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미지른 때때로 NCP

[나기모미] 파란 장미를 다시 한 번

어쩌면 있었을지도 모르는 미래의 꿈을, 밤조 메인스토리 내용을 일부 답습, 날조하고 있습니다. 나기에게 모미지가 제안하지 못했더라면, 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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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31 어쩌면 있었을지도 모르는 미래의 꿈을, 밤조 메인스토리 내용을 일부 답습, 날조하고 있습니다. 나기에게 모미지가 제안하지 못했더라면, 의 이야기.

장미의 가시를 다듬는다. 우선은 중심이 되어줄 한 송이를.

긴 밤의 마법이 끝이 나고, 아침이 왔다. 라디오 방송을 배경음악 삼아 들려오는 것은 자신과 소니아의 목소리, 꽃을 다듬는 가위의 소리. 가시를 다듬고, 길이를 맞추며 꽃대 잘리는 소리마다 어쩐지 마음에 휑하니 서늘한 바람이 부는 것을 느낀다. 언제나와 같은, 그의 일부와도 같은 일과에 이런 감정이 들고야 마는 것은 밤에 두고온 것들이 아름다웠던 탓이다. 현관에 켜진 불, 마주쳐 나누는 '어서와.' '다녀왔어.'의 인사, 나를 위해 빼둔 음식과 다정한 염려와 믿음, 소니아와 단 둘이서 살아갈 수 밖에 없으리라 생각했던 나기의 인생에 다양한 온도와 색을 더해주었던 시간. 누구도 아쉬워하지 않으리라 생각했던 헤어짐을 아쉬워해 쫓아와주었던 모미지의 얼굴이 떠올랐다. 핑계처럼 들렸어도 이상할 것 없는 황당무계한 체질 이야기를 그는 진지하게 들어주었다. 사려깊은 눈동자 앞에서 자꾸만 작아지는 나기에게, 무언가 말하고 싶은 듯 보였던 그는 부정하지도 매도하지도 않은 채 안녕을 빌어주었다. 감정의 진폭이 컸던 탓인지 아침이 된 지금 떠오르는 것은 쓸쓸한 잔향 뿐이었으나 꽃만을 마지막 인사로 남겨놓고 떠나려했던 그에게 과분한 작별이었다. 그래, 비록 이렇게 되어버렸지만 평생의 추억이 될 시간이었다.

"나기 샹, 오늘은 가지 않으셔도 괜찮나요?"

"응, 괜찮아. ⋯⋯임시 구장직은, 사임하고 왔으니까."

놀란 듯, 걱정하듯 주변을 빙빙 도는 소니아를 보며 미소짓는다.

"그렇게 걱정하지 마, 원래대로 돌아왔을 뿐."

"하지만⋯⋯괜찮나요? 그렇게 열심히 했었는데. 즐거워보였는데⋯⋯."

"괜찮아, 소니아가 있고, 플라워런드리가 있어. 애초에 '구장'은 나한텐 과분한 일이었으니까."

여러가지 특기와 가지각색의 매력을 지닌 사람들 속에서 마치 굴러들어간 돌같은 존재였다. 어울리지 못하고 유리되어있으면서 자꾸만 트러블에 휘말리게 만든다. 원래 구장이 될 수 있었을지도 모르는 사람과, 모두가 그 사람과 쌓아갈 수 있었을지도 모르는 시간을 빼앗아 비겁하게 가졌던 행복. 그 사죄는 되지 못할테지만, 그래도 모두에게 꽃을 전하고 싶었다. 지금까지의 행복과 마음을 담아서, 마지막 작별인사로서. ⋯⋯주임은 또 오겠다고 해주었지만, 분명 다시는 만날 수 없겠지. 그래도 이토록 반짝이는 사람들이다. 멀리서나마 그들의 소식을 알 수 있을 것이 분명했다. 렌가나 유키카제 씨의 인터뷰를 TV에서 볼 수 있을 테고, 카프카의 이야기를 라디오로 듣게 될 터였다. 라이토 씨와 이븐즈의 노래를 거리에서 들을 수 있게 될테고, 주임은 늘, 열심히 바쁘게 움직이는 사람이었으니 길을 가다 그 모습을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건 분명 행복한 일일테니까, 꽃을 아주, 아주 많이 나눠줘야할테지만 그래도 괜찮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 행복이 불러오는 것은, 분명 그가 감당 가능한 불행일거라고.

눈치채지 못한 사이에 세탁기가 돌아가기 시작했다. 꽃향기도 세탁기의 소리도 아득하다. 빙글빙글 돌아가는 세탁기의 유리에 자신을 비추어보며 생각한다. 영원히 '이 안'에 남겨지게 될까. 계속해나갈 건 '기다림'인데도 떠오른 의문에 마음이 술렁였다.

네 송이를 더해서 모양을 잡고,

라디오에서 들려온 소식에 꽃을 다듬던 손을 멈춘다. 하마의 관광특구 해제. 갑작스러운 이야기에 떨어뜨린 가위를 줍기 위해 무릎을 굽혔다가 그대로 웅크리듯 앉는다. '과감한 개혁을 감행해 다양한 활동으로 비상하는 듯 보였던 하마 투어즈는 4번 째로 기획하였던 패키지 투어에서 치명적인 실수를 범해 큰 타격을 입고⋯⋯' 들려오는 이야기들이 어딘지 다른 나라의 이야기처럼 멀다. 주임은, 모두는 괜찮을까. 하마의 사람들은, 괜찮은 걸까. 빙글빙글, 머릿속이 돈다. 내려다 보면 마치 자신처럼 망연히 떨어져있는 꽃이, 위에는 덜컹덜컹 돌아가는 세탁기가 보인다. 

