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미지른 때때로 NCP

[유키모미] 좋은 아침!

유키모미로만 N번째인 꿈 소재 / 18문답, 기본 프로필 약간 언급 있음. 모미지는 23살이라고 믿고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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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28 작성. 유키모미로만 N번째인 꿈 소재 / 18문답, 기본 프로필 약간 언급 있음. 모미지는 23살이라고 믿고있습니다.

"주임, 주임! 일어나봐, 주임! 큰일 났어!"

어깨를 흔드는 손, 깨우는 목소리에 화들짝 놀라 눈을 뜬다. 무슨 일이지? "무, 무슨 일이야, 렌가 군?" 당황해 목소리의 주인을 찾으면 보이는 것은 녹음이 우거진 숲과⋯⋯병정 옷을 입은, 렌가? 왜 어려진 거야? 그 옷은 뭐고? 여긴 어디야? 당황스럽던 마음은 떠오른 답안과 함께 평온을 되찾았다. 이번에 라이즈가 어린이 대상 이벤트를 하게 되어 함께 컨셉을 정하기 위해 퇴근 전까지 이런저런 동화와 재구성 방식을 검토했더니 메르헨틱한 꿈을 꾸게 되어버린 모양이었다.

"호수 얼음이 깨져서 유키카제가 빠져버렸어!"

"응? 유키 오빠가 호수에 빠졌어?! 얼른 가자, 렌가 군! 이럴 때가 아니라 다른 사람들에게 도와달라고,"

"아니, 그건 괜찮아! 텐이 막대기를 빌려줘서 금방 빠져나왔거든. 다치거나 아픈 곳도 없는 모양이고. 문제는 그게 아니라 유키카제가 잔뜩, 잔뜩 늘어버려서⋯⋯."

꿈이란 걸 알면서도 철렁 가라앉았던 심장이 렌가의 말에 제자리를 찾는다. 호수에 빠진 것 때문에 찾아온 게 아닌 모양이었다. 다치지도, 아픈 것도 아니라면 렌가는 왜 이렇게 다급히 찾아온 걸까? 잔뜩 늘었다는 건 무슨 말이지? "일단 같이 호수로 가줘!" 의아해하는 모미지의 손을 잡고 렌가가 달린다. '호수'가 가까워질 수록 나뭇잎은 붉은 빛으로 물들어있었다. 바람에 날려온 나뭇잎을 반사적으로 잡는다. 페인트? 새빨갛게 칠해진 잎이라니, 앨리스라도 된 걸까? 바람에 나뭇잎이 스치는 소리가 파도 소리처럼 울려 퍼진다. 이 붉은 빛에도 불구하고 물가에 있는 듯한 기분에 사로잡힌 채 도착한 곳은 바깥과 달리 희게 눈이 쌓여있었다.

"어서와, 모미지." 합창처럼 목소리가 울린다. "안 돼, 얌전히 앉아 있으라고 했잖아. 그리고 모미지가 아니라 '주임'." 일어나려는 '어린' 유키카제의 어깨를 조금 짜증내는 듯한, 그러나 부드러운 손짓으로 짚어 앉힌 남자가 우글우글 모여 앉아있는 유키카제 사이를 지나 다가온다. 어린 유키카제, 소년 모습의 유키카제, 선수복을 입은 유키카제, 사복을 입은 유키카제, 앞치마를 두른 유키카제, 첫번째 라이브의 의상을 입고 있는 유키카제, 유키카제, 유키카제가⋯⋯. "어서와, 주임 쨩. 되도록 주임 쨩을 부르지 않고 해결하고 싶었는데." 반가움과 피곤이 동시에 서린 목소리다. "유키카제들 사이에서 진짜 유키카제를 찾아줄 수 있을까? 찾지 못하면 하나로 되돌릴 수 없거든." 지긋지긋하다는 듯한, 그러나 걱정서린 시선으로 유키카제를 보던 그가 모미지를 돌아본다. 본래 알고 있는 것보다 높은 시선에 무심코 빤히 바라본 탓에 시선이 마주치고 조금 당황하면, "왜 그래, 주임 쨩? 그렇게 빤히 보고."하는 평소와 같은 장난스러운 목소리가 들려온다.

