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미지른 때때로 NCP

[텐모미] 눈동자에 비치는 것은 (1~2)

가을 밤, 창문을 두드리는 것은 / 아침이 온 자리에 남은 것은 ...의...비정규 IF 후일담 (1), (2) 합본

책갈피 by 레모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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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26 / 2024.08.11 작성

1. 가을 밤, 창문을 두드리는 것은 ( ) : 텐의 사망 혹은 유혈 소재(취향으로 선택가능)

2. 아침이 온 자리에 남은 것은 ( ) : ⬆의 생존IF 후일담

3. 눈동자에 비치는 것은

(1~2)( ) : ⬆ 이후 사귀지 않고 결혼한 것도 아니지만 어쨌든 '하마사키 텐'이 된 텐과 모미지의..... IF입니다. 1도 이걸로 끝! 이라고 생각하면서 쓴 이야기고 2도 정규 후일담이라기보단 생존 IF 후일담이라서 취사선택해주시면 되어요. 멋진 썰을 나누어주신 M님 감사드려요!

신식 맨션은 문도 벽도 깨끗했다. 물끄러미 문 호수를 올려다 보고 있으면 문 열리는 소리가 들리고 옆집에서 사람이 나왔다. 쓰레기 봉투를 한 손에 든 여자는 멈칫했다가 경계하는 시선으로 문고리를 잡았다.

"저기요, 왜 거기 그러고 서있어요? 볼 일이라도 있어요?"

"안녕하세요." 이런. 옆집은 요즘같은 세상에 드물게 이웃에 관심이 많은 사람인 모양이다. 경계하는 시선에서 불신과 걱정이 느껴지는 걸 보면 여자 혼자 사는 집 앞에 웬 시꺼먼 남자가 서 있어 걱정이 된 모양이지. 시선에서 두려움과 긴장이 느껴졌다. 무서우면 못 본 척하면 될텐데. 본인이 오지랖 넓은 사람이라 그런걸까? 주임의 곁에 오지랖 넓은 사람들이나 그 오지랖이 필요한 귀찮은 사람들이 모이는 것은. 그런 생각을 하며 빙그레 미소를 덧그린다.

"――하마사키 텐이라고 합니다."

"하마사키 텐? 하마사키면 모미지 씨네⋯⋯."

"모미지 씨가 항상 신세지고 있습니다. 앞으로 잘 부탁드려요." 경계하던 시선이 호기심으로 바뀐다. '무슨 사이지?'하는 흥미가 시선에서 느껴졌다. "오빠가 있다더니, 오빠예요?" 이사한지 아직 한 달도 안 지났을 텐데 벌써 그런 이야기까지 나눈 걸까? 대답하려던 차에 전화벨이 울렸다. "잠깐 실례할게요." 주춤 고개를 끄덕인 여자를 뒤로하고 전화를 받는다. 일부러 통화소리를 키우면 「여보세요, 텐 군?」 하는 말이 들려온다. 그 목소리에 주장대로 모미지랑  아는 사이란 것을 확인한 여자의 얼굴에 놀라움이 번진다. 웃는 낯으로 살짝 고개짓하며, "네, 하마사키 텐입니다~."하고 못을 박듯 말했다.

「⋯⋯. 텐 군? 왜 그래, 새삼스럽게? 뭔가 조금 이상한 기분이네, 텐 군이 '하마사키'라고 하는 거.」

"너무하네요. 난 꽤 마음에 들었는데."

「정말로?」 

"물론이죠. 모미지 씨한테 받은 소~중한 성이잖아요."

「그거, 조금 비꼬는 것 같아.」 

"정말, 정말. 내가 모미지 씨한테 거짓말을 할 이유가 없잖아?"

 「정말이려나. 그래도, 응. 하마사키 텐 군, 오늘 데리러 간다고 했잖아. 조금 일찍 갈게, 같이 식사라도 하고 들어올래?」

넘어가주겠다는 말투였다. '신용이 바닥이네.' 그래도 그 의심이 적어도 '지금은' 그리 귀찮거나 싫지 않았다. 그 속내가 어떻든 간에 그 날 이후로 본인의 선언대로 그를 '책임'지기 위해 나름대로 노력을 기울이고 있음을 알았다. 매일같이 병실에 들리고, 굳이 사원기숙사를 나와 새 방을 구하고, 그의 이름을 함께 고민하는 것 같은 그런 바보같고 비효율적인 일들을.

"괜찮아요, 병원으로 데리러 오지 않아도."

