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미지른 때때로 NCP

[유키모미] 오르페우스

2024.10.27 여행지에서 밤산책을 하는 둘, 날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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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윗을 못찾았는데 ‘돌아본 것은 사랑했기 때문에 일어난 본능적인 행동이다.’라는 해석을 좋아하는데 유키카제와 어울린다고 생각해서 그걸 바탕으로 작성했습니다.

문틈 사이로 빛이 희끄무레 새어나오고 있었다. 녹초가 되어 잠이든 사람들을 깨우지 않도록 조심조심 복도를 걷던 나는 그 앞에서 걸음을 멈췄다. 유키 오빠의 방이다. 유키 오빠도 깨어있는 걸까? 연수여행 내내 무언가 생각에 잠긴 듯 보였던 옆얼굴이 떠올랐다. 시선이 마주치면 다정히 웃어주었지만, 어딘지 여행보다는 다른 것을 신경쓰고 있는 듯 보였다. 아이디어를 내는데 고전하고 있는 렌가 군을 돕기 위해 여행지를 안내하느라 유키 오빠의 고민을 소홀히 해버린 것은 아닐까. 괜히 문을 두드려 깨워버리지는 않을지를 고민하느라 망설이던 짧은 사이, 조용히 문이 열렸다.

“모미지, 무슨 일이야?” 낮고 조곤조곤한 목소리로 유키 오빠가 물었다. 다정한 시선은 언제나와 같아서 갑작스러운 방문에 놀란 듯한 기색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갑자기 열린 문에 화들짝 놀란 것은 나다. “유, 유키 오빠 방에 불이 켜져있는 것 같아서. 깨어있었구나. 내가 있는 거, 알고 있었어?” 다른 사람들을 배려했을 그 속삭이는 듯한 목소리에 맞추어 대답하며, 이 늦은 시간에 큰 소리를 내지 않고 넘겼다는 사실에 안도해 마음속으로 가슴을 쓸어내린다.

“아아. 네 발소리가 들렸으니까.”

“그렇구나.”

소리가 나지 않도록 슬리퍼도 신고 조심조심 걸었는데도 방 안까지 들린 걸까. 늦은 시간에 경솔했구나 싶어 미안한 마음이 고개를 든다. 그래도 유키 오빠가 깨어있었던 것은 맞았으니까, 그냥 지나치지 않아서 다행이었다.

“낯선 곳이라 잠이 안 온다면, 예전처럼 같이 잘까.”

함께 잤던 시절은 이제는 까마득하다. 어릴 적, 아직 초등학교에 들어가기도 전이었을까? 어쩌면 초등학교에 들어간 뒤에도 조금쯤은 그런 날이 있었을지도. 오빠와 방을 나누어 쓰게 된 뒤로는 자연스럽게 사라졌지만. 카미나 가에 머물 때면 워낙 어릴 적부터 돌봐줬던 탓인지 유키 오빠에게 나는 여전히 어린 동생인 모양이었다. 내가 옛날처럼 잠들지 못해 그를 찾아왔다고 생각하는 걸까.

“으응, 그런 게 아니라…….” 멋쩍게 웃으며 고개를 젓는다. 잠이 오지 않아 차라도 마시려했다고 이야기하는 게 좋을지, 방으로 돌아가려던 차였다고 이야기하는 게 좋을지를 고민하는 사이에도 유키 오빠는 내가 말하기를 차분히 기다려주었다. “……유키 오빠, 이제 잘 거야? 아직 안 잘 거면, 같이 잠깐 나가지 않을래?”

 

갑작스러운 말에도 유키 오빠는 기꺼이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외투를 걸치고 함께 울긋불긋 물든 가로수 아래를 걷는다. 달도 별도 밝아 다행히 길이 어둡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옛날에도 이런 적이 있었지.”

“옛날?”

“모두 함께 여행을 갔었을 때, 셋이 함께 산책을 나온 적이 있었잖아. 그날도 이렇게 밤 단풍이 아름다웠었는데.”

“아, 기억나! 그때 이야기구나.”