"분위기가 조금 다른 것 같아서. 하지만 역시 카프카는 카프카구나." "그래, '꿈이니까.' 평소랑 다른 내 모습을 보고 흠뻑 빠졌어?" 대놓고 들으리라 생각하지 못한 키워드에 조금 쓴웃음 지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응. 하지만 평소의 카프카도 멋져. 설명해줘서 고마워, 유키 오빠를 찾으면 된다는 말이지?" 진짜 유키오빠를⋯⋯. 꼭 옛날 이야기같은 전개다. 그 이야기대로라면 어느 쪽도 유키 오빠가 아니어서, 그걸 이야기하면 전부를 줬을 테지만⋯⋯. "전부 유키 오빠가 아니라거나, 그런 건 아니지?" "아니야. 전부 유키카제가 아니어서 치워버릴 수 있다면 나도 편하겠지만." 카프카의 말도 그렇고 모미지가 보기에도 그들은 나이도, 복장도, 가지고 있는 것도 모두 달랐지만 전부 '유키 오빠'처럼 보였다.

"어때, 주임? 찾을 수 있을 것 같아?"

"하하, 일단 질문을 해봐야 할 것 같아."

"질문? 어떤? 나도 도울까?"

바싹 다가와 빙글빙글 돌며 안절부절 못하는 렌가를 말리며 마찬가지로 소년 모습의 텐이 빙긋 웃는다. "렌가 씨, 이제 막 도착했잖아요. 너무 그렇게 초조해하면 오히려 주임이 찾기 힘들 거예요." "그건⋯⋯. 미안, 주임⋯⋯." "괘, 괜찮아! 유키 오빠를 걱정해준거잖아. 걱정하지 마, 꼭 찾아낼게." 이건 꿈, 깨어나도 여느때와 같은 아침이 올 뿐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안절부절못하는 얼굴을 보면 그렇게 약속해 버린다. 멀찍이 서서 이마를 짚은 리광이 유키카제들에게 무어라 말을 건다. "과연, 리광. 이야기가 빠르네. 자, 그럼 우리도 옆에서 도울 테니까 유키카제 찾기를 시작해 볼까?"

첫 번째 유키카제

첫 번째 유키카제는 선수복을 입고 있었다. 그의 연습을 보러 갔을 때면 곧잘 보는 익숙한 옷. "도착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계속 보고싶었어, 모미지. 나도 데리러 가고싶었지만 지금의 나는 호수 근처에서 벗어날 수 없는 모양이야." 살짝 낮은 다정한 목소리도, 미소도 언제나 같다. "나도 유키 오빠를 만나서 기뻐." 이 '유키카제'가 진짜 유키카제일까? 어떻게 구분해야 할지를 고민하고 있으면, "본인을 찾으려면 질문과 행동을 관찰하는 게 좋겠지. 관찰이야말로 기본일텐데, 모미지." 하는 조언이 들려온다. "감사합니다, 리광 씨!" 확실히 그 말이 맞았다. "유키 오빠, 생일은?" "12월 29일이지." "혈액형은?" "O형이야." 기본적인 대답들은 모두 원래 유키카제의 것들과 같았다. 호수가 얼어있었더라면 좋았을텐데. 그러면 분명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빙상 위의 유키 오빠는 언제나 반짝거렸으니까.

무심코 중얼거리면 "호수가 얼었으면 좋겠어? 알았어."하고 고개를 끄덕인 유키카제가 그대로 호수 위로 걸음을 내딛는다. "유, 유키 오빠, 위험해! 뭐하려는⋯⋯거야?" 그가 호수 위를 미끄러지자 마법같은 일이 일어났다. 꿈이라는 것도 잊고 깨져있던 얼음이 다시 단단히 얼어붙는 광경을 멍하니 바라본다. "유키카제는 역시 굉장하네. 능숙하구나." 감탄하는 렌가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그 말대로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 공연은 완벽했다. 돌아온 유키카제는 정말 멋있었다는 말에 기쁜 듯이 웃으며 모미지를 한 번 끌어안고는 자리로 돌아갔다.

