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나모미] 커피와 각설탕
홈보이스 변형 있음. 짧음. 월하항로 사건 약스포.
24.09.01 홈보이스 변형 있음. 짧음. 월하항로 사건 약스포.
사람을 싫어하는 것은 아니다. 함께 좋아하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거나 친구들, 가족들과 지내는 시간은 평범하게 즐겁다. 하지만 혼자 보내는 시간을 편하게 느끼는 자신도 있었다. 마음이 어지러워질 일 없는, 오로지 자신에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그에게는 필요했다. 어쩔 수 없잖아? 누구든 개인 시간은 필요해. 침범당하고 싶지 않은 영역도 있는 거고. 아무리 사이좋은 친구고 가족이더라도, 오히려 그렇기에 서로를 위해 '개인'을 존중하는 건 중요한 일이 아닐까. 나도 약한 모습은 보이고 싶지 않으니까.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테라스 앞에 선다. 사양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은 지금을 위한 말이 아니었을텐데 똑똑, 유리를 두드린다. "주임, 지금부터 커피 마시려는데, 주임도⋯⋯같이, 어떠세요?" 쓸쓸함을 충분히 갈무리 할 수 있도록 '혼자'임을 존중하는 게 배려일지도 모르는데 곁에 있고 싶다고 바라버린다. 가능하다면 언젠가 당신이 손을 잡아주었던 것처럼, 그 손을 잡고 무슨 일이냐고 묻고 싶었다.
"고마워, 나나키 군. 부탁해도 될까?"
그렇게 말하는 주임의 표정이 언제나처럼 다정해 묻고 싶었던 질문을 삼킨다. 거절 당하지 않았음에 안심하면서도 여름날의 눈처럼 녹아 사라져버린 쓸쓸함에 외로워진다. 눈이 마주친 것만으로 심장이 두근거리고, 뒷모습을 보면 돌아봐주었으면 하는 연정에 휘둘려 홀로 들떴다가 시무룩해지기의 반복. 이것도 '마음이 어지러워지는 일'일텐데도 함께 시간을 보내고 싶고, ⋯⋯개인적인 시간을 나누고 싶어. 너무 성큼 다가가서는 안 돼, 받아들여질때까지 기다려야해. 그리 생각하면서도 뒤쳐지는 듯한 마음이 들어 조금만 더, 조금만 더,를 생각해버리는, 그런 마음.
지금은 아직, 무리일지도 모르지만 언젠가는 내게도 나누어줄래요, 당신의 외로움을.
나를 주임의, 당신의 '시간'에 들여보내 주시겠어요?
그런 소망을 담아 각설탕을 넣는다. 이 약간의 달콤함이 당신에게도 스며들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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