 된 뒤에도 한결같이 지지하고 응원해주었다. "응, 늘 고마워, 유키오빠." 가득 담긴 감사의 마음이 닿았는지 부드럽게 미소지은 유키카제가 엄지손가락을 척 세우고는, "아쿠타도 들려주면 슈마이를 대접할게." 식당에서 기다릴게, 하고 로봇과 함께 정비실을 빠져나갔다.
"……촬영, 오늘이었지. 나같은게 화면에 찍혀도 되는걸까. 다들 잠깐 식사하러 간거라 곧 있으면 돌아올테니까 그때 찍는 건 어때. 나는 실수로 화면에 비치지 않도록 구석에서 일할게." 이런. 이런 쭉정이 미만이 정비를 하고 있다는 걸 알고 불쾌해하면 어떡하지. 주임, 도게자를 해야할까? 도게자를 하면 불쾌한 마음이 풀릴까. 그런걸로는," "도, 도게자는 하지 않아도 괜찮아. 나는 나기 군이 정비실 업무를 소개해줬으면 좋겠는데 싫어? 찍히는게 싫으면 다른 분에게 부탁하겠지만…… 나기 군이 일하는 모습은 굉장히 세심하고 상냥해서, 안심이 되니까. 신입들도 분명 정비실을 편하게 생각해줄 수 있게 될거라고 생각해." 세심하고 친절하고 스스럼없이 도움을 주는 멋진 사람. 정비실의 모두를 신뢰하고 있었지만 아쿠타와 루트를 정하며 정비실 담당으로 떠올린 사람 역시 그였다. 그만 자리에 남아있어서가 아니라 그가 적임이라고 진심으로 믿어서. 부담을 주는 건 아닐까싶어 조심스럽게 건넨 말에 나기는 결국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여러분의 파트너를 맡겨주는 만큼, 모두 무사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정비하고 있습니다. 어려워마시고 언제든 찾아주세요. 저는 가체뿐만아니라 고장난 로봇 등의 수리도 맡고 있으니 정비실이 궁금하시거나 수리가 필요한 물건이 있으면 가벼운 마음으로 방문해주세요. ……이런 느낌이면 될까?"
"응, 정말 좋았어. 수고했어, 나기 군! 나기 군한테 맡기길 잘한 것 같아. 굉장히 침착하고 친절하게 설명해줘서 고마워. 신입때는 왠지 정비실이 어려웠는데 그 때 생각이 나네~. 다들 굉장히 친절하시지만 바쁘시니까 사소한걸로 방문해도 되는걸까 고민했었는데 그때 봤더라면 용기가 났을 거야."
"굉장해, 나기 씨! 수고했어! 전문가같아! 아니 전문가지만, MC같이 술술 멋지네! 기체도 멋지다~. 반짝반짝하고. 나도 로봇이라던가 기계 수리에 도전해봤었는데 원리를 전혀 모르겠더라. 고장나서 결국 수리센터에 맡겼더니 함부로 개조하려하면 안 된다고 아저씨한테 혼났어."
두 사람의 칭찬세례에 얼떨떨한 표정을 짓고 있던 그의 얼굴도 엷게 상기된다. "그래, 다행이다. 아쿠타랑 주임 덕분이야. 두 사람 덕분에 긴장하지 않고 이야기할 수 있었어. 주임이나 아쿠타가 부담없이 들릴 수 있는 장소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면서 이야기 했으니까." 그가 조곤조곤한 목소리로 자아내는 말들은 늘 이렇게도 상냥해서 따스한 기분이 되어버린다. 멋진 사람이다. 순수한 호의는 긴장해 풀죽은 마음에 고개들 용기를 심어준다. 위를 향해 피어나는 것은 본인의 힘이 필요하더라도, 그게 얼마나 굉장한 일인지 모미지는 알고 있다.
"주임, 아쿠타, 다음 장소로 가기 전에 잠깐만 시간을 내줄 수 있을까. 오늘은 '그걸' 지금 하고 싶어서. 약간의 손질이니까 금방 끝날거라고 생각하지만, 물론 두 사람이 바쁘다면 나중에라도 괜찮아요."
"나는 괜찮은데, 아쿠타 군, 조금 같이 기다려줄래?"
"물론! 난 괜찮아. 그런데 그거란건 뭐야?"