두 번째 유키카제

두 번째 유키카제는 라이브 의상을 입고 있었다. 흰색을 바탕으로 한 의상이 왕자님처럼 그에게 잘 어울렸다. "주임, 나도 뭔가 할 수 있는 게 있을까. 바라는 게 있다면 뭐든 말해줘." "고마워, 유키 오빠! 일단은⋯⋯." 인터뷰로 했었던 질문들을 던진다. "유키 오빠한테 여행의 필수품은 뭐야?" "가방. 선물이 잔뜩 들어가는 게 좋아." 대답들은 모두 그때 들려줬던 것들과 같았다. 망설임 없이 척척 대답을 내놓는 모습이 유키카제 답게 느껴졌다. "주임이 내 스케이팅을 지켜봐줘서 기뻐. 지금의 나는 이런 복장이니, 라이브를 보여주는 편이 증명에 도움이 될까." "그것도 나쁘지 않겠네요. 주임, '이 의상'을 입고 공연했던 때, 기억하고 있죠?" 기억하고 있었다. 이벤트를 준비하며 있었던 일들도, 연수여행에서 있었던 일도, 함께 나누었던 이야기들도. 약속은 모두 모미지의 안에 남아있었다. 그래서 이 때의 유키카제인걸까?

"물론, 기억하고 있어! 유키 오빠 뿐만 아니라 모두의 멋진 모습도 전부." 하마투어즈의 모두의, 첫번째 팬이자 지지자로서. 모두 똑같이 신경을 쓰고 챙기지는 못했을지도 모르지만 멋지다거나 응원하고 싶다 생각하는 마음만은 모두 같았다. 너무 진지하게 생각해버리는 걸지도 모르지만 무심코 뜨거워져 화이팅, 하고 주먹을 쥐어보인다. -어라? 유키 오빠의 등 뒤로 뭔가 움직이는 게 보인 것 같은데, "잠깐." "역시 너는 상냥하구나." 말을 꺼내기 전에 든든하고 따뜻한 품이 모미지를 끌어안는다. "――유키카제! 접촉은 금지라고 아까 말했지!" 두 번째 유키카제의 인터뷰는, 카프카가 유키카제를 잡아 끌면서 끝이 났다.

세 번째 유키카제

세 번째 유키카제는 앞선 유키카제들과 달리 조금 앳된 모습이었다. 고등학교를 막 졸업한 무렵일까? "⋯⋯지금 내게는 스케이트화나 마이크는 없지만 너와 함께한 추억은 이야기할 수 있어." 언제나 커보였던 유키카제의, 자신보다 어린 모습을 보는 것은 색다른 기분이 들었다. 자신보다도 카프카보다도, 어린 유키카제가 우리의 앞에 서 있다. "응, 나도 마찬가지야. 유키 오빠, 기억나? 유키 오빠의 졸업식날." "응, 기억해. 네가 꽃다발을 들고 와줬지." 응원과 축하의 의미를 담은 꽃다발을 받고 유키카제는 기쁘게 웃어주었다. 모미지가 사진을 찍어줄테니 셋이 같이 서달라는 말에 지나가던 이를 붙잡아 사진을 찍어줄 수 있냐 물었던 유키카제를 떠올린다. 그 날의 사진 속에, 모미지는 함께였다. "가족들끼리 찍어준다고 했더니 유키 오빠가 나도 같이 찍자고 해줬잖아. 기뻤어." "특별한 날이었으니까. 나도 모미지와 함께 사진을 찍을 수 있어서 기뻤어." "함께 들어가면서 유키 오빠가 내 졸업식에도 반드시 와주겠다고 했었지." "응, 소꿉친구니까." 계속 해외를 거점으로 지내왔다. 많은 곳을 돌아다니며 친구를 사귀었고 모두 좋은 추억이 되었지만 만날 수 없는 밤이, 연락할 수 없는 날이 쓸쓸할 때도 있었다. "하하, 내 친구가 되어주어서 고마워." 그래도 언제나 그가 친구가 되어주었다. 함께 시간을 보내고, 고민을 들어주고, 전화와 편지를 나누며, 아무리 거리가 멀더라도 변하지 않는다는 것을 증명하며.

