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강황
1986년에 12월이 도래한 지도 3주 정도 흘렀다. 간밤 사이 내린 눈이 도로에 새하얀 포장을 깔아놓았다. 창 밖을 걷는 작은 점들은 저마다 다른 빛의 외투를 입고 목덜미 사이 파고드는 추위에 몸을 부르르 떨며 발걸음을 재촉한다. 누구 하나 빼놓을 것 없이 콧잔등과 눈 밑이 불그레하다. 마치 사랑에 빠진 것처럼. 이를 입증하듯 그들은 서로에게 애정을
이지 스트래들린은 눈을 질끈 찌푸렸다. 현재 그의 손에 들린 고데기가 머리카락을 펼 때마다 느슨한 열기와 함께 본인의 성질 또한 올라오는 듯싶었다. 그의 손은 그와는 별개의 생물처럼 계속 움직였으나, 그의 모든 신경은 전부 방 안의 타인에게 쏠려있었다. 좁아터진 화장대에서 안절부절못하며 서 있는 그 남자에게. 굳이 딴지를 걸자면 화장대라는 단어는
차오르는 숨. 땀에 쩔은 공기. 뿌연 안개 속 희미하게 빛나는 조명. 무대가 끝났다. *** 모든 것이 끝나면 그는 항상 타올을 목에 두른다. 그리고 나선 목 뒤에 달라붙은 머리카락을 정돈하고 타올 양쪽 끝을 두 손으로 들어 귀 뒤를 닦는다. 이후 타올을 뒤집어 땀에 젖은 목덜미를 문지른 다음 이마 위로 흘러내리는 머리카락을 쓸어 넘긴
때는 11월 말, 오후 4시. 선선했던 가을 바람이 제법 쌀쌀해진다. 벌써 해가 지려는 듯 하늘이 흐릿하다. 미약하게 빛을 머금은 하늘이 해가 떠 있음을 애써 증명해보려 하지만, 안타깝게도 태양은 보이지 않는다. 텅 빈 하늘과 다르게 지상의 인간은 너나 할 것 없이 발걸음을 재촉한다. 라파예트 역은 항상 떠나는 사람과 돌아온 사람으로 북적북적하다
학창 시절의 친구 제프리 이즈벨이 함께 밴드를 하자고 권유한 적이 있었다. 그는 한사코 거절하는 빌에게 필사적으로 매달리며 물었다. 네 세상에서 음악만큼 큰 의미를 지니는 건 없지 않냐고. 나와 함께 새로운 세상을 열지 않겠냐고. 물론 그랬다. 하지만 고작 열 넷이었던 빌리는 자신에게 제프리가 기대하는 수준의 능력이 없다고 생각했다. 그는 몇 날