아쿠타의 질문에 모미지가 꺼낸 것은 은색의 작은 회중시계다. "회중시계-?! 선생님, 회중시계 파야?! 멋지다!" "회중시계파랄까, 선물받은거거든. 보물이고 부적같은 거야." 회중시계를 사용하는 주인공이 나오는 영화나 애니메이션에 대한 이야기는 마법사같은 그 손에 마음을 빼앗기며 끝이났다. 전문가답게 빠르게 손질을 끝낸 그가 회중시계를 쥔 채 손을 모은다. 눈을 감고, 기도를 담는 언제나와 같은 마무리다. "끝났어, 주임. 오늘도 고마워." "나야말로 언제나 고마워, 나기 군." 그런 두 사람을 지켜보던 소년이 곧 "멋지다~!!!! 뭐야, 그거? 기도한 거야? 장인같아, 굉장히 소중히 여겨주는 느낌이 전해져와! 나기 씨, 주임, 이것도 영상에 넣으면 안 돼?!"하고 외쳤다.
그 뒤로도 촬영은 순조롭게 진행되어 예상시간보다 조금 이르게 끝났다. 모미지는 그를 데려다주려고 했던 모양이지만 갑자기 일이 들어온 모양이라 귀가는 입구에서 만난 나나키가 사과하던 모미지 대신 함께 돌아가겠다며 입후보해주었다. 어디를 촬영했는지, 식당에서 점심은 무엇을 먹었는지 떠들고 있으면 다 알고 있을 이야기인데도 나나키는 "아, 거긴 맛있지." "뭐? 그런 일이 있었어?!" "선생님, 회중시계를 좋아하는구나……." 같은 리액션을 돌려주었다.
"완성되면 사내 사이트에 업로드 되는 건가…… 두근두근한 듯한, 긴장되는 듯한……."
"나나키는 나오지도 않았는데?"
"윽, 그건…… 그건 그렇지만, 신입들이 보게 되는 거지. 후배가 생기는 거니까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만."
"그것도 그런가~. 후배인가~. 나도 나나키 선배라고 불러야하는 건가?"
"그만둬, 그런 거. 그보다 다시 한 번 합격 축하해, 아쿠타. 말일이면 연수 마지막 날이잖아."
동갑에 같은 고등학교를 다니는 친구. 뭣하면 유치원도 같았으니 소꿉친구라고 해도 좋을지 모른다. 그런 그가 갑자기 '파일럿'이 되겠노라 선언 했던 날을 떠올린다. 아쿠타가 파일럿이 되고싶다고 처음 말했을 때는 관심이 없어보였었는데, '파일럿이 될 거야.' 하고 선언한 그는 덜컥 시험에 붙어버렸다. "오우, 고마워!" 그런 그를 보고 들었던 기분이 무엇인지 잘 표현할 수 없지만, 적어도 지금 느끼고 있는 기분은 알 수 있었다. 이제 자신도 파일럿이라는 스타트 라인에 섰다는 기쁨. 그리고 그 기쁨에 이어 불쑥 질문이 떠올랐다.
"나나키는 왜 파일럿이 되려고 한 거야?"
"그걸 지금 물어보는 거야?"
"궁금해졌으니까~."
"그건……히어로를, 만났으니까……." 노을 탓에 붉어진 거리를 내딛는 소년의 걸음이 조금 빨라졌다. 살짝 뒤쳐진 것을 성큼 점프하듯 걸음을 내딛어 옆에서면 기분탓인지 소년의 얼굴이 붉어보였다. 이런게 조명의 힘인가.
"그러면 되고싶어지지, 히어로가 있으니까~." 영화 같은 이야기 속에나 있던 알기 쉬운 '영웅'이 지금의 하마에는 존재한다. 그런 이유만으로 아쿠타가 파일럿을 지원한 것은 아니었지만, 응, 히어로, 되고싶을지도. 되면 분명 도울 수 있을테니까. 그게, 도울 수 있는 자신일 테니까. 반짝반짝하고, 멋지고, 누구든 도울 수 있고, 인기만점의 자신. 어쩌면 나나키도, 선생님도, 다른 사람들도 모두 그런 바람을 가지고 있는 걸지도 모른다. 우주 제일의 영화감독 겸 파일럿 자리는 내어줄 생각이 없지만, 말이지!
***
"아 님, 형님이 만나러 와줄거라는 게 진짜야?"
"그럼. 내 예언을 의심하는 건가?"
"으응, 아니! 아 님의 예언은 틀리지 않는걸. 형님이랑 만날 수 있다고 생각하니까, 나, 너무너무 기뻐서. 언제 와주는 걸까? 형님도 그동안 나를 만나고 싶었을까?"
"그건 직접 만나서 묻도록하지."
"--응! 형님, 빨리 만나러 와주면 좋겠다."
창하나 없는 방 안, 거울에 비친 소년의 눈동자는 보라빛으로 반짝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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