"헤에, 언제 봐도 정말 사이가 좋네요, 두 사람은." "정말 그렇네. 소꿉친구라서일까?" "사촌인데 소꿉친구일리가 없잖아." "하지만 카프카, 유키카제가⋯⋯." "주임 쨩, 다 이야기했으면 다음으로 넘기고 빨리 끝내자. 다음!"

네 번째 유키카제도, 다섯 번째 유키카제도, 여섯 번째와 일곱 번째도⋯⋯. 그 자리에 있던 24명의 유키카제 모두와 대화해보았지만, 전부 유키카제처럼만 느껴졌다. 꿈이어도 과연 시선 속에서 24명과 돌아가며 질문을 나누는 일은 조금 피곤한 기분이 들었다. 그냥 대화만이라면 즐거운 시간이 되었을 테지만 '진짜를 찾아달라'는 카프카의 부탁을 잊어버릴 수는 없었다. 옆에서 지켜보며 같이 질문해주거나, 맞장구치거나 하던 렌가도 정답을 모르겠는지 머리를 부여잡고 끙끙거리는 걸, "괜찮아요, 렌가 씨?"하고 텐이 위로의 말을 몇 마디 건네는 것이 들려왔다.

"주임 쨩, 어때? 진짜 유키카제는 찾은 것 같아?"

"미안, 카프카, 유키 오빠. 나한텐 전부 진짜같아서⋯⋯."

"흐음. 그럼 차라리 마음에 드는 쪽으로 골라도 되지 않을까? 나는 17번째의, 거리감 구분을 잘 하는 유키카제를 추천할게."

"카프카~."

"농담이야. 나는 그래도 상관없지만, 주임 쨩이 그러지 않을거라는 건 알고 있으니까. 일어나기 전까지만 찾아줘."

쓴웃음 짓고 고개를 끄덕인다. 길게도 짧게도 느껴지는 시간이었다. 꿈을 꾼지 얼마나 지났을지는 알 수 없지만, 깨어날때까지 기다리자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찾자. 이게 모미지의 꿈이라서, 그들이 모두 모미지와 같은 답을 알고 있어서 찾지 못하는 것이라해도, 의미없는 꿈이라해도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동시에 그들중 누군가가 '틀렸다'는 생각도 도저히 들지 않았다. 천천히 유키카제들을 살핀다. 익숙한 얼굴, 그리운 복장의, 추억을 함께 해온 '유키 오빠'들이 이 자리에 있다.

"⋯⋯잠깐만, 그런데 한 명이 없지 않아?"

"한 명이 없다니?"

왜 지금까지 눈치채지 못했을까? 이 자리엔 처음, 모미지를 발견하고 뛰어오려 했던 '어린 유키 오빠'가 없었다. 언제 사라져버린거지? 문득 이야기를 나누며 보았던 나무 뒤로 움직이던 무언가를 떠올린다. 흰색의 물체같았던 그게 혹시⋯⋯.

"잠깐 기다려줘, 카프카! 금방 돌아올테니까!"

"시간이 얼마 안 남았으니까 서둘러, 주임 쨩. 만약 유키카제를 찾으면 그대로 정답을 말해! 그러면 다 해결될테니까."

"응, 고마워!" 카프카를 뒤로하고 숲 속을 달린다. 어디로 갔는지 본 것도 아닌데 어쩐지 '이곳으로 가야한다'는 기분이 들었다. 매화가 피어있는 나무 사이를 지나면 이번엔 진짜 단풍나무와 나무에 기대어선 유키카제가 보였다.

"유키 오빠!" 조금 가라앉은 표정으로 나뭇잎을 만지작거리고 있던 소년이 모미지의 부름에 고개를 든다. 화들짝 놀란 표정으로 고개를 들었다가 주춤 멈춘다. 달려오고 싶은 것처럼도, 도망치고 싶은 것처럼도 보이는 표정으로. "여긴 어떻게⋯⋯." "⋯⋯왠지 유키 오빠가 이쪽에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어." "모미지는 언제나, 나를 찾아주는 구나." 그건 아마도 이게 그런 꿈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가 유키카제를 찾고싶다 바랐기 때문에, 달려나간 끝에서 발견할 수 있었던 걸테지. 그리 생각하면서도 조금은 밝아진 표정이 달가웠다.