그날은 모두 함께 플라네타리움에 갔었다. 별자리에 얽힌 다양한 전설을 듣고 직접 별자리를 찾아보고 싶다는 내 말에 오빠들이 함께 나와준 날이었다. 너무 멀리 가면 안 된다, 그리 당부하는 부모님에게 손 흔들어 인사하고서 셋이 함께 걸었던가. 안내하듯이 조금 앞서 걷는 그의 뒤를 오빠와 나란히 걸으며 저건 무슨 자리의 별일지를 상상하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직접 별자리를 찾아보고 싶어 나왔지만 초보자가 도구 없이 찾기에 밤하늘에는 별이 너무나도 많았다.

“결국 거문고자리는 찾지 못했잖아. 여름 별자리였으니까 당연했지만.”

그때 우리는 오르페우스와 에우리디케의 이야기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 숙소로 향하는 차에서 내내 머리를 맞대어 이야기를 나누고도 안타까워 받아들이지 못했던 결말. 결국 왜 오르페우스는 돌아볼 수밖에 없었는가. 어떻게 하면 두 사람이 함께 돌아갈 수 있었을까. 검색해 나왔던 해석은 그것이 인간의 의심하고야 마는 성질을 뜻한다던가, 순리를 벗어날 수는 없으니 예정된 결말이었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결국 짧은 산책은 답을 찾기 전에 내가 넘어질 뻔하며 끝이 났다. 앞서 걷고 있던 유키 오빠가 나보다 더 놀라 한달음에 달려왔던 기억이 난다. 유키 오빠의 등을 따라 걸을 때는 든든했지만, 셋이 함께 손을 잡고 나란히 돌아가는 길은 즐거웠다.

“오르페우스와 에우리디케의 해피엔딩을 고민하는 너희는 첫눈처럼 사랑스러웠어.”

“하하하, 그때는 어렸으니까. 결국 그때는 답을 찾지는 못했지만, 산책은 즐거웠어.”

“이렇게 너와 산책을 할 수 있어 기뻐.”

“나도 기뻐. 늘 고마워, 유키 오빠.”

풀벌레 소리, 바람이 나뭇잎에 스치며 나는 소리를 들으며 걷는다. 대화를 나눌 때에도, 나누지 않을 때에도 마음은 평온했다. 유키 오빠의 마음도 같다는 게, 목소리로, 침묵으로 느껴졌다. 걸음을 멈춘다. 바람에 떨어지는 낙엽을, 달을, 별을 한참을 바라보았다. 손을 뻗어 단풍잎 하나를 붙잡은 유키 오빠는, “모미지, 이만 돌아갈까.”하고 입을 열었다.

“이제 잠이 올 것 같아?”

“응.” 붙잡은 낙엽을 든 손이 살짝 입을 가렸지만 알 수 있었다, 유키 오빠는 지금 웃고 있다고. “이제 괜찮아. 답은 이미 내 안에 있었던 모양이야.”

“고민하고 있다는 걸 눈치채고 제안해줬구나. 고마워, 모미지.”

“아냐, 고민이 있으면 언제든 말해줘! 나는 언제나 유키 오빠의 편이니까.”

 

돌아가는 길, 유키 오빠가 살짝 손을 잡았다. 넘어지면 위험하니까, 하고 말하는 유키 오빠에게 이제 어린 애가 아니니 괜찮다고 말하면서도 마주잡은 손의 온기가 따뜻해 결국 웃어버렸다.

 

 

***

 

“굉장했었지, 유키카제의 오르, 오르페우스……!”

“응, 정말로! 곧 인터뷰도 나온다나 봐.”

TV 화면 너머로 살짝 상기된 유키 오빠의 얼굴이 보인다. 부드럽게 미소지으며 자리로 돌아가는 등을 카메라가 잡고는, 이내 다음 사람으로 넘어간다. 유키 오빠가 연기한 오르페우스는 무척 아름다웠다. 그 손짓에, 눈빛에 흔들린 마음은 다른 관객들도 같았겠지. 유키 오빠는 정말 답을 찾았구나. 문득 지난 번의 밤산책을 떠올린다. 언젠가 나도, 해석이 아닌 나만의 답을 찾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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