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미지른 때때로 NCP

[요다모미] 제 □ 야

메인스 및 구장스 5화까지의 스포일러 있음. 글속의 주임은 '모미지'. 소설 몽십야를 소재로 사용. 캐붕 및 말투 오류(특히 융융). 칵테일은 하나도 모릅니다...

책갈피 by 레모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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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22 작성.

메인스 및 구장스 5화까지의 스포일러 있음. 글속의 주임은 '모미지'. 소설 몽십야를 소재로 사용. 에필로그까지 읽기는 했는데 한 번만 읽고 기억에 의지해서 쓰는거라 캐붕 및 말투 오류(특히 융융)있습니다. 칵테일은 사실 하나도 모릅니다...


"마스터, 듣고 있어요?"

"응? 아아, 무슨 얘기 중이었지?"

그는 카운터 석에 앉아있었다. 저 너머에서 손님들을 대접하는 것이 바 마스터인 그의 일이다. 좀처럼 흔치 않은 일이지만, 단순히 시간의 양으로만 따지면 그렇지도 않은가. 유다가 빗질을 하고 테이블을 닦고 컵과 식기를 치우는 달그락거리는 소리를 들으며 그는 들려야할 음악소리가 들리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고 가만히 눈을 깜빡였다.

"또 졸았어요? 지난 번 제안 이야기를 하고 있었잖아요."

제안? 감이 오지 않았다. 무슨 제안일까? 확실히 뭔가 중요한 제안을 들었던 것 같은 기분은 드는데 머릿 속이 안개가 낀듯 흐릿했다. 익숙한 일이다. 두통이 없는 만큼 오히려 평소보다 상태는 좋을지도 몰랐다. 멍하니 허공을, 창문 너머의 풍경을 바라본다. 노을진 하늘이 어디까지고 드넓게 펼쳐져 있어 꼭 바다를 표류하고 있는 것 같았다. 떠오르고 있는 것인지 지고 있는 것인지 알 수 없는 태양 빛으로 붉게 물든 바 안에서 제 앞의 잔을 만지작거린다. 이 칵테일은 누가 만들었었지? 그 세상을 물들이는 붉은 빛에서 익숙함을 느낀다. 사랑스러운 붉은 빛으로 물들었던 볼을, 열렬하던, 조금은 두려워하는 듯 보였던 시선을. 맞아, 상대는 진지한 표정으로 열정적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그래서 그는, "거절하길 잘했네요. 받아들였더라면 큰 일 날 뻔 했다니깐."

--거절을, 했던가? 다른 가능성을 잘라내듯, 유일한 진실을 말하듯 단호한 목소리였다. "내가 거절했었나?" 유다가 거짓말을 할 리 없다. 요다카가 담지 못하고 흘려보내버린 기억들도 평범하게 기억하고 있을 그가 착각할 리도 없었다. 그런데 왜 이렇게 석연치 않은 걸까. 문득 그는 저 드넓은 망망대해의 풍경 속에 다른 것의 그림자가 어렴풋이 너울거리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 거리는 정말 바다에 잠겨있었다. 익숙하고도 낯선 건물들이 반쯤 잠긴채 침묵하는 가운데 파도를 따라 밀려온 것인지 꽃이 둥둥 떠다니고 있었다. 그 꽃은 보라색 같기도 하고, 붉은 색 같기도 했다. 아니, 어쩌면 전부 있었을지도 모른다. "어떤 제안이었지?"

"기억 못한다는 건 그만큼 중요한 제안이 아니었다는 거니까 기억 못해도 상관없지 않나? 제대로 거절했었고요. 왜, 2호점을 내기로 했었잖아요. 그런 곳까지 신경쓸 시간은 없지." 어느새 정리를 끝낸 모양이었다. 대수롭지 않은 것을 털어버리듯 이야기한 남자가 전혀 무섭지 않은 듯한 목소리로 말하며 창문에 커튼을 쳤다. "벌써 아침이네요. 들었어요? 요즘 괴물 닭이 돌아다닌다던데, 사람을 보면 마구 달려든다나? 풍경이 보이는 건 좋지만 무서워서 원." 바깥에서 들어온 빛에 커튼에 그림자가 진다. 안 돼. 그는 아직 창밖의 풍경을 지켜보고 싶었다. 그 꽃의 이름을 알면 맞잡았던 손의 온기를 떠올릴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아직 커튼을 치지 말아주겠니라는, 쉽디 쉬운 부탁은 입 밖으로 나오지 못했다. 차례로 커튼을 치는 손가락이, 이렇게 말하면 오랜 동료인 그에게 미안한 일이지만 그 그림자가 어쩐지 뱀처럼 느껴져 두려워진 탓이다. 뱀 앞의 새처럼 얼어붙은 채로, 그는 시선만 여기저기 돌려가며 창밖을 보려했다. 긴 것같기도 짧은 것 같기도 한 시간이 지나 커튼 틈새로 흰 옷자락이 보였다. 마치 탐험가 같은 모자를 쓴 여자가 양손으로 모자를 잡고서 누군지 모를 남자에게 말을 걸고는 팔을 잡아끈다. 아이처럼 들뜬 모습에 심장이 쿵, 쿵, 울린다. 얼굴을 보고싶어. 저 커튼을 치워버리면 볼 수 있을텐데, 칵테일 잔을 쥔 손을 까딱거리는 것이 고작인 자신이 답답하게 느껴졌다.

'이쪽을 봐줘.' 그리고 마치 그 소망에 응답한 것처럼 여자가 그를 돌아 보았다. 슬퍼하는 듯한, 결연히 다짐하는 듯한, 분노하는 듯한 시선으로, 요다카를.  얼굴이 보이지 않는데 어째서일까? --기를 바라는 것이 그만이 아니라는 확신이 들었다.

"마스터, 또 졸고 있나요? 그 칵테일, 미지근해진 것 같은데 안 마실거면 버릴게요."

그리고 긴장을 만들어냈던 요다의 말과 함께 짧은 교감은 끝이 났다. 커튼을 모두 쳐 붉은 빛도, 뱀같은 그림자도 사라져버린 바는 아늑하고 평온하다. "아니, ⋯음, 괜찮아. 마실거니까." 동료가 칵테일 잔을 치워버리는 것을 두려워하듯 그는 황급히 칵테일을 입에 털어넣었다. 레몬향, 이건 분명⋯⋯.

알림 소리와 함께 눈을 뜬다. 귀에 익은 재즈와 익숙한 향기에 긴장이 풀린다.

"그건 괜찮은 나이트 캡이지." 꿈에서 깨어나며 마실만한 술은 아니었을지도 모르지만 자신이 깨어난 대신 꿈속의 그는 잠들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만약 꿈이 이어진다면 말이지만. ⋯⋯그런데 나는 꿈 속에서 뭘 봤더라?

비트윈더시트: 당신과 밤을 보내고 싶어

나이트캡: 잠들지 못하는 밤, 당신을 생각해

중의적 의미 없이 그냥 진짜 ‘밤’이었습니다. 메인스토리+구장스에서 가진 밤의 상징성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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