"유키 오빠도, 그렇지?" "응. ⋯⋯모미지라면 어디에 있어도 찾을 수 있어." 꾹 힘주어 쥔 손을 향해 손을 내민다. "저기 유키 오빠, 뭔가 고민이 있어? 괜찮다면 들려주지 않을래?" "⋯⋯괜찮아? 질문하지 않아도. 진짜 '나'를 찾아야하잖아." "괜찮아, 지금은 유키 오빠의 이야기를 듣고싶은 걸." 물끄러미 바라보던 소년이 내민 손을  본다. "⋯⋯내가, 호수를 깨뜨렸어." 사고를 친 어린 아이처럼, 두려워하는 어린아이처럼 풀죽은 모습으로 꺼낸 말은 그런 것이었다. "스케이트에 집중하면 절때 깨지지 않는다고 아버지가 말했는데, 깨뜨려버렸어. 하지만 '나'는 다시 얼릴 수 있었으니까⋯⋯, 그걸 모미지에게 들키고 싶지 않았어." 미안해, 하고 힘없이 속삭이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얼음이 깨져 유키카제가 빠졌다던 말과, 첫 번째 유키카제의 스케이팅을 떠올린다.

"그렇구나⋯⋯. 유키 오빠가 크게 다치지 않아서 다행이야. 사실을 이야기해줘서 고마워."

"⋯⋯실망했어?"

"실망하지 않았어. 실수도, 실패도 유키 오빠가 노력한 증거잖아. ⋯⋯도망친 건 실수한 게 부끄러웠기 때문이야?" 다그치는 듯한 어조가 되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질문한다. 한참을 침묵하던 유키카제가 말없이 고개를 저었다. "⋯⋯." 부끄러움보다, 혼나길 두려워하는 마음보다, 더 절실한 무언가를 그 침묵에서 느낀다. '시간이 얼마 안 남았다고 했었지.' 그 말대로 곧 꿈에서 깨어나게 되리란 예감이 들었다. 허락된 짧은 시간을 마지막까지 그가 도망치고 싶은 기분 속에 보내게 만들고 싶지 않았다. 다시 한 번 묻는 대신 손을 잡는다.

"저기, 유키 오빠."

"⋯⋯응."

"나, 이제 정답을 알 것 같아. 사실 전부 유키 오빠인거지? 누구 한 명이 아니라, 모두가. 여기 있는 유키 오빠도, 호수 곁에서 기다리고 있는 유키 오빠도 모두."

"⋯⋯."

"적어도 나는, 전부 유키 오빠라고 생각했어. 스케이트를 잘 타는 유키 오빠도, 멋지게 구장일을 하는 유키 오빠도, 엉뚱한 소리를 하는 유키 오빠도, 요리를 좋아하는 유키 오빠도, 친구가 되어준 유키 오빠도⋯⋯모두, 모두. 그 중에서 '하나'를 선택해서 진짜로 만들고싶지 않아. 모두 나와 함께해준 소중한 오빠, 니까."

"⋯⋯응."

"그러니까 유키 오빠, 내게 유키 오빠를 돌려주지 않을래?"

응. 울듯한 목소리의 대답이 들려온다. 세상이 온통 하얗게 물든다. 이제 꿈에서 깨어날 시간이구나. 하얗게 녹아내리는 세상 속에서 마주잡은 손의 감촉만은 오래도록 남아있었다. 깨어나면 어쩌면 모두 잊어버릴지도 모르지만, 그 감촉만은 남아있을 것처럼.

준비를 끝내고 부엌으로 향한다. 굉장히 긴 꿈을 꾼 것 같은 기분이 드는데, 꿈의 내용은 기억나지 않았다. '악몽은 아니었던 것 같아, 강아지 같은 걸 봤던 것 같은데⋯⋯.' 누군가의 도움을 받고, 이야기를 나누고, 손을 잡고 모험을 한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고민해보아도 꿈의 내용은 이미 새벽과 함께 녹아내려서 떠오르지 않았다. 다만 따뜻한 그 잔향을 조금 아쉬워하며, 기쁜 마음으로 아침을 맞이한다.

"유키 오빠, 좋은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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