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미지른 때때로 NCP

[나기모미] 희망의 꽃

M님의 허락을 받고 M님의 꿈으로 3차창작했던 것을 제목을 붙여 백업.

책갈피 by 레모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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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3 작성. M님의 허락을 받고 M님의 꿈으로 3차창작.

놀란 표정을 짓거나, 눈물 짓는 사람들, 화내는 사람들에게 하나하나 사죄와 감사의 말을 전하며 걸음을 옮긴다. 조금 더 늠름한 표정을 짓게 된 사람, 생각지도 못한 눈물을 보여준 사람, 환한 미소를 보여준 사람⋯⋯. 돌이킬 수 없는 '재앙'이 할퀴고 지나간 변화들은 분명 있었으나 그럼에도 여전히 그들은 모미지가 사랑하는 동료였고 돌아온 생존자들을 기꺼이 맞이해주었다. 본인의 삶을 꾸리기도 힘들어진 세상이 되고서도 쭉 그들을 찾아주었음을 알았다. 그 사실이 못내 고맙고 기뻤다. 그들이 긴 여정을 모두가 살아있으리라는 희망에 걸고 걸어왔듯이, 그들도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우리를 기다려주었던 그 마음이. 잃어버린 사람 없이 모두가 생존했다, 그 사실이 기적처럼 느껴졌다. 포기했더라면 이런 기쁨을 느낄 수 없었겠지.

기지의 안전을 유지하기 위해 돌아가는 기계들의 소리가 점점 커져간다. 온통 웅웅거리는 소리에 둘러싸여 길을 잃어버릴 것만 같다. 낯선 감각은 바깥의 두려움을 되살렸으나 도망치자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이 긴 복도의 끝에 자리한 방에, 그가 있다.
힘들 때마다, 떠나기 전 배웅해주었던 목소리를 떠올렸다. 많은 것들이 무너지고 망가졌지만 금이 간 아스팔트 틈새로 새로이 피어나는 꽃송이를 보며 동료들을 생각할 때면 불안하고 지친 마음에도 희망이 몇 번이고 다시금 피어났다. 연수여행을 떠나기 전에도 받았던 꽃다발 덕분이겠지. 소중한 동료가 행운을, 기도를 담아 주었던 꽃의 기억이 모미지가 길에 피어난 희망들을 절망에 맡긴 채 지나치지 않도록 도와주었다. 그 사실을 조금이라도 빨리 전하고 싶었다. '약소한 것'. '행복을 떠넘길 뿐'이라던 동료에게, 그렇지 않다고, 그 꽃은 희망의 꽃이었다고.

붙어있는 푯말을 확인하며 옮기던 걸음은 '기계실' 앞에서 멈춘다. 쿵쿵, 불안으로 뛰던 심장이 두근두근하고 리듬을 바꾼 것처럼 느껴졌다. 똑똑. 대답을 기다리지 못하고 조급히 문을 열면 익숙한 뒷모습이 보인다. 눈시울이 뜨거워지는데 자연히 미소가 넘쳐흘렀다.

"나기 군!"

달리듯 옮기는 걸음이 가볍다. 시끄러운 소리에 묻혀 목소리가 닿지 않았을 게 분명한데 마치 마법처럼 나기가 그를 돌아보았다. 세상에 첫 꽃이 피어난 순간이 이랬을까? 아니면 처음으로 등을 밝히던 날?

"⋯⋯!" 서로를 목적지 삼아 달려가며 자신의 표정도 분명 그와 같으리라 확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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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창작
페어
#H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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