"나 때문이야."

무심코 중얼거린 말과 함께 심장이 쿵 내려앉는다. 돌아갈 수 있는 방법은 없는데 동료들의 얼굴이 자꾸만 생각났다. 나기 군, 나기, 하치노야 씨, 하고 그를 부르던 목소리와 미소지어주던 얼굴, 함께 걸었던 거리나 가게에서 배웠던 접대 방법들이. 만약 그 날, 그 자리에 나도 있었더라면 무언가 바꿀 수 있었을까. 가슴이 죄여오는 느낌 속에 눈을 감는다. 만약, 지금 돌아갈 수 있다면⋯⋯.

꽃의 모양이 아름다운 것을 골라서 아홉 송이째.

"――그래서 건방지고 불경하지만 그런 생각을 하고 눈을 감았다 떴더니 하마 하우스의 침대 위였어, 시간은 8시. 늦잠자버렸다는 생각도 하지 못했지." 약간의 생략을 곁들어 이야기를 늘어놓으며 나기는 다음 꽃으로 손을 옮겼다. 이 두서없는 이야기를 가만히 들어준 모미지의 눈동자는 그날 밤처럼 다정하고 사려깊었다.

"그래서 오늘 아침에 그렇게 허둥지둥 나온 거였구나."

"응. 하마하우스를 '처음' 나가려 했던 날로 돌아간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주임의 얼굴을 보고 금방 그게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었지만, 화복의 야지로베에의 경험적으로 이대로라면 큰일이 될 것 같았으니까⋯⋯. 아침부터 미안해, 주임."

"괜찮아! 오히려 이야기를 들려줘서 고마워. 나기 군의 꽃다발은 아름다우니까, 답례라기엔 약소하지만 이야기를 하면서 조금 마음이 편해졌다면 기뻐."

"많은 도움이 되었어요. 고마워, 주임."

"천만에요."

마지막 세송이를 곁들여 리본을 고른다. 꽃과 같은 푸른색으로 할까, 주임이 이름이 연상시키는 붉은 색으로 할까. 아니면 싱그럽고 다정한 녹색? 차분하고 부드러운 연회색의 리본도 어울릴 것이 분명했다. 리본을 대어보는 나기의 손을 주임의 시선이 따라오는 것을 느낀다. 지루할 수도 있는 특별할 것 없는 동작을 관심깊게 지켜보던 그가 "나기 군." 하고 입을 열었다.

"그 꿈 말인데."

"역시 너무 기분 나쁜 꿈이었을까? 미안해, 주임. 그런 이야기를 해서⋯⋯. 실패할거라거나 그런 생각을 한 건 아니었어. 모두 멋진 사람들이고 분명 잘 할 거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아니, 그런 게 아니야. 그냥, 나기 군이 그 날 거절했더라면, 돌아와주지 않았더라면 정말로 그렇게 되었을 수도 있겠구나⋯⋯싶어서. 고마워, 나기 군. 정말로. 나기 군이 있어줘서 다행이야."

정말로 그렇게 되었을 수도 있겠다니, 무슨 이야기일까. 그 하나가 빠진다고 흔들리거나 무너질 회사가 아니었다. 모두 넓은 시야와 다양한 경험을 가지고 노력해 쌓아올린 곳이었으니까. 그럼에도 평소보다 조금 낮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들려오는 이야기에 귀 기울이지 않을 방법을 나기는 몰랐다.

"모두 함께 최선을 다해서 얻어낸 결과였으니까, 한 명이라도 빠졌으면 분명 무리였을 거야. 공연까지는 잘 갈 수 있었더라도⋯⋯ 나기 군이 등을 밀어주지 않았으면 그 날, 요다카 씨를 데려오지 못했을지도 몰라. 그때 나는 겁이 났었으니까. ⋯⋯하하, 부끄럽네."

"⋯⋯부끄럽지 않아. 그때까지 주임은 계속, 거절당할지도 모르는데도 쫓아와주고 기다려주었으니까 당연해." 기대를 가지기를 포기했었던 그는 그게 얼마나 용기가 필요한 일인지, 대단한 일인지 알았다. 그가 남지 않았더라면 공연이 성공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는 것은 비약처럼 느껴졌지만, 주임이 그를 잡고 '꽃을 받아주겠다'고 이야기해주지 않았더라면 오늘이 오지 않았으리라는 사실만큼은 분명했다.

"⋯⋯주임에게 계속 약한 모습을 보였는데 늘 믿어줘서 고마워." 하마하우스에 꽃을 채우고 나오던 날, 그의 마음은 마치 장미의 색과도 같았다. 가라앉은 푸른 빛, 외로운 색깔. 손에 넣는 것은 불가능하다 생각했던, 존재하지 않는다 생각했던 행복을 멋대로 비추어 내려놓았던 감사와 작별의 꽃이 지금은 감사의 꽃으로 손에 안겨있다.

"파란 장미를 만들 수 있게 된 건 비교적 최근이라 예전에는 불가능이나 존재하지 않는 것을 의미했었다고 해."

"그렇구나. 평범한 장미같은데 신기하다."

그렇게 만든 것은 열 두송이의 장미 꽃다발.

"응, 지금은 대중화 되었으니까. 처음 푸른 장미를 만드는데 성공했을 때, 불가능한 일이 이루어졌다는 의미에서 새로운 꽃말이 생겼어. 또다른 꽃말은 '기적', '꿈이 이루어진다'." 그 날, 체념과 함께 내려놓았던 '마음'들의 의미를 마법처럼 바꿔준 너에게 파란 장미를 다시 한 번 전한다.

"고마워, 주임. 내 장미의 꽃말을 바꿔주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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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창작
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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