「또 그 얘기야? 내가 데리러 가고싶으니까 괜찮아, 연차도 냈고.」 

"아뇨, 그게 아니라 이미 집 앞이거든요."

「뭐라고?」 

"집 앞이라고요. 먼저 들어가있을게요. 괜찮죠?"

「텐 군?!」

"그럼 이따 봐요, 모미지 씨." 잠깐만, 하고 뭔가 말이 이어진 것 같았지만 전화는 이미 끊어진 뒤다. "실례했습니다. 안 받으면 걱정할 것 같아서요." 병원이니, 하마사키 텐이니, 성을 받았니, 하는 이야기로 멋대로 상상을 부풀렸을 상대는 조금 피곤해서 먼저 들어가보겠다며 비밀번호를 누르는 그를 그 이상 붙잡지 않았다.

"텐 군⋯⋯! 어디 있어?" 벌컥, 문 열리는 소리와 함께 큰 목소리가 들려왔다. 잠시 숨을 고르는 듯한 침묵 이후엔 초조한 듯 성급해진 걸음소리가 들려온다. "네네, 다녀오셨어요." 조금 헤매는 듯한 그 걸음 소리를 듣고있다 주방 바깥으로 나오자 그의 모습을 확인한 모미지의 어깨에서 힘이 빠졌다.  "정말 와 있었구나⋯⋯. 데리러 간다고 했는데." 착실히 집으로 온 주제에 그가 먼저 들어가 있겠다는 말은 믿지 않았던 모양이었다. "그렇게 의부증 애인처럼 안달복달하지 않아도 안 도망가요." 지금은. 마음속으로 덧붙인 사족을 듣지 못했을 텐데도 "의부증이라니, 텐 군, 정말⋯⋯!"하고 화내는 낯에는 약간의 불안이 남아있었다.

"사귀는 것도 아니고, 의부증같은 거 아니야."

"정말로?"

"⋯⋯모두 텐 군 때문이니까." 심통난 표정으로 시선을 내린다. 딱히 정말로 의부증이라 생각한 게 아니었으니 그 말에 반박하는 대신 시선을 피하고 흐트러진 옷자락 따위를 정리하는 손가락을 구경하면 "⋯⋯방은 확인했어? 마음에 들어?" 하는 질문이 들려왔다. 방이라. 하마사키 텐이라는 문패가 붙어있는 -아마도 모미지가 걸어두었으리라- 방은 기본적인 가구들이 갖추어져있었다. 병실에 있는 동안 이것저것 물어보고, 카탈로그를 보여주고 하며 '꾸민' 방이었으니 마음에 들지 않을 이유도 없었는데 그런 것이 신경쓰였던 걸까.

"깔끔해서 좋던데요. 혼자 쓸 수 있는 것도 마음에 들고."

"다행이네. 필요한 거 있으면 언제든지 말해. 텐 군이 직접 사도 괜찮고."

"사줄 거예요?"

"텐 군이 하고싶은 일을 찾을 때까지는." 참 어렵게 살아가는 사람이었다. 하마투어즈의 월급, 받아봤자 얼마나 된다고. 급여는 나쁘지 않았지만 그게 아무 관계도 없는 남자 하나를 취미로 키울만큼 여유로운 돈은 아니었을텐데. 옆자리에 앉아 나누던 시시껄렁한 이야기들이 이 사람 안에 다 남아있다는 사실이⋯⋯. "내가 계속 아무것도 하고싶지 않다면 어쩌려고요." "그렇네⋯⋯. 우선 푹 쉬고나서, 그때도 그렇다면 하고싶은 일을 같이 찾아볼까? 구장을 할 때의 텐 군, 일하는게 싫어보이지는 않았으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시절의 '무라쿠모 텐'이었던 시절도 부정하지 않는 모미지의 마음을 알 수 없었다. 이 사람의 안에 '상냥하고 번듯한' 텐의 환상이 남아있을까? 옛날 그를 상냥하다 말하던 '여자친구'들처럼.

"⋯⋯흐응."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는 텐을 보고, 끝내는 눈썹을 내리며 쓴웃음 지은 그가 가방을 내려놓는다.

"점심은 먹었어?"

"아직이요."

"먹고싶은 건 있어?"

"딱히 떠오르는 건 없는데. 요리라도 해주려고요?"

"그러려고 했는데⋯⋯먹고싶은 게 있으면 시켜먹어도 되고."

