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하루트
두 사람은 아침과 밤을 원한다.
눈을 떠보니. 아무것도 없는 텅 빈 공간에 서 있었다. 어디인지 모르겠지만. 햇빛은 들어오지 않았다. 그런데도 어둡지 않았다. 바네사 앞에는 여러 사람이 서 있었다. 얼굴 부분이 검게 칠해져서 누구인지 알아볼 수 없었다. 그 사람들을 봤을 뿐인데. 다리에 힘이 풀려서 주저앉았다. 저도 모르게 눈물이 주르륵 흘렀다. 닦아내도 계속 흘러내렸다. 가슴이 타들어
여느 때와 다름없는 건조한 하루다. 일정 확인하고, 서류를 작성하고, 업무 메일을 보내고. 아무 문제 없이 무난하게 흘러갔다. 다섯 손가락이 처리한 서류를 툭툭 치고 있었다. 의자를 반쯤 돌리자 시원하게 뚫린 통창이 올가를 반겼다. 구름 없는 하늘이 화창했다. 파랗고도 파란 물속에 담아둔 하얀 캔버스처럼. 온통 검은색으로 뒤덮인 올가가 티도 안 날 정도로
마주칠 일이 있을까 싶었는데. 두 사람은 자주 마주쳤다. 엘리베이터에서 마주치는 건 물론이고. 아파트 입구에서도 마주쳤다. 그때마다 바네사는 반갑게 인사했다. 올가도 나름대로 반가움을 표시하는 거 같았다. 대화는 두 마디 이상을 넘지 못했지만. 바네사는 아침을 대화로 시작하는 게 즐거웠다. 그도 그럴 것이. 올가는 이미 바네사 정체를 알고 있고, 비밀을
세상이 빙글빙글 도는 거 같았다. 지금 바쁘게 돌아가고 있는 세탁기처럼. 바네사는 땅이 꺼져라 한숨을 쉬면서. 돌아가고 있는 세탁기 안을 바라봤다. 지금 서 있는 바닥 밑에도 뭔가 깔린 건지. 한없이 아래로 내려가는 착각이 들었다. 넘길 것도 없는데. 바짝 마른 입 때문에 계속 침을 삼켰다. 바네사가 계획했던 일정은 물거품으로 변해버렸다. 예매 시간이 훌
빛도, 소리도 들어오지 못하는 깊은 곳에서 있으면. 적막 때문에 숨이 턱턱 막히는 거 같았다. 눈을 감으면 시간이 멈춰버리는 것만 같았다. 아무도 없고, 아무 색도 없는 곳에는 관들이 놓여 있었다. 관에는 사람이 누워있었다. 사람들은 두 손을 모은 채 잠든 모습은 평온했다. 누워있는 사람들마저. 서 있는 곳처럼 색을 잃어가고 있었다. 투명한 관 뚜껑에 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