"그럼 모처럼이니까 모미지 씨의 요리나 얻어먹어볼까." 그리 말하며 자연스러운 동작으로 외투를 벗기면 잠시 황당하다는 듯 바라본 그는 곧 아무렇지 않게 '고마워. 일단 의자에 걸어줘.'하고 말하곤 요리 준비를 시작했다. 한팔에 외투를 든 채로 의자에 앉아 뒷모습을 지켜본다. 통통통 채소를 써는 소리, 물이 끓는 소리를 듣는다. "도와줄까요?" "오늘은 괜찮아~. 퇴원기념일이니까." 바지런히 움직이는 뒷모습은 그가 알고 있던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식사는 특출나게 맛있다기보다는 텐이 오늘 막 퇴원한 환자라는 것을 고려한 듯한 정갈하고 부담이 적게 가는 음식이었다. 미리 만들어 두었던 밑반찬을 데우고 야채를 데치는 뒷모습을 빤히 구경해도, 말을 걸어도 모미지는 개의치 않았다. 이런 개인적인 공간에 '그런 짓'을 한 타인을 들인다는 의미를 모르는 사람처럼. 말의 의미를 제대로 의식하는데도 꽤 여러번의 농담과 장난이 필요했지. 거리를 두고 있을 때에는 손에 잡히듯 읽히던 것들이 손 틈새로 빠져나가 애매모호하게 녹아내리는 것을 느끼며 식사를 이어갔다. "그거, 간은 괜찮아?" "네, 맛있네요. 약간 밍밍한 것 같긴 하지만." "그래? 다음에는 좀 더 세게해볼게." 그건 자신에 대한 것도 마찬가지라서, 이 식사를 계속 한다면 언젠가 그의 세포가 바뀌어서 정말로 '하마사키 텐'이 될 수 있을지 같은 실없는 생각을 한다.

"잘 먹었습니다. 설거지는 내가 할게요."

"괜찮아. 내가 할게. 말했지? 텐 군의 퇴원 기념일이니까." 차곡차곡 그릇을 치우는 손에서 빼앗아든다. "괜찮으니까 모미지 씨는 쉬어요, 내 퇴원 기념으로." 들었던 말을 그대로 돌려주면 이번엔 고개를 끄덕였다. 실랑이가 길게 이어지지 않아 다행이었다. 아직은 재어나가할 것 투성이었지만 변해버린 것도, 변하지 않은 것들도 예상보다 나쁘지 않았다. '다른 사람들 생각은 알 수 없지만.' 소매를 걷어올리며 이 상황을 마뜩찮게 생각하고 있을 사람들을 떠올린다. '본가'의 사람들, 하마투어즈의 사람들. 죽어버렸다고 생각하고 놓아주는, 그런 정 있는 집안이었더라면 그의 길은 다시 겹치는 일 없이 검은 머리의 이방인으로 살아가고 있으리라. 옛고용주가 손을 쓰지 않았더라면 애초에 병실에 눕지조차 못하고 끝이 났을지도 모른다. "텐 군." 복잡한 인생을 한탄하기보다 손을 움직이자. "왜요?" "소매, 흘러내렸어." 그릇도 몇 개 남지 않았다, 이대로 끝내도 나쁘지 않겠지만. "그렇네요. 그럼 모미지 씨가 걷어줄래요?" "뭐?" "소매, 모미지씨가 걷어달라고요." 이대로는 젖어버릴걸요, 빨리. 재촉에 주춤 일어나 다가오는 기척이 느껴진다. 돌아보지 않고 가만히 서있으면 그는 상상과는 달리 등 뒤에 서 소매를 잡아올린다. 팔에 손가락 끝이 거의 닿았다할 수 없을 정도로 아슬아슬 스치고 지나가는 것을 느낀다.

"모미지 씨, 생각보다 대담하네요." 

"뭐? 갑자기 무슨 말이야?"

떨어져 관찰하다가 우연한 순간 불쑥 거리감을 좁힌다. 이런 행동의 원흉일 사람은 이 동거이야기를 어떻게 받아들였을런지. 예전 곧잘 그러던 것처럼 사촌동생의 상냥함을 칭찬하며,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 연락하라 말했을까? "혹시나 싶어서 말하는건데 다른 사람을 초대할 때는 미리 말해주세요." 수저를 건조대 위에 올리며 수도를 잠근다. "당연하지! 텐 군도 미리 말해줘." 애초에 나는 초대할 생각도 없지만요. "네네, 알겠습니다." 손님같은 입장이 아니더라도 공간을 공유하는 이는 사람 한